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April 17, 2010



제목: 삼성을 생각한다
지은이: 김용철
펴낸곳: (주)사회평론
펴낸날: 2010년 2월 22일

삼성. 자랑스러운 이름이다. 어떨 때엔 '대한민국' 이란 이름보다 더 값이 나가지 않나 싶기도 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것이 사실이었다!

지은이는 검사였다가, 삼성의 임원이었다가, 지금은 변호사다. 누구나가 부러워할 만한 고급 인생을 산 사람이다. 삼성에 재직할 당시, 그는 비자금과 로비를 담당하는 부서에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보고 듣고 행한 온갖 부조리를 견디다 못해 폭로하기로 한 것이다.

이런 거대한 비밀을 폭로하겠다고 말해도 주류 언론은 냉담하게 무시했다. 그래서 이 내용은 결국 천주교 사제들을 통해서 발표되게 된다. 마지못해 수사팀이 꾸려지긴 하지만, 처음부터 수사할 의지 따위는 없었고, 이리저리 시간을 끌다가 예상대로 무혐의로 끝났다. 아니, 오히려 그동안 차명계좌에 감춰둔 비자금을 합법적인 재산으로 세탁까지 해 주는 것으로 멋지게 마무리지었다.

삼성이 현재 우리나라 재벌중 1위라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경제쪽에서 가장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집단이다. 언론들과는 혼맥으로 얽혀 있기도 하고, 일부 언론은 삼성의 위장 계열사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막대한 자본을 가진 광고주로서 언론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좀 치사하긴 하지만 언론도 삼성 편이라는 얘기다. 그리고, 법조계는 끊임없는 뇌물 공세로 푹 썪혀 놓았기 때문에 국내에선 어떠한 재판도 삼성이 지는 일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 삼성 임원이 현행범으로 살인 현장에서 붙잡힌다 해도 오히려 정당방위 판결로 사망자에게서 합의금을 뜯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된다. 이렇게 재계, 언론, 법조계 까지 확고하게 삼성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지은이가 전직 검찰이었던 탓에 주로 검찰 대상의 로비만 해서 다른 분야는 정확히는 모르지만, 문화, 예술계, 스포츠계 등 마수를 뻗치지 않는 분야가 없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이 출판된 것 만도 엄청난 일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수많은 증거들이 첨부되었음에도 이러한 내용들은 그저 한 개인의 일방적인 주장 정도로 사회에 인식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상황이 나아질 확률은 거의 없다. 도대체 왜 이런 나라에서 살아야 하는지......

별로 권하고 싶진 않은 책이다. 그다지 새로운 내용도 없고, 특별한 재미도 없고, 그저 보통 천민의 삶이 얼마나 무기력한지 새록새록 느끼며 살아갈 의욕을 잃게 만들 뿐. 그래도 불쌍한(나보다 훨씬 잘나가는데, 이렇게 표현해도 될까?) 김용철 변호사를 지지하는 의미에서, 또 사회 정의를 추구하는 의미에서 다들 한 권쯤 구입했으면 하는 책이다. 불행하게도, 책꽃이에 꽃아 놓기에 예쁜 책도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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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April 07, 2010



제목: 눈먼 자들의 도시(Ensaio sobre a Cegueira)
지은이: 주세 사라마구(Jose' Saramago)
옮긴이: 정영목
출판사: 해냄출판사
발행: 1998년 12월 15일 (원저 1995년)

내용도 독특하고, 형식도 특이한 소설이다.

먼저 내용을 보자면, 모든 사람이 눈이 먼다는 이야기. 어느날 갑자기 어떤 남자가 운전하는 도중에 눈이 먼다. 그리고는 그 남자와 가까이 있었던 사람들이 차례대로 역시 눈이 먼다. 질병처럼 무섭게 확산되는 실명. 결국 정부는 실명자와, 실명자 주변 인물들을 격리 수용하기로 한다. 눈 먼 사람들의 수용소는 아수라장이다. 이 사회의 온갖 어두운 면들이 여과 없이 펼쳐진다. 어느 순간 수용소를 감시하던 사람들이 사라진다. 모두 눈이 멀었기 때문이다. 이제 눈 먼 자들은 수용소를 떠나, 마치 또다른 수용소처럼 되어 버린 세상을 방랑하게 된다. 단 한 명은 실명 하지 않아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게 되는데......

형식 역시 이 작품만의 독특함을 가지고 있다. 처음 책을 읽으면 조금 당황하게 된다. 문장들이 잠깐의 휴식도 없이 끊임없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문장 자체의 길이는 길지 않다. 하지만 문장과 문장을 끊어주는 줄바꿈 같은 것은 정말 드물다. 몇 페이지에 한 번 있는 정도. 게다가 문장 부호 역시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쉼표와 마침표. 이 두 가지로 다른 모든 것을 대체한다. 흔하디 흔한 물음표나 느낌표 같은 것조차 단 한 개도 나오지 않는다. 대사가 나오는 경우에도 따옴표는 없다. 다른 문장들과 마찬가지로, 줄바꿈도 없이, 쉼표와 마침표만으로 구분되어 끊임없이 나열된다.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모호해지는 가운데, 나도 마치 눈이 머는 듯한 환각을 느낄 법도 하다.

책이 하드커버인 점은 좀 불만스럽지만, 안의 여백도 불필요하게 넓지 않고, 글자 크기도 적당한 것 같다. 약간 더 작아도 좋을 것 같은데, 이대로도 들고 다니며 읽기 부담스럽지 않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의 작품으로, 10년 넘게 60쇄를 찍어내고 있는 책. 영화도 만들어 졌다. 읽기 시작하면 손에서 뗄 수 없을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너무나 쉽게 예상되는 결말이 조금 아쉽지만, 그럼에도 허무함 같은 것은 별로 들지 않는다. 조만간 후속작인 눈뜬 자들의 도시 역시 읽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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