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February 13, 2013

마지막 행성


제목: 마지막 행성 (The Last Colony)
지은이: 존 스칼지 (John Scalzi)
옮긴이: 이수현
출판사: 샘터
발행일: 2011년 6월 25일 (원저 2008년)

존 스칼지의 우주개척연맹 관련 3부작의 마지막편.
누군가 '은하영웅전설'에 대해 이런 평을 했다. 'SF가 아니고, 정치소설이야.' 어쩌면 이 책에 대해서도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첫 편인 '노인의 전쟁'은 정말 신나는 액션 SF 였다면, 그 다음 '유령 여단'은 자아에 대한 고민을 듬뿍 담았다. 그리고 이 '마지막 행성'은 인간과 인류를 위해 과연 어떤 선택이 올바른가 하는 정치 문제가 주가 된다.
이야기는 첫 편의 주인공이기도 했던 주인공의 나레이션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거의 1/4 정도를 지루한 배경 설명으로 이어 간다. 새로운 개척 행성으로 몰래 떠나는 선발대. 그러다가 개척 행성에 도착하는 순간 이야기는 급변한다. 이 행성은 처음에 가기로 했던 행성이 아닌 것이다!
그 뒤는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 지에 대한 설명에 가까운 내용들이 이어지고, 그 내용은 다분히 정치적이다. 인류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부여된 어이없는 일들.
우주개척연맹은 어떤 이유에선지 전편에서 가볍게 언급만 되었던 '콘클라베'라는 조직과 적대 관계가 되었고, 그 콘클라베의 실체와 목적 등이 상황을 계속 복잡하게 만들어 간다. 그 와중에도 우주개척연맹은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기보다는 '니들은 닥치고 내가 시키는 대로 움직여. 그게 인류를 위하는 길이야' 식으로 행동해서 읽는 사람을 짜증나게 한다.
자아나 감정 등이 없으면서 지구의 한 소녀를 숭배하는 종족이 등장하고, 이전에 '나노봇'들이 하던 일들이 상당 수 좀 더 원시적인 기술로 대체되었다. 특히 일부 기술은 인간 게놈을 기본으로 하는 유기체로 대체되었단다. 이런 정도의 설명으로 불충분한 좀 더 어이없이 신기한 기술은 계속 언급되는 '콘수' 종족에서 빌려 오면 그만이다. - 항성 하나를 통째로 포장해서 거기서 나오는 모든 에너지를 쪽 빨아들여 활용할 수 있는 정도의 기술을 가졌지만, 왠지 모르게 종교에 심취해 있는, 이해할 수 없는 족속들.
어쨌든 최대의 위기는 이런 저런 엽기적인 기술들의 조합으로 그럭 저럭 넘겼다. 상당히 납득이 가지 않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결말 이후 나오는 에필로그. 누군가가 흔해 빠지다 못해 식상한 설정이라고 폄훼하던 바로 그 얘기가 튀어나와 버린다. 좀 실망.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에 있어서나, 재미에 있어서나, 이전 작품들보다 못한 느낌이다.
이 3부작의 외전이 2편 더 있단다. '제인의 일기', 그리고 '조이의 이야기' 라던가. 주인공과 가까운 다른 등장 인물의 시점으로 본 같은 사건이란다. - 나도 이런 방식의 이야기를 써 보고 싶었다. 누군가의 관점, 그리고 그 반대편에 선 사람의 관점. 하지만 그 책들을 굳이 찾아 읽을 것 같지는 않다. 무엇보다도 회사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지 않아서......
앞의 두 편을 재미있게 읽었다면, 그런 미래 세상에서도 정치가 얼마나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 지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액션도 음모도 없이 끝없이 설명, 설명, 설명만 나열된 것 같은 기분이 들 수도 있다. 그나마도 앞의 두 편을 읽지 않은 사람이라면 용어, 등장 인물 등에서 적지 않은 당혹감을 느낄 것 같다.
앞의 두 편을 먼저 읽고 재미있으면 읽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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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February 12, 2013

유령 여단


제목: 유령 여단 (The Ghost Brigades)
지은이: 존 스칼지 (John Scalzi)
옮긴이: 이수현
출판사: 샘터
발행일: 2010년 7월 15일 (원저 2007년)

