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June 30, 2013

은밀한 호황



제목: 은밀한 호황
지은이: 김기태, 하어영
출판사: 도서출판 이후
발행일: 2012년 11월 30일

표지에 나온 그대로. 대한민국 성매매 보고서다.
우리나라는 어디나 성매매가 만연해 있다. 그런데 그게 불법이다. 하지만 아무도 개의치 않는 것 같다. 먼저, 성매매가 불법이라는 사실이 좀 어이가 없다. 자본주의 자유경제에서 개인간의 거래가, 딱히 위험하거나 누구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불법이라고 되어 있다. 도대체 왜? - 이 책 역시 이 질문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다음으로는 불법이라면서 이렇게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것이 또 어이가 없다. 내 직장 근처만 해도, 마음만 먹으면 성매매 전단지를 매일 천 장씩 발견할 수 있다. 대놓고 불법 행위를 광고하는 그 업소들을 단속하거나 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단속 비슷한 거라도 있었다면 그렇게 노골적인 광고를 날마다 반복할 리는 없으니까.
이렇게 흔하게 눈에 띄면서도, 어딘가 꺼림직한 구석이 있기는 한지, 공개적인 안건으로 다루어 지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 제대로 된 연구 같은 것은 정말 드물단다. 하지만 연구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이 밝히는 대략의 통계는 2010년 성매매 규모가 6조 6천억원을 넘는단다. 여기에서 5%만 세금을 걷어도 3천억원 이상을 매년 벌어들일 수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의 성매매는 국가적으로 장려된 측면이 없지 않다. 1956년 자료에 의하면 육군에서 위안소를 따로 운영했고, 확인된 위안부의 수는 79명이란다. (본문 21쪽) 전혀 모르고 있던 이야기이고, 상상도 못 했던 내용이다. 국가에서 군 위안부를 운영하다니...... (그래서 일본의 위안부 문제에 대해 아무런 대응도 못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 전통이 면면히 이어져 내려와, 현재에도 단속을 하는 척 마는 척 하면서 경찰이나 관공서에서는 업소로부터 상납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는 합법적인 이야기도 아니지만, 드문 이야기도 아니며, 한편으로는 당연시 되기까지 한다.
성매매 여성들이 성매매로 유입되기까지의 과정. 흔히 알려진 대로, 돈이 없어서가 가장 많은 이유다. 마음껏 즐겨 보겠다고 성매매에 나서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반대로 모순적이게도, 성매매를 그만두기로 결심하는 가장 큰 이유도 돈을 벌 수 없어서다. 이 빌어먹을 착취공화국은 가정 폭력에 시달리다가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온 어린 여학생들에게까지 촘촘히 착취의 그물을 쳐 두고 마지막 한 방울까지 쥐어 짠다. - 성매매 수익금은 대부분 포주가 갖는다. 당장은 당사자가 70% 가져가는 걸로 보이더라도, 어이 없는 고리대금 등의 관행을 통해서 결국은 포주가 다 가져 간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 봐야 계속 빚만 느는 구조다.
주변의 이웃들도 잔인한 착취자일 뿐이다. 성매매 업소를 단속이라도 할라 치면, 주변의 온갖 가게들이 진정을 넣는 등의 방해를 한단다. 성매매로 유입되는 금전이 줄어들면 주변 상권이 침체되니까. 그 주변의 식당, 미용실, 옷가게, 병원 등등은 모두 한통속이 되어 헐벗은 누이들을 강간하는 데 일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왜 하필 성매매를 하느냐고? 여자가 경제적으로 인정받는 능력은 성이 거의 유일하다. 아무리 열심히 온 종일 청소, 빨래, 설거지 등을 해 봐야 손에 쥐는 금액은 보잘것 없다. 포주에게 반을 뜯긴다 해도, 성매매 한 번이면 그보다는 많은 돈을 얻을 수 있다. - 도대체 뭐가 잘못돼서 이런 계산이 나오고 있는 걸까?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가정 폭력을 겪는 것이 여자아이들 뿐은 아닐테고, 가정이 불우한 것도 여자아일만의 일은 아닐텐데, 성매매도 할 수 없는 남자아이들은 도대체 어떻게 되는 건지 너무나 궁금하다. 혹시 장기밀매 같은 더 안좋은 일을 당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이런 끝없는 성매매는 결국 수요자가 더 큰 문제가 아닐까 싶다. 성에 그토록 높은 가격이 매겨져 있다는 것은, 그토록 수요가 많다는 것 아닌가! 하지만 킨제이 보고서 등, 성에 대해 연구들을 보면 어디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달리 성욕이 강하다거나, 성적 능력이 우월하다는 내용은 없다. 다만, 성매매 빈도가 미친 듯이 높을 뿐이다. 이 책에서는 이 점이 해외 성매매로 나타나고 있다. 온 세계를 돌아다니며 한국형 성매매 업소를 수출하고 있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남성들.
별다른 해법은 제시되지 않는다. 제시할 수 없는 거겠지. 아마 예수가 온다고 해도 답이 없을 거고, 제갈공명이 와도 할 수 있는 게 없을 거다. 하지만 좀 어이없게도, '그래도 개중에는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선택한 여성들도 있다' 라는 황당한 이야기로 결말이 나고 만다. 꼭 그것이 결론은 아닐지라도, 마지막 장에 배치되어 있어, 그런 느낌을 주기 쉽다.
나도, 자발적인 성매매는 처벌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 전에 선행될 것이, 비슷한 노력에 대해 비슷한 대가를 얻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찜통같은 주방에서 하루 종일 설거지를 하는 일보다 눈 딱 감고 30분간 가랑이 벌리는 일이 더 수입이 많은데 왜 굳이 어려운 쪽을 택해야 하는가! 나부터도 연봉의 두 배쯤 준다면 성매매를 선택할 지도 모르는데......
뭐가 잘못된 건지, 어디서 부터 잘못된 건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이 사태.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에서는 한해 6조 원이 넘는 규모의 성매매가 이루어지고 있고, 그 대부분은 포주들의 손으로 들어가며,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수많은 여자들은 성매매로 내몰리고 있다. -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그럼 비슷한 처지의 남자들은? 도대체 어떻게 되었을까?
그냥 나열된 통계 수치를 한 번쯤 되새겨 보는 것 만으로도, 대한 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이 불합리한 구조를 깨 줄 영웅을 기대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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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June 18, 2013

