Sunday, January 31, 2010


제목: 메소포타미아와 히브리 신화
지은이: 조철수
출판사: 도서출판 길
발행일: 2000년 1월 25일

나는 이 책을 '그리이스 로마 신화' 같은 재미있는 이야기들의 모음으로 생각하고 선택했다. 하지만 전혀 아니었다. 좀 더 정확한 제목을 달자면 '현대 성경까지 전해져 오고 있는 중동 신화에 대한 학술적 고찰' 쯤 되려나. 다른 것은 몰라도, 이 책은 '재미' 같은 것과는 확실히 담을 쌓고 있다.

몇 가지인가 짤막한 이야기가 소개되긴 하지만, 이야기로서의 재미 같은 것을 전혀 느낄 수 없는 역사학적, 언어학적 분석이 주된 내용이다.

책의 머리말에

이 책은 월간 '성서와 함께' 1997년 1월호부터 2년 동안 '고대 근동 문화에 비추어 본 성서' 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글을 다시 정리하여 다른 몇몇 원고와 함께 엮은 것이다.

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중복되는 이야기가 꽤 되는 데다가, 내용의 반 이상은 기독교 경전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런 사실을 알았더라면 이 책을 읽을 생각은 거의 하지 않았을텐데......

그래도 소득은 있다. 소위 '성경' 이라는 책이 일부 광신도들의 주장처럼 성령에 의해서 씌여진 것이 전혀 아니고, 온갖 민간 전승들을 정치적 의도로 짜깁기 하여 배포한 사상서적 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당시의 여러 신앙 중에서 가장 악랄하고 잔인한 신앙이었기에 지금까지 번성하고 있다는 사실도.

글쓴이는 학자로서 지식은 많을 지 몰라도, 그 지식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 놓는 재주는 거의 없어 보인다. 내용 자체도 논문처럼 딱딱한 내용인데다가, 앞 뒤 내용이 별다른 연관 관계를 가지지 않은 채, 끊임 없이 사실의 나열만 반복된다. 이제 와서 이 감상문을 쓰려고 다시 펼치기만 해도 잠이 오는 책을 어떻게 다 읽었을까......

기독교인이라면 성경의 내용에 대한 깊은 이해를 위해 한 번쯤 읽을 만 한 책인 것 같다. 하지만 그 외의 사람들에게는 별 의미가 없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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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January 19, 2010


제목: 북해의 별
지은이: 김혜린 (글/그림)
출판사: 도서출판 길찾기
발행일: 2005년 3월 25일 (초판본은 1983년-1987년 발표)

이 책은 흔히 '순정만화'로 분류된다. 남녀간의 애정이 주된 내용인 만화를 순정만화라고 한다면, 그렇게 분류되어서는 안된다. 이 책의 주된 내용은 시민혁명이다.

물론 여러 순정만화와 공유하는 점들이 없지 않다. 운명적인 사랑에 아파하는 사람들이 나오고, 등장인물들은 외모 만으로는 도저히 성별을 판단할 수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 거의 다 여자처럼 생겼다. 심지어는 수염 난 아저씨조차 여자가 수염을 붙이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작가의 데뷔작이어서 그런지 1권의 그림은 정말 적응하기 힘들 정도이다. 다행히도 이야기가 후반쯤 갈 때에는 그림체도 안정되고, 일부 사람들은 남자로 보이기 시작한다. 그래 봐야 처음보다 남자다와 진 정도이고, 여전히 '순정만화 그림체' 라는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왕족으로, 어린시절부터 바다를 좋아하던 주인공 유리핀 멤피스는 해군 장교가 되어 승승장구하나, 음모에 휘말려 반역자로 몰리게 된다. 그러나 감옥에서 뜻이 맞는 동지들과 탈옥하여 해적 생활을 하다가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 시민혁명을 주도한다. 우여곡절 끝에 혁명은 어렵게 성공하여 민주정치가 시작된다는 것이 대강의 줄거리.

가상의 왕국 보드니아 라는 나라를 배경으로 하는데, 책 안에서 Bothnia 라고 표기한다. 현재의 스웨덴-노르웨이 부근이다. Gulf of Bothnia 라는 지명이 있기는 한데, 실제로 Bothnia 라는 국가가 존재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주인공은 처음부터 끝까지 변치 않는 마음으로 나라를 사랑하고, 연인인 공주를 사랑한다. 하지만 나라와 국민에 대한 사랑으로 혁명을 택한다. 이러한 내용 때문에 운동권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단다. '순정만화' 라는 분류 덕분인지, 금서가 된 적은 없는 것 같다.

