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January 20, 2013

보이는 용산 보이지 않는 용산



제목: 보이는 용산 보이지 않는 용산
지은이: 김일태, 김한배, 서우석, 송도영, 양승우, 조경진
출판사: 마티
발행일: 2009년 10월 10일

또 용산에 관한 책이다. 아마도 어딘가에서 용산참사 관련하여 추천해 주었던 책일 거다. 그걸 작년 6월에 회사에 교양도서로 신청을 하고, 이제서야 읽은 것 같다. 그 사이 몇 권인가 용산 참사 관련 서적을 이미 읽었지만, 여전히 용산참사의 피해자들은 범죄자로 낙인칙힌 채고, 용산은 주차장이 되어 있단다. - 고작 주차장 만들자고 잘 살던 사람들을 죽이고 쫓아 낸 건가......
그런데, 이 책은 용산참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그냥 용산의 사회, 문화, 역사에 관한 책이며, 한두 번쯤 이런 일도 있었다 정도로 언급될 뿐이다.
이 책은 여섯 명의 저자가 각자 용산에 대해 한 가지 씩 글을 써 모은 듯한 형태다. 저자에 따라 다른 시각, 다른 분야를 보고 있다. 그런데 왜 하필 용산일까?
용산에 있는 미군 기지가 반환되면 그 넓은 땅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논란이 많았단다. 사용하기에 따라서는 용산이 제 2의 강남이 되어 서울의 또 다른 중심지가 될 수 있을 거란다. 그래서 이권이 걸린 많은 사람들이 끼어들었겠지. 그래서 그중 약한 사람들은 밀려나고 짓밟힌 거겠지......
그냥 접근성 좋은 넓은 땅이 생기는 것 만으로 그곳이 명소가 되어 줄까? 누구 마음대로? 걸핏하면 사람에 치어 걷기조차 힘든 강남이나 명동이 계획적으로 만들어졌나? 계획적으로 그런 것을 만들 수 있을까? 나로서는 일단 회의적이지만, 잘 모르겠다.
전체 211쪽으로 두껍지 않은 책인데, 그중 20여 쪽이 주, 참고문헌, 찾아보기 등이다. 객관적인 내용을 담으려고 공을 들였다. 딱히 용산 참사와 연관성이 있어 보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용산 개발과 연관성이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솔직히 말하자면 도대체 뭘 얘기하려는 건지 잘 모르겠다.
여러 가지 색다른 외국 음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용산과 이태원 쪽의 외국 음식점들에 대한 이야기는 아주 흥미로울 것 같다. 용산 지역의 역사도 우리나라의 역사와의 연장선 상에서 특색 있다. 그밖에는 정작 용산이 대단한 명소나 되면 모를까, 그 전에는 굳이 궁금하지도 않은 내용들을 재미있지도 않게 계속 늘어놓고 있으니...... 딱히 '용산'이라는 지역에 특별한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별로 얻을 게 없을 것 같다.

=^.^=

Labels: , , , , , , , ,

Sunday, January 13, 2013

공중 그네


제목: 공중그네 (空中ブランコ)
지은이: 오쿠다 히데오 (奥田英朗)
옮긴이: 이영미
출판사: 은행나무
발행일: 2005년 1월 15일 (원저 2004년)

이번에도 소설이다.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소설. 게다가 추리소설도 아니고, 내용상 대단한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감상문을 쓰는 데도 부담이 없다.

주인공이 정신과 의사다. 어떻게 의사가 됐는지 조금 의심스러운 구석이 있다. 읽다 보면 뭔가 연줄이 있다는 언급은 나오는데, 그다지 중요하진 않다. 결혼을 했는 지는 잘 모르겠다. 왠지 주사에 집착하는, 본인 스스로도 조금 '정상'의 범주에서 벗어나 있는 의사다.

책에는 다섯 개의 이야기가 나온다. 서로 아무런 연관이 없으니, 아무 거나 먼저 읽어도 관계 없을 것 같다. 그 이야기들은 각각 고슴도치, 공중그네, 장인의 가발, 3루수, 여류작가.

각 편의 환자는 잘 살고 있다가 어딘가 이상함을 느껴서, 주변의 충고에 따라 정신과를 찾는다. 그래서 의사 이라부를 만난다. 의학박사 이라부 이치로. 흔히 상상하는 '의학박사'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 환자가 오면 신나서 같이 놀고 싶어하는 아이같다. 그중 빠질 수 없는 중요한 행사는 주사다. 왠지 꼭 환자에게 갖은 핑계를 대서 주사를 한 방 놓고 시작한다. 비타민 주사.