왜 열대는 죽음의 땅이 되었나


제목: 왜 열대는 죽음의 땅이 되었나 (Tropic of Chaos)
지은이: 크리스천 퍼렌티 (Christian Parenti)
옮긴이: 강혜정
출판사: 미지북스
발행일: 2012년 8월 10일 (원저 2011년 6월 28일)

또 제목 번역이 이상하다. 혼돈의 열대 정도 되는 제목인데 죽음의 땅 이라고 섬찟하게 번역했다. 읽어 보면 죽음의 땅 쪽이 더 맞는 것 같기도 하고, 혼돈 쪽이 더 적절한 것 같기도 하고...... Climate Change and the new Geography of Violence 라는 부제는 무척 모범적으로 기후 변화와 폭력의 새로운 지형도 라고 번역되어 있다. 위 이미지에서는 볼 수 없지만, 책 뒷면에는 적갈색으로 "누가 에카루 로루만을 죽였는가?" 라고 비교적 크게 적혀 있다.
책은 저자가 투르카나 부족 출신인 에카루 로루만 이라는 사람이 죽어있는 모습을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가장 간단히는 적대관계에 있는 인근 포코트 라는 부족의 누군가가 죽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이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은 게, 왜 그들이 적대 관계가 되었는지, 어쩌다가 그렇게 가까이 있게 되었는지, 어떻게 살인 무기인 총을 구했는지 등을 파고들면 온 세계가 얽힌 더러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갈등을 만나게 된다.
그 복잡해진 내용을 요약하자면 결국 온난화 때문이다. 산업화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의 증가로 지구가 온난화되고, 그에 따른 기후 변화로 아프리카 부족들의 전통적 생활 양식은 위협받는다. 가뭄이나 홍수를 피해 이리 저리 이동하다 보면 적대적인 다른 부족과 맞닥뜨리는 일은 피할 수 없다.
소위 선진국이라 일컬어지는 서구 세계가 온 세계를 식민지화 할 때, 그들은 국가 내에서 민족간의 갈등을 부추겨 서로 싸우게 만들어 쉽게 지배하는 술수를 쓰곤 했다. (비슷한 일은 현재 대한민국에서도 진행중이다.) 그 과정에서 폭력을 부추기기 위해 많은 무기가 제공되고, 결국 의도대로 폭력과 그에 따른 사회 불안정으로 아주 갖고 놀기 만만한 식민지가 되는 것이다. - 대한민국도 총기만 풀리면 순식간에 소말리아 꼴이 될 것 같다.
이런 상황에 기후 변화로 인한 압력이 더해지면 사태는 더욱 걷잡을 수 없게 폭발하는 것이다. 비참한 자들은 더욱 끔찍한 생지옥을 향해 가고, 부유한 자들은 자신들만의 파라다이스를 구축하고......
이 책은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들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묵묵히 대륙별로 보여준다.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에티오피아, 우간다, 짐바브웨의 위치 관계가 눈 앞에 또렷이 떠오르는 사람들에게는 불필요하겠지만, 중간 중간 이런 나라들을 표시한 대륙 단위의 지도가 들어있다. 나처럼 수단이 아프리카에 있는지 아메리카에 있는 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고마운 지도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카자흐스탄, 키리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의, 몇 번씩은 들어 봤음 직한 나라가 어디쯤에 있는 어떻게 생긴 나라인지 볼 기회가 좀처럼 없다. - 굳이 찾아 보게 되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여러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불평등. 이 불씨에 기후 변화가 기름을 부어 폭발적인 힘으로 사회 전체를 붕괴시키고 있다는 주장. 그를 뒷받침하는 사례들이 전 세계를 돌며 반복된다.
이 책은 딱히 이산화탄소를 줄이자거나, 친환경 에너지를 쓰자거나 하는 등의 이야기는 별로 하지 않는다.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기후 변화가 이 세상의 불행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대책도 민간 차원보다는 정부 차원에서 마련하는 편이 좋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현재 지구의 온도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산화탄소의 양도 무섭게 증가하고 있다. 이산화탄소가 온실효과를 유발하는 사실은 분명하다. 여기까지는 사실이다. 그럼 현재의 온도 상승에 이산화탄소가 기여한 몫은 얼만큼일까? 나는 이 부분이 항상 궁금했는데, 이 책도 여기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다. 아쉽다. 오십여 쪽에 달하는 각주와 참고문헌을 뒤져 보면 뭔가 더 나올까?
충분히 우울한 책이다. 중고생들이 줄지어 자살하는 것 만큼이나 우울한 책이다. 인류는 파멸을 향해 꾸준히 나아가고 있고, 그 어디에도 별다른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책 읽는 내내, 살아가는 동안 저런 험한 꼴은 보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숱하게 했다. 뭔가 심각하고 우울한 내용을 싫어한다면 이 책은 피하자.
불행인지 다행인지, 우리 나라는 아직 지구 온난화로 인한 피해는 별반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하지만 지구의 다른 곳에서는 이미 충분히 고통을 치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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