이 책에서, 연애는 달콤하지 않다. 지독한 현실을 종종 더 힘들게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마음 한 구석에 살아야 하는 이유가 되고, 살아가는 힘이 된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사랑에 빠지는 것이 전혀 공감이 되지 않았다. 두어 번 만났을 뿐인데 평생 죽고 못사는 사랑하는 사이가 되는 것이 가능할까? 내가 늙어서 그런지 상당히 어색하게 느껴졌다.

이 작품만 놓고 본다면 수작 정도는 되어도 명작이라고 하기엔 좀 미흡하다. 이야기가 치밀하다기 보다 산만하게 전개되는 느낌도 있고, 너무나 냉정하게 잘 견뎌 내던 사람들이 어떻게 보면 사소한 감정으로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하지만 선이 굵은 좋은 작품들을 계속 내놓고 있는 작가의 데뷔작이라는 데에 더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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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January 10, 2010


제목: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
지은이: 앨 고어(Al Gore)
옮긴이: 김명남
출판사: (주)좋은생각사람들
발행일: 2006년 9월 15일

이 책에 대해 한마디로 평을 하자면 '지극히 정치적인 책' 이다. 온난화에 대해 쓰고 있긴 하지만, 환경에 관한 책도 아니고, 과학적으로 접근하지도 않고, 경제적인 관점, 인도주의적 관점 등을 모두 뭉뚱그려서 정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래서 정치 하면 함께 떠오르는 부패, 무능, 불신 등의 안좋은 느낌들이 확 같이 떠올라 주는 책이다.

앨 고어는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세상에 알리려는 노력을 인정받아 2007년에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2006년에 출간되었고, 작가의 수상 이후에 한 번 더 재조명을 받은 것 같다.

나는 지구가 온난화 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지만, 그 원인이 정말 이산화탄소가 맞는 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이 책에서 그런 점을 좀 명확히 해 주길 기대하며 읽었다. 지구의 기온을 결정하는 요인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그중에 이산화탄소가 과연 얼만큼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 인류 탄생 이전에도 있었던 고온기들은 어떻게 설명이 되는지 등등.

최소한 다음의 내용들은 사실인 것 같다.
1. 현재 지구는 온난화 하고 있다.
2. 현재 이산화탄소 농도는 전례 없이 높다.
3. 현재의 높은 이산화탄소 농도는 인류의 활동에 기인한다.
4. 이산화탄소 농도와 지구의 온도는 관계가 있다.

그러나 온난화의 주 원인이 이산화탄소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지는 사람도 있다. 또, 다른 주장을 보면, 인류가 활동하기 이전의 기록에서는 이산화 탄소의 농도 변화에 따라서 지구 온도가 변한 것이 아니라, 지구 온도의 변화에 따라서 이산화탄소 농도가 변한 것으로 보인다. 어느 쪽이 맞는 지는 나로서는 알 수 없다.

제목부터 '불편한' 이 책은 상당히 읽기 불편하다. 판형이 보통 책과 꽤 달라서 들고 다니면서 읽기엔 적합하지 못하다. 또, 책값 역시 피곤할 만큼 비싸다. 양쪽 면이 새까많게 칠해져 있고, 거기엔 굵고 큰 글씨 한 줄과 작은 글씨 서너 줄이 전부인 페이지가 꽤 되는데, 왜이리 고급 종이를 썼나 싶기까지 하다. 사진과 그래프 등이 많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책이라기보다 무슨 프리젠테이션 자료 같은 형식이다. 온난화에 관한 내용들은 정말 간략하게 요약되어 나온다. 그러나, 나로서는 관심도 없는 앨 고어의 사적인 이야기들은 황당하다 싶을 정도로 자세히 나온다. 어떻게 보면 인류 활동이 온난화에 얼만큼 기여했는지보다, 글쓴이 앨 고어가 얼마나 믿을 만한 사람인지를 알리는 데 더 많은 내용을 할애하고 있는 것 같다. 어느날 아들이 차에 치어서 환경을 생각하게 되었다는 상당히 뜬금없는 이야기는 도대체 왜 나오는 지 모르겠다.

내가 궁금해 했던 내용에 대해서 이 책은 이렇게 답하고 있다.

오해 2
"기후 변화의 원인은 여러 가지다. 특별히 이산화탄소에 대해서만 고민할 이유가 없다."