정신과를 찾는 만큼, 각 환자들은 정신적인 문제가 조금씩 있다. 맨 처음 이야기인 '고슴도치'의 환자는 야쿠자인데 뭔가 뾰족한 것만 보면 두려워진다. 칼이나 송곳은 물론, 젓가락, 꽁치, 심지어는 책상 모서리까지. '장인의 가발'에 등장하는 환자는 다른 의사인데, 장인의 가발을 벗기고 싶은 증상이 너무 심해져서 힘들어 하고 있다.

누군가 나와 상관 없는 사람이 미쳐 있는 모습을 멀찍이서 구경하는 것은 우습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데서 오는 비웃음 섞인 웃음. 왜 스스로는 저걸 모를까 하는 답답함. 그래서 그런지 재미있게 읽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은 살짝 개운치 않은 느낌이다. - 환자들이 딱히 완치되지 않은 상태로 에피소드가 끝나서 그럴 수도 있겠다.

별 생각 없이 재미있게 읽을 만한 책을 찾는다면, 누구나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야한 내용도 없고, 폭력적인 내용도 없다!

책 내용과는 별개로, 일본은 우리나라보다는 정신과 상담을 많이 받는 편이란다. 정신과에 다닌다는 것에 대한 편견도 별로 없고.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정기적으로 정신과 상담을 받는 사람이라면 뭔가 문제가 있는 것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서 안타깝다.

=^.^=

Labels: , , ,

Wednesday, January 09, 2013

스노우맨




제목: 스노우맨 (Snømannen)
지은이: 요 네스뵈 (Jo Nesbø)
옮긴이: 노진선
출판사: 도서출판 비채
발행일: 2012년 2월 14일 (원저 2007년)

이번엔 소설이다. 추리소설. 노르웨이.

책을 읽은 지인 한 명은, 나른한 북유럽 느낌의 추리소설을 기대했는데, 너무나 헐리우드풍이라서 뜻밖이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지인 한 명은, 추리소설이 왜이리 나른하고 축축 늘어지느냐고 재미없다고 했다. 둘 중 누구 말이 맞을까? 개인적으로는 앞쪽의 얘기가 더 와 닿는다.

프롤로그는 불륜 관계의 정사 신으로 시작되어, 음울한 죽음에 대한 예고를 깔며 마친다. 그 이후는 연쇠살인. 범인을 쫓는 형사. 뜻밖의 반전. 끝내 범인 검거. 감춰진 이야기 설명으로 전형적인 추리소설 형식을 따른다. 거기에 헐리우드풍 해피엔딩.

먼 이국의 소설답게 나오는 지명이나 인명이 상당히 생소하다. 처음 등장 인물이 사라 크비네슬란. 그리고 주인공인 해리 홀레. 그가 출근하는 장면을 묘사하며 나오는 인명들이 잭 할보르센, 망누스 스카레, 베아테 뢴, 엘렌 옐텐, 비아르네 묄레르. 한국에서 살면서 미국 이외의 외국은 이름도 대기 버거운 나같은 사람에게는 독해에 지장을 줄 만큼 난해한 이름들이다. 이후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등장하는 이름들도 별반 다르지 않은 느낌이어서 그런지, 다 읽고도 기억나는 이름은 주인공인 해리 홀레 외에는 거의 없다.

저자는 해리 홀레를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을 여럿 썼단다. 그중의 한 권이어서 그런지, 이 작품에서는 그의 외모를 공들여 묘사한 부분을 찾아 보기 힘들었다. - 아니면 생소한 이름에 묻혀서 내 기억에 남아있지 않을 수도 있다. - 그래서인지, 책을 읽어 가면서는 자연스럽게 흔한 중년의 털 많고 우락부락한, 다소 뚱뚱한 남자의 이미지가 그려졌다. 그런데 옮긴이는 책 말미에 옮긴이의 말에서 '장신의 마른 몸, 못생긴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섹시한 얼굴, 차가운 나쁜 남자' 라고 묘사한다. 내가 뭔가 놓쳤거나, 그냥 다른 상상을 한 것이거나......

이 책 역시 추리소설이라는 성격상 내용에 대해 더 자세히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꽤 재미있었고, 각종 고유명사들만 흔히 접하는 미국식 이름으로 치환한다면 그냥 매끈한 헐리우드풍 액션 스릴러물이다. 다만, 내가 아직 미치지 않아서 그런지 연쇄 살인을 저지르는 범인의 심리 상태가 이해되지도 않고 공감되지도 않았다. 어쩌면 이런 부분은 평생 모르는 채 살아 가는 편이 더 나을 것도 같고......

정통 추리소설을 기대한다면 두뇌게임이 그다지 치밀하게 여겨지진 않는다. 하지만 액션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


Labels: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