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June 18, 2013

왜 열대는 죽음의 땅이 되었나


제목: 왜 열대는 죽음의 땅이 되었나 (Tropic of Chaos)
지은이: 크리스천 퍼렌티 (Christian Parenti)
옮긴이: 강혜정
출판사: 미지북스
발행일: 2012년 8월 10일 (원저 2011년 6월 28일)

또 제목 번역이 이상하다. 혼돈의 열대 정도 되는 제목인데 죽음의 땅 이라고 섬찟하게 번역했다. 읽어 보면 죽음의 땅 쪽이 더 맞는 것 같기도 하고, 혼돈 쪽이 더 적절한 것 같기도 하고...... Climate Change and the new Geography of Violence 라는 부제는 무척 모범적으로 기후 변화와 폭력의 새로운 지형도 라고 번역되어 있다. 위 이미지에서는 볼 수 없지만, 책 뒷면에는 적갈색으로 "누가 에카루 로루만을 죽였는가?" 라고 비교적 크게 적혀 있다.
책은 저자가 투르카나 부족 출신인 에카루 로루만 이라는 사람이 죽어있는 모습을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가장 간단히는 적대관계에 있는 인근 포코트 라는 부족의 누군가가 죽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이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은 게, 왜 그들이 적대 관계가 되었는지, 어쩌다가 그렇게 가까이 있게 되었는지, 어떻게 살인 무기인 총을 구했는지 등을 파고들면 온 세계가 얽힌 더러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갈등을 만나게 된다.
그 복잡해진 내용을 요약하자면 결국 온난화 때문이다. 산업화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의 증가로 지구가 온난화되고, 그에 따른 기후 변화로 아프리카 부족들의 전통적 생활 양식은 위협받는다. 가뭄이나 홍수를 피해 이리 저리 이동하다 보면 적대적인 다른 부족과 맞닥뜨리는 일은 피할 수 없다.
소위 선진국이라 일컬어지는 서구 세계가 온 세계를 식민지화 할 때, 그들은 국가 내에서 민족간의 갈등을 부추겨 서로 싸우게 만들어 쉽게 지배하는 술수를 쓰곤 했다. (비슷한 일은 현재 대한민국에서도 진행중이다.) 그 과정에서 폭력을 부추기기 위해 많은 무기가 제공되고, 결국 의도대로 폭력과 그에 따른 사회 불안정으로 아주 갖고 놀기 만만한 식민지가 되는 것이다. - 대한민국도 총기만 풀리면 순식간에 소말리아 꼴이 될 것 같다.
이런 상황에 기후 변화로 인한 압력이 더해지면 사태는 더욱 걷잡을 수 없게 폭발하는 것이다. 비참한 자들은 더욱 끔찍한 생지옥을 향해 가고, 부유한 자들은 자신들만의 파라다이스를 구축하고......
이 책은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들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묵묵히 대륙별로 보여준다.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에티오피아, 우간다, 짐바브웨의 위치 관계가 눈 앞에 또렷이 떠오르는 사람들에게는 불필요하겠지만, 중간 중간 이런 나라들을 표시한 대륙 단위의 지도가 들어있다. 나처럼 수단이 아프리카에 있는지 아메리카에 있는 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고마운 지도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카자흐스탄, 키리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의, 몇 번씩은 들어 봤음 직한 나라가 어디쯤에 있는 어떻게 생긴 나라인지 볼 기회가 좀처럼 없다. - 굳이 찾아 보게 되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여러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불평등. 이 불씨에 기후 변화가 기름을 부어 폭발적인 힘으로 사회 전체를 붕괴시키고 있다는 주장. 그를 뒷받침하는 사례들이 전 세계를 돌며 반복된다.
이 책은 딱히 이산화탄소를 줄이자거나, 친환경 에너지를 쓰자거나 하는 등의 이야기는 별로 하지 않는다.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기후 변화가 이 세상의 불행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대책도 민간 차원보다는 정부 차원에서 마련하는 편이 좋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현재 지구의 온도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산화탄소의 양도 무섭게 증가하고 있다. 이산화탄소가 온실효과를 유발하는 사실은 분명하다. 여기까지는 사실이다. 그럼 현재의 온도 상승에 이산화탄소가 기여한 몫은 얼만큼일까? 나는 이 부분이 항상 궁금했는데, 이 책도 여기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다. 아쉽다. 오십여 쪽에 달하는 각주와 참고문헌을 뒤져 보면 뭔가 더 나올까?
충분히 우울한 책이다. 중고생들이 줄지어 자살하는 것 만큼이나 우울한 책이다. 인류는 파멸을 향해 꾸준히 나아가고 있고, 그 어디에도 별다른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책 읽는 내내, 살아가는 동안 저런 험한 꼴은 보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숱하게 했다. 뭔가 심각하고 우울한 내용을 싫어한다면 이 책은 피하자.
불행인지 다행인지, 우리 나라는 아직 지구 온난화로 인한 피해는 별반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하지만 지구의 다른 곳에서는 이미 충분히 고통을 치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어야 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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