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July 25, 2012

피로사회

제목: 피로사회 (Müdigkeitsgesellschaft)
지은이: 한병철
옮긴이: 김태환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발행일: 2012년 3월 (원저 2010년)



이번에도 특이한 저자의 책이다. 고려대학교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한 뒤 독일로 건너가서 철학을 공부했단다. 그런데 책에 옮긴이가 따로 있다. 이름으로 미루어 보면 한국에서 태어난 것 같다. 그러나 막상 책을 쓸 때는 독일어로 썼고, 한국어판에는 옮긴이가 따로 있다. 이상하다. 한국어를 잊은 건지, 아니면 대학 이외에는 대부분 독일에서 지낸 건지......

저자는 현대의 사회를 '피로사회'로 규정하고, 그에 대한 여러 철학적 사고를 풀어놓고 있다.

사회는, 금지와 강제로 유지되는 규율사회에서, 구성원 개개인의 능동적 참여를 바탕으로 하는 성과사회로 발전하고, 이어 능동성과 긍정성이 지나치게 되어 개인이 소진되고 마는 피로사회로 접어든다는 분석. 그렇게 소진된 개인은 대상도 지향도 없는 우울증에 빠지게 된단다. 그때는 우울사회.

현재 한국은, 아니, 어쩌면 세계는 긍정적 자세와 능동적 참여를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긍정성이 극단적으로 확장되면 개개인이 감당할 수 없어 피로를 느끼게 된다. 이 피로는 자신이 스스로 성과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자기 자신을 과잉 착취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마땅히 해소할 방법이 없다. 어쩌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발생하는 자살은 이런 해소할 수 없는 피로가 원인인 지 모른다.

물리적인 분량은 얼마 되지 않지만, 내용도 쉽지 않고, 생각할 거리가 많아 머리가 복잡하다. - 심지어는 회사 서고에 이 책이 꽂혀 있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도 생각해 보게 된다.

그렇다면 이 우울한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불행하게도 이 책은 딱히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너무 어렵고 완곡해서 내가 눈치채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여백이 모자라서' 적지 않았을 수도 있다.

사는 것이 피곤한 사람이라면 한 번씩 읽고 생각해 볼 만한 책이다. 다만, 답이 없다는 우울함은 각오하고 읽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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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July 19, 2012

왓츠 넥스트


제목: 왓츠 넥스트 (What’s Next)
지은이: 제인 버킹엄, 티파니 워드 (Jane Buckingham, Tiffany Ward)
옮긴이: 김민주, 송희령
출판사: 웅진윙스
발행일: 2009년 1월 20일 (원저 2008년 1월 22일)

이런 제목을 볼 때마다 좌절하지 않을 수 없다. '왓츠 넥스트'! 왓더ㅃ.... 다음은 뭐? 라던지 앞으로 무슨 일이 라던지 그런 최소한의 '한글화' 비슷한 노력마저도 포기한 걸까? 아니면 영어를 그대로 쓰는게 좀 더 있어 보여서? 그런데 쫌 아는 사람은 '왓츠넥스트' 라는 어색한 5음절로는 도저히 영어 'What's Next' 2음절이 주는 강렬한 느낌을 줄 수 없다는 정도는 눈치 챌텐데...... 

저자는 나름의 기준으로 선정한 50명의 '이노베이터' 내지는 '트렌드세터' 들과의 인터뷰를 기록했다. 그들은 각자 자기 나름의 전문성을 가지고 '미래는 이러할 것이다' 정도의 예측 내지는 예상을 한다.

읽다 보면 대부분은 이게 과연 '예측' 이라고 해도 될 만한 건지 의문스럽다. 그냥 '희망사항'에 불과해 보이는 내용도 적지 않을 뿐 아니라, 도대체 이런 게 '미래'와 무슨 상관이야 싶은 것도 있다. 

나름 '이노베이터' 내지는 '트렌드세터'의 이야기라서 그런지, 그들의 비전에 별로 공감하지 못하는 내게는 별 재미조차 없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세상에는 이런 생각도 존재한다' 정도 이상의 의미는 찾지 못하겠다.

여러 가지 다양한 관점과 생각을 구경하는 데에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정작 '미래' 라거나 '넥스트' 같은 것을 알고 싶다면 다른 책을 찾는 편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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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July 04, 2012

향연 - 사랑에 관하여

제목: 향연 - 사랑에 관하여 (Symposium - e peri erotos, ethicus)
지은이: 플라톤 (Platon)
옮긴이: 박희영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발행일: 2003년 5월 30일 (원저 ??, OCT(Oxford Classical Texts) Platonis Opera II 1901년)



원저가 정확히 언제 씌여졌는지는 확실치 않다. 적어도 기원전 300년 이전일 것이다. 다만 이 한글판은 주로 OCT(Oxford Classical Texts) 중 Platonis Opera II 를 기반으로 쓰여졌단다. 이는 1901년 씌여졌단다. 인터넷에서 찾은 내용인데 확실한지는 잘 모르겠다.

