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March 22, 2010



제목: 총, 균, 쇠 (Guns, Germs, and Steel)
지은이: 재레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
옮긴이: 김진준
출판사: 문학사상사
발행일: 1998년 8월 8일(원저 1997년 3월)

무기, 병균, 금속은 인류의 문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이렇게 책 표지에 씌여 있다. 하지만 좀 더 근원적으로는 이 책의 제목을 단 한 단어로 쓰는 것도 적절할 것 같다. 바로 '밥(food)' 이라고.

저자는 간단한 의문에서 출발한다. 어째서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정복했을까? 어째서 반대로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유럽을 정복하지 않았는가?

우선 다들 잘 알다시피 유럽인과 아메리카 원주민이 만났을 때, 유럽인들은 잘 조직된 군대를 가진 국가를 형성하고 있었고, 총기로 대표되는 최신 무기로 무장되어 있었다. 아메리카의 원주민들은 부족 단위의 수렵, 채집 생활을 하고 있었으며, 변변한 무기조차 없었다. 게다가 유럽인들이 가져간 전염병은 총보다 간단히 훨씬 많은 수의 원주민들을 '정리' 해 버렸다.

어째서 한쪽은 근대 국가와 무기를 발명해내는 동안 다른 쪽은 그렇지 않았을까?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바로 '식량' 때문이었다. 유럽-아시아 지역은 운 좋게도 농작물이 되어줄 수 있는 식물이 많았고, 가축이 되어줄 수 있는 동물도 많았다. 그래서 다른 지역보다 먼저 식량을 생산할 수 있었고, 그렇게 생산된 풍부한 식량은 곧 높은 인구 밀도로 이어졌고, 그대로 사회의 복잡성을 증가시켜 조직화된 국가로 나아가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비록 제목은 총, 균, 쇠 이지만 그 밑바닥에는 바로 식량 문제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책은 그렇게 확대된 인구 집단이 어떻게 각종 문명들을 만들어 가는지, 그런 문명이 어떻게 전파되어 가는지 아주 흥미진진하게 서술하고 있다. 마치 문명이 이후에 어떻게 변화되고 발전되어 나갈 것인지도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미래에 관한 이야기는 언급되지 않았다.)

이 책은 상당히 두껍다. 680여 쪽. 그 뒤엔 50여 쪽 분량의 참고자료 목록이 있고, 찾아보기도 있다. 꽤나 무거운 책이다. 다만, 찾아보기가 좀 부족한 느낌이 있고, 오자로 생각되는 글자들이 제법 눈에 띈다. 초판도 아니고, 초판 15쇄, 2판 17쇄인 책 치고는 서운한 일이다.

인류 문명의 여정을 함께 밟아오는 듯한 즐겁고 흥미진진한 독서였다. 왜 각 사회의 문화가 이처럼 다른가 궁금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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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March 05, 2010



제목: 성공과 좌절 - 노무현 대통령 못다쓴 회고록
지은이: 노무현
출판사: 도서출판 학고재
발행일: 1009년 9월 22일

지금 이 나라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이 책의 저자인 노무현을 알 것이다. 한때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었고, 이제는 이 세상에 없는 분이다. 많은 미움을 받았고, 비슷하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는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자살기록부(그런 것이 있다면)에 전직 대통령 까지 올라버린 우리 나라는 이제 명실상부한 세계 제일의 자살공화국이 되지 않았나 싶다.

책의 내용은 그다지 충실하지 못하다. 회고록으로 준비하던 원고를 다 끝내지 못하고 가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부분에는 쓰고 싶었던 이야기의 개요 정도만 적어 놓은 것들을 모았고, 중간에는 몇몇 웹사이트에 올라갔던 글들을 모았고, 뒷부분은 대통령직을 수행할 당시의 육성 기록을 지면에 옮겼다. 그러다 보니, 책 전반을 아우르는 논지나 요점 같은 것도 없고, 그저 끊임없는 나열로 느껴진다. 어떻게 보면 저자로 표시된 노무현 자신이 쓴 책은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그래도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있다. 책의 내용을 읽는다기보다 '나는 이 책을 읽는다' 라는 의사표시로 말이다.

'그런 책 읽다가 잡혀 가면 어떡해?'

지금은 이 말이 농담이나 빈말이 아닌 시대가 되어 버렸다.

대통령 하나 바꿨을 뿐인데 이 나라에는 참으로 많은 비극이 일어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는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정부 정책이 마음에 안든다는 이야기를 꺼내기도 두려운 세상이다.

나는 대부분의 책에서 맨 겉장 아래에 감겨 있는 띠지는 쿨하게 바로 버렸다. 하지만 이 책은 차마 그러질 못했다. 띠지로 가려진 부분이 그냥 하얀 여백에 출판사 이름이 박힌 것이 전부이기도 하지만, 전직 대통령의 사진과 사인. 내가 이런 것을 손에 넣을 기회가 또 있을까? 굳이 손에 넣고 싶은 대통령이 또 있을까?

그의 정책을 전반적으로 지지했다거나, 그를 무척 존경한다거나 했던 것도 아닌데 그를 생각하면 슬픔과 울분이 치밀어오른다.

다시 말하지만, 책 내용은 별 것 없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것은 독서가 아닌 정치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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