물론 기후는 이산화탄소 외에도 여러 가지에 민감하다. 태양의 흑점이나 수증기가 그 예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가 이산화탄소 및 기타 인공적 온실 가스에 대해 더욱 걱정해야 하는 증거일 뿐이다. 역사적으로 기후가 여러 자연적 요인들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는 사실은 경고일 뿐이다. 인간이 일으키고 있는 유례없이 방대한 변화에 대해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경고다. 인간은 어떤 자연의 힘보다도 강력한 존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 서적이나 논문 등의 자료는 단 한 줄도 없지만, 깨알같은 글씨로 빽빽하게 모든 사진의 저작권에 대해서는 별도로 표시를 하고 있는 이 책의 내용을 감히 인용하는 것이 합법적인지 잘 모르겠다. 또, 위에 적은 답변이 무슨 소리인 지도 잘 모르겠다. 인간이 어떤 자연의 힘보다도 강력하다는 헛소리 앞에서는 기가 막혀 한숨이 나온다.

온난화의 원인에 대해 궁금한 사람은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 이산화탄소 외에는 거의 언급도 되지 않는다. 그 이산화탄소와의 상관 관계도 과학적인 설명은 전혀 없다. 이미 이산화탄소가 온난화의 주 원인이라 여기는 사람도 이 책에서 얻을 것이 별로 없다. 책 뒤쪽에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실천 방안들이 간략히 소개되어 있고, 자세한 내용이 있는 웹사이트들의 주소가 적혀 있는데, 거의 미국 사이트다. 한글 내용은 없어 보인다.

비싸기만 하고 무슨 정치인의 찌라시 처럼 빈약한 내용의 이 책을 읽고 나니, 나는 오히려 현재의 이산화탄소-온난화 이야기들이 강대국들의 이익을 위해 조직적으로 유포되는 괴담에 가깝게 느껴진다. '탄소 배출권 시장' 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이런 관점에 대한 근거로 충분하지 않을까?

누군가 좀 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책을 권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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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January 07, 2010



제목: 통역 번역사에 도전하라
지은이: 최정화
출판사: 넥서스
발행일: 2001년 8월 25일

앞서 읽었던 나도 번역 한번 해볼까 와 같은 맥락에서, 지인이 함께 권해준 책이다. 책의 성격은 많이 다르다. 앞의 책이 아주 지극히 현실 위주라면, 이 책은 상당 부분 이론과 학문을 다루고 있다. 또, 번역보다 통역을 다룬 부분이 훨씬 더 많다. 아무래도 지은이 자신이 통역사여서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무엇보다도 가장 와 닿는 부분은, 통역/번역을 잘 하려면 모국어를 잘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지금 우리나라는 한글과 한국어를 천대하다시피 하는 지경인데, 도대체 누가 우리말을 갈고 닦는 데 힘쓸 것인가.

글 자체가 매끄럽거나 아름답지는 않았다. 오히려 논문이라도 읽는 듯 딱딱했다. 하지만 통역과 번역의 이론적인 부분이, 적지 않은 분량의 참고문헌과 함께 소개된 이 책이 개인적으로는 앞서 읽은 책보다 더 흥미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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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January 05, 2010



제목: 나도 번역 한번 해볼까? Try! Translator!
지은이: 김우열
출판사: (주)위즈덤하우스
발행일: 2008년 7월 8일

프로그래머로서의 경력을 모두 일단은 포기하고 다른 무언가를 해 보려고 모색중에, 지인중 한 분이 번역 일을 시작하려 한다면서, 내게도 한번 생각해 보라고 권해준 책이다.

기술 문서 내지는 서적 같은 걸 번역하면 어떨까도 생각은 해 보았었기에, 좀 더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면 되는지 이 책을 통해 알아보기로 했다.

이 책은 상당히 유명한 현직 번역가가 쓴 책이다. 지은이는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어떤 계기에 번역가가 되었고, 베스트셀러 도서를 번역한 것을 계기로 유명해졌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공식적으로 번역가가 되는 방법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 이 분야는 인맥이나 학력보다 실력이 우선한다고도 한다. 그 밖에도 좀 당혹스러울 정도로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번역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번역가가 될 수 있는가, 실제 번역가들은 어떻게 일을 하며 얼마 정도 벌고 있나, 번역 일을 계약할 때는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가 등등.

번역을 할 때는 원작을 더 존중할 것인가 아니면 읽는 독자를 더 중시할 것인가가 중요한 관점인데, 예전에는 원작에 더 무게가 실렸다면 요즘에는 갈수록 독자를 더 중시하는 추세라는 것이 좀 새로왔다. 번역 과정에서 독자를 위해 필요한 첨삭을 하고 어투 등을 변경할 수도 있다는 것은 놀랍기도 했다.