바로 전에 읽었던 노인의 전쟁 후속편.
같은 우주. 같은 기술. 같은 역사. 몇 명의 겹치는 등장 인물. 하지만 줄거리나 전개 방식은 꽤 다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시점이다. 전편은 1인칭으로 사건을 기술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는 3인칭이다. 프롤로그가 끝나는 시점에 다시 1인칭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계속 3인칭을 유지한다. 그 다음으로는 전편의 주인공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독특하다. 전편의 주인공은 역사 속의 사건을 기술할 때, 잠깐 언급되는 정도 이상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그와 모종의 인연이 있었던 특수부대원이 전면에 나선다.
제인 세이건. 그냥 흔한 여자 이름에, 유명한 과학자의 성을 따다 붙였다. 그녀가 속한 특수부대원들은 그런 식으로 이름지어진다. 인간의 의식을 새 몸에 담는 전편의 군인들과 다르게, 이 특수부대원들은 아예 새로 만들어진다. 의식과 자아가 없는 채, 성인의 몸으로 태어나는 것이다. 그 몸 또한 인간의 유전자를 바탕으로 하고는 있지만, 인간 이외의 것이 많이 포함된, 전투종족이랄까, 그런 존재다.
특수부대원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생활하는 지에 대한 설명이 흥미롭게 이어지며 줄거리가 진행된다. 음모, 배신, 추적 등.
실질적인 주인공은 보통의 특수부대원보다 더 특수한 목적을 띠고 탄생한 한 명의 특수부대원이다. 그의 생각과 활약이 이야기를 끌어가기도 하지만, 그의 존재 자체가 책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열쇠이기도 하다. 그의 의식이 성장하는 만큼 소설 속의 철학이 깊어진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야기는 재미있지만, '과학' 적인 면은 어떨까? 사실 좀 불만족이다. 거의 모든 기술이 '나노봇' 하나로 설명되는 것이 그렇다. 아니면, 상상을 초월할 만큼 과학 문명이 발달한 콘수 종족의 기술이라거나......
또, 배신자인 샤를 부탱이 배신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는 다 읽고 나서도 그다지 감이 오지 않는다. 미국인에게는 좀 더 설득력 있는 이유일 지 모르겠다. 가족에 대한 관념, 사회에 대한 관념, 정의에 대한 관념 등이 우리와 같지 않으니까.
여기까지 읽고 나면, 재미있기도 하지만, 이 작가가 도대체 다음 편에는 어떤 이야기를 보여 줄 것인가 기대된다. 전편과 이토록 다른 이야기니만큼, 이 다음 편도 역시 전혀 다른 이야기일 것이라 기대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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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February 04, 2013

노인의 전쟁

제목: 노인의 전쟁 (Old Man’s War)
지은이: 존 스칼지 (John Scalzi)
옮긴이: 이수현
출판사: 샘터
발행일: 2009년 1월 19일 (원저 2005년)

이번엔 SF 소설이다. Science Fiction.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Science Fantasy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많은 작품들이 Science보다 Fantasy에 집중했기 때문이리라. 대표적인 예로 스타워즈의 광선검 같은 것은 정말 Fantasy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 쓰여진 SF 소설은 정말 드물다.
노인의 전쟁. 아내를 잃은 노인이 입대를 한다. 75세. 우주개척방위군 (Colonial Defense forces: CDF). 이 군대는 특이하게도 75세가 되는 사람들만 입대를 받는다. 그 전에 신청할 수 있지만, 입대를 하는 것은 만 75세가 되어서다.
도대체 그 늙은이들 - Old man - 을 데려다가 무슨 전쟁을 하겠다는 건가?
읽다 보면 차차 나오지만, 표지에도 힌트가 있다. 검은 피부에 흰 수염과 머리칼의 남자. 바로 뒷면에는 녹색 피부에 털 한 올 없는 붉은 눈의 남자가 있다. 책에는 고양이 눈과 같다고 묘사되어 있는데, 표지 그림은 평범한 인간 눈의 모양이다. 살짝 아쉽지만, 책을 읽고 나면 무척 인상적일 수 밖에 없는 표지다.
CDF는 과학 기술이 무척 발달한 단체인데, 이 늙은이들에게서 가치가 떨어지는 육체는 폐기하고, 풍부한 인생 경험만을 취하기로 한다. 산 채로 한 몸에서 다른 몸으로 의식을 복사하는 것이다. 새 몸은 녹색인 만큼 광합성도 가능하고, 그밖에도 여러 가지 기능이 추가된 최신형 유전자 조작 강화 육체다. 생식 능력은 없지만 성관계도 가능하단다. (왠지 성관계에 관한 이야기도 적지 않다.)
책 뒷면에 소개된 대로
낯선 행성에 곤두박질쳐 찢기고 접히고 부서진 몸이 막 눈을 감으려 할 때, 나는 보았다. 지구에 묻고 온 아내가 날 구하러 왔다! (책 뒷표지)
이 부분이 클라이막스.
우주 전쟁인 만큼 외게 종족이 몇 가지 등장한다. 콘수, 르레이, 오빈 등. 그중 콘수가 가장 특이하다. 지구에 남은 인류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발전된 과학력을 가진 CDF 지만, 콘수의 과학력은 CDF가 상상하지도 못할 정도의 규모다.
그러한 차원이 다른 기술과 문명을 가진 그들 역시 전쟁을 하고 패배한다. 그 이유가 소설의 흠인 것 같다. 지극히 종교적인 이유다. 나는 종교와 과학이 양립하기 힘들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토록 과학이 발달된 사회가 그토록 광신적이라는 사실이 이해하기 힘들었다.
결혼과 가족에 대한 집착. 여자가 우월해도 결국 중요한 역할은 남자가 맡는 점 등을 비평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읽는 동안 남성 우월주의는 그다지 느끼지 못했는데, 결혼에 대한 집착은 다소 이상하게 여겨졌다. (42년간 결혼 생활을 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기에는 내가 아직 너무 어리다.)
과학적인, 내지는 과학적인 척 하려는 설명들에 거부반응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영화화도 진행중이란다.
=^.^=
Ps. 이 책에서 나노봇은 거의 만능이다. 대부분의 기술적인 문제를 나노봇이 다 해결하는 것 같다. 살짝 못마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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