플라톤. '플라톤이면 거의 논어랑 동급 아닌가요?' 라고 지인이 얘기했다. 그런가? 논어의 현대어 번역판도 분명 있기는 있을 텐데, 딱히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플라톤이고, 공자고, 현대에 와서 이해하기에는 너무 오래 되었을 뿐 아니라 원래의 사상에 역사의 때가 겹겹이 덫칠되어 아무리 노력해도 그들의 진짜 속내는 알 수 없다는 정도의 공통점이 있을 것 같다.


향연이라는 것은 고대 그리스의 파티 비슷한 것으로, 먹고, 마시고, 대화하는 형식의 사회활동으로 보인다. 현대의 파티나 잔치 보다는 대화에 큰 비중을 두는 것 같다.
이 책은 어떤 향연에서 있었던 대화를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로 사랑과 사랑의 신인 에로스에 대한 철학적 대화이다. '소크라테스' 라는 익숙한 이름이 등장하고, 그 외에 아가톤, 파이드로스, 에릭시마코스, 아리스토파네스 등 생소한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대부분은 철학자1, 철학자2.... 으로 변경해도 무방하다. (아마 실존 인물이고, 나름의 개성과 철학과 사연이 있는 인물들일테지만 이 책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과연 사랑이란 무엇일까? 우리가 흔히 느끼고 막연하게 생각하는 감정적인 움직임과는 차원이 다른 많은 이야기가 오간다.


중간에 나오는 우리가 흔히 '플라토닉 러브' 라고 부르는 순수한 사랑. 의미는 그러할 지 몰라도, 형식은 현대판 '순수한 사랑'과는 너무 다르다. 책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사랑에 의해 영감을 받은 사람들은 본성상 더 강인하고 이성적 요소를 더 많이 간직하고 있는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에 남성에게로 마음이 향하게 된다네. 우리는 소년에 대한 사랑에서조차도 그러한 에로스에 의해 고무되어 가장 순수하게 사랑하는 사람들을 구별해낼 수 있다네. 사실 그들은 아무 소년이나 무조건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이성을 갖기 시작한 나이의 소년들만을 사랑한다네. 그런데 이성적 요소를 지니기 시작하는 것은 턱에 수염이 나기 시작하는 나이에 도달해야 비로소 가능한 것 아니겠나? (본문 61쪽~ 62쪽)


동성애 중에서도 나이 어린 소년에 대한 집착. 턱에 수염이 나기 시작하는 나이는 이성을 갖기 시작하는 나이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성적으로 성숙하는 나이라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거의 확실하다. 현대인이 이런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하면, 최첨단 전자발찌를 차거나 화학적 거세를 당하거나, 어쩌면 둘 다 하게 된다. 하지만 저 당시에는 저런 사랑이 '격이 떨어지는' 여자 와의 사랑보다 순수하다고 본 것 같다.


순전히 남성적인 존재가 나뉘어져 반편이 된 남자들은 남자들만 따라다니기 마련인데, 그들은 소년 시절에는 진정한 남성의 축소형 같아서, 성인 남자들을 사랑하고 그들과 동침하는 육체적 결합 속에서 즐거움을 찾기도 한다네. 이들이야말로 가장 남성다운 자들이기 때문에 청소년들 중에서도 가장 훌륭한 자들이라 할 수 있다네. 어떤 사람들은 그들을 불순하다고 이야기하기도 하나 그 말은 틀린 것이네! 왜냐하면 그들은 불순한 동기에서가 아니라 자기 확신과 용기 그리고 남성다움 때문에 자신들과 비슷한 사람들을 사랑하기 때문이지. (본문 87쪽 ~ 88쪽)


현대의 '플라토닉 러브' 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개념이 아닌가! 하지만 당시에는 저런 형태가 나름 '순수'의 형태였다는 사실.


다소 충격적인 이런 내용 외에도 많은 이야기들이 나온다. 책의 물리적 크기는 작지만 깊이는 결코 작지 않은 내용이다. 이천 년도 더 전에 이런 이야기들이 오갔다는 사실을 믿기 힘들 정도로. 게다가 어디 가서 '플라톤'을 읽어 봤다고 잘난 체 하기도 좋다. (아... 이건 아닌가....)


철학에 대한 거부반응이 있거나, 현대와 차이가 큰 개념에서 오는 충격이 감당 안되는 사람들 외에는 읽으면 좋을 만 한 책이다. 특히 사랑때문에 고민이 많은 사람들은 큰 감동과 위안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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