과연 내가 번역 일을 하게 될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게다가 이 책을 읽으면서 그다지 번역 일이 매력적으로 느껴지지도 않았다. 어쩌면 나는 그냥 게으른 것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살짝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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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January 01, 2010


제목: 왜 인간인가? - 인류가 밝혀낸 인간에 대한 모든 착각과 진실
(Human - The Science Behind What Makes Us Unique)
글쓴이: 마이클 가자니가 (Michael Gazzaniga)
옮긴이: 박인균
출판사: 추수밭(청림출판)
발행: 2009년 11월 10일

11월에 흑사병의 귀환을 읽고 감상문을 적은 이후로 이런 저런 많은 책들을 읽었음에도, 단지 게을러서 아무런 글도 적지 않았다. 새해부터는 뭔가 좀 더 많은 글을 쓰기로 한 만큼 열심히 적어 보겠다.

제목을 내가 번역한다면
인간 - 우리의 유일함에 대한 과학적 고찰
이쯤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좀 더, 아니, 상당히 의역을 해서 원문과는 별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동떨어진 문장을 제목으로 채택했다. 원문에서 나온 'Science' 라던지 'Unique' 라는 단어는 사라져 버렸고, 원문으로는 추측조차 힘든 '착각' 과 '진실' 이란 단어가 포함되었다. 상업적인 이유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하지만 상업적이라면
인간 - 그 거스를 수 없는 뜨거운 본능의 심연
뭐 이런 제목이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이 책은 제목대로(원문 기준. -_-;) 어떤 면에서 인간이 동물과 다른지에 대한 과학적 고찰이다. 수많은 과학적 방법 중에서도 특히 뇌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관점에서 인간과 인간 이외의 동물이 어떻게 다른 지를 탐구하고 있다. 장마다 심리적, 사회적, 철학적으로 인간과 동물의 차이점을 살펴 보지만, 결국은 그러한 탐구가 뇌로 귀결된다.

불멸의 영혼 같은 것일 믿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에서는 인간의 정신세계를 뇌의 기능중 하나로 보고 있다. 또, 그러한 개념은 과학적인 관점에서 대체적으로 옳아 보인다. 하지만 이정도만 해도, 두 집 건너 교회, 세 집 건너 부동산 중개업자, 게다가 부동산 중개업자 사무실에 '손 없는 날'을 표시한 달력이 걸려 있는 우리 나라에서는 파격적이라 할 수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정신세계가 '뇌' 라는 신체 기관의 기능이라면, 그 목적은 너무나 분명하다. 인간이라는 종족의 생존과 번식. 세상에나, 그 모든 예술과 철학과 종교와 학문들이 그저 생존과 번식을 위한 수단일 뿐이라니......

신선하고 좋은 내용이라 생각되지만 재미있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첫째 난관은 뇌에 관한 생소한 용어들이다.

우측하두정피질과 후부측두피질의 접합은 자신의 행동과 다른 사람의 행동을 구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측두정엽접합부(TPJ)라고 불리는 이 영역은 시상 측부 및 후부, 시각, 청각, 체지각 및 변연계 영역, 전전두엽피질과 측두엽 간 상호 연결 부위를 포함한 다양한 뇌 영역에서 오는 정보를 통합하느라 매우 바쁜 곳이다.

위의 문장이 친숙하게 다가오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도 있겠다. 둘째 난관은 번역이다. 애써 옮긴 분께는 좀 죄송하지만, 읽다 보면 이해하기 힘든 문장이 너무 많았다. '측두정엽접합부' 나 '전전두엽피질' 등의 단어를 그냥 '이것' 과 '저것'으로 대체했다 쳐도 문장 자체가 어떤 의미인지 한참 고민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불행히도, 고민 끝에는 잠이 온다. -_-; 세째 난관은 책의 물리적인 무게이다. 567쪽, 하드커버. 요즘 손목이 시큰거리는 것이, 지하철에서 이 책을 읽었기 때문이 아닌가 의심이 들 지경이다.

가끔씩이라도 '나는 과연 무엇인가' 라는 의문이 머리에 떠올랐던 분들이라면 이 책에서 현대 과학이 제공할 수 있는 하나의 대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당연히 만물의 영장이라고 생각한다거나, '나는 과연 무엇인가' 따위의 생각은 배부르고 등따신 사치로 여긴다거나, '우측하두정피질' 같은 단어만 봐도 멀미가 나는 분이라면 좀 더 재미있고 쉽게 읽히는 다른 책을 고르시는 편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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