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September 20, 2011


제목: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지은이: 장하준
옮긴이: 김희정, 안세민
출판사: 도서출판 부키
발행일: 2010년 11월 4일

원 제목을 따로 써야 할까. '23 things they don't tell you about Capitalism' 저자는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했다. 따라서 한국어를 사용하는 데 거의 아무런 불편함이 없을 거라고 추측된다. 하지만, 책은 원본이 영문이었던 것 같다. (현재 영국 캠브리지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라는데, 한국어도 영어도 아닌 제3의 언어로 책을 썼을 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그래서 저자가 한국인인데도 번역자가 따로 있다.

이 책은 하나의 도발적인 제목과, 자본주의의 역사 속에서 그를 뒷받침하는 사례들을 보여주는 형식으로 23개의 장이 있고, 마지막 결론부가 있다. 여기에 그 제목들만 나열해 본다.

1. 자유 시장이라는 것은 없다.
2. 기업은 소유주 이익을 위해 경영되면 안 된다.
3. 잘사는 나라에서는 하는 일에 비해 임금을 많이 받는다.
4. 인터넷보다 세탁기가 세상을 더 많이 바꿨다.
5. 최악을 예상하면 최악의 결과가 나온다.
6. 거시 경제의 안정은 세계 경제의 안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7. 자유 시장 정책으로 부자가 된 나라는 거의 없다.
8. 자본에도 국적은 있다.
9. 우리는 탈산업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10.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가 아니다.
11. 아프리카의 저개발은 숙명이 아니다.
12. 정부도 유망주를 고를 수 있다.
13.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든다고 우리ㅏ 모두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14. 미국 경영자들은 보수를 너무 많이 받는다.
15.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부자 나라 사람들보다 기업가 정신이 더 투철하다.
16. 우리는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도 될 정도로 영리하지 못하다.
17. 교육을 더 시킨다고 나라가 더 잘살게 되는 것은 아니다.
18. GM에 좋은 것이 항상 미국에도 좋은 것은 아니다.
19. 우리는 여전히 계획 경제 속에서 살고 있다.
20. 기회의 균등이 항상 공평한 것은 아니다.
21. 큰 정부는 사람들이 변화를 더 쉽게 받아들이도록 만든다.
22. 금융 시장은 보다 덜효율적일 필요가 있다.
23. 좋은 경제 정책을 세우는 데 좋은 경제학자가 필요한 건 아니다.

'신자유주의' 라는 방식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경제적 통념과 상반되는 내용이 무척 많다. 얼핏 제목만 듣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내용들이다. 특히 IT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인터넷보다 세탁기가 세상을 더 많이 바꿨다는 사실은 믿기 힘들었다. 그러나 항목 하나 하나에 대해서 저자는 거부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들과 통계로 내용을 입증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있자면 우리가 흔히 시장 경제에 대해 갖고 있는 선입관들이 대부분 자본의 이익을 위해 교묘하게 주입된 것이라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소름이 끼칠 지경이다.

대기업의 경영자나 소유주 쯤 되는 사람이 아니라면 반드시 읽고, 알고 있어야 할 내용이다. 특히나 월급쟁이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자신의 경제 활동에 반영할 수 있도록 잘 알아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정작 나는...... 벌써 대부분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은 사라지고 충격만 남았다.

지금은 '자본주의'가 경제 뿐만 아니라 국가와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것 같다. 당연히 '자본'이 '주(主)' 이고 인간은 기껏 해야 부재료, 실제로는 상당 수가 소모성 자원의 일종으로 취급되고 있다. 자본보다 인간이 중요해지는 세상이 내 생전에 올까? 엄청난 천재지변으로 세계 인구가 절반쯤 사라지지 않는 한, 그런 일은 있을 것 같지 않아서 걱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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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September 06, 2011


제목: 구해줘 (Sauve-moi)
지은이: 기욤 뮈소 (Guillaume Musso)
옮긴이: 윤미연
출판사: 밝은세상
발행일: 2006년 7월 31일 초판, 2007년 12월 3일 2판 (원저 2005년)

표지에 쓰여있다시피 85주 연속 프랑스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소설이다.

이야기는 약간 허영이 있는 여자에게서 시작한다. 유명 배우가 되고 싶었으나, 성공하지 못하고 이제 막 포기하려는 중이다. 그런 순간에 운명적인 남자를 만난다. 유능한 의사. 마침 적당한 시기에 아내와 사별하고, 마음의 문을 닫아 걸고 있다. 하지만 여주인공을 만나고 삶의 의미를 찾는다.

속칭 '하이틴 로맨스'라 불리던 숱한 연애소설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 어떻게 그렇게나 인기를 끌었을까? 오랜만에 '재미'에 집중한 책을 읽어 재미있기는 하지만 그토록 열광할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이후는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겠지만 좀 더 얘기를 해 본다.

갑자기 저승사자가 나타난다. 여주인공이 죽어야 하는 운명이란다. 때맞춰 갑자기 저승사자가 인간이었을 때의 딸, 그리고 그녀(저승사자가 여자다)를 짝사랑 하던 남자도 등장한다. 이쯤 되면 분위기는 로맨틱하긴 커녕 오컬트스러워 진다.

좀 특이하고, 어찌 보면 황당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재미'는 잃지 않은 채 이야기는 계속된다.

저승사자의 딸 때문에 사건은 이제 홍콩 느와르 물이 되어 간다. 마약상인과의 총격전. 그리고, 미스테리로 남았던 의문의 극적인 해소. 그리고 대단원.

혹시 이런 거 아니야 싶은 사건이 딱 그렇게 되어 가는 면이 좀 있지만, 그게 그저 뻔한 스토리인지 아니면 잘 구성된 플롯에 의해 부여된 '개연성' 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 끝끝내 편치 않은 부분은, 저승사자의 역할이다. 인간도 아니고, 그렇다고 딱히 영적인 존재도 아닌 것이 이랬다 저랬다 갈피를 못 잡고 일관성 없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작품 내의 모든 부조리와 불합리와 구성상의 어려움을 그냥 한 인물에 전부 쑤셔 넣어 대충 포장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래도 이 책은 끝까지 '재미'라는 중요한 미덕을 놓치지 않았고 (맨 마지막 챕터는 살짝 아쉽긴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거기에 열과했기에 앞서도 소개한 85주 연속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내 생각에도 '로맨스 알레르기' 같은 게 있는 사람만 아니라면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