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July 04, 2012

향연 - 사랑에 관하여

제목: 향연 - 사랑에 관하여 (Symposium - e peri erotos, ethicus)
지은이: 플라톤 (Platon)
옮긴이: 박희영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발행일: 2003년 5월 30일 (원저 ??, OCT(Oxford Classical Texts) Platonis Opera II 1901년)



원저가 정확히 언제 씌여졌는지는 확실치 않다. 적어도 기원전 300년 이전일 것이다. 다만 이 한글판은 주로 OCT(Oxford Classical Texts) 중 Platonis Opera II 를 기반으로 쓰여졌단다. 이는 1901년 씌여졌단다. 인터넷에서 찾은 내용인데 확실한지는 잘 모르겠다.

플라톤. '플라톤이면 거의 논어랑 동급 아닌가요?' 라고 지인이 얘기했다. 그런가? 논어의 현대어 번역판도 분명 있기는 있을 텐데, 딱히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플라톤이고, 공자고, 현대에 와서 이해하기에는 너무 오래 되었을 뿐 아니라 원래의 사상에 역사의 때가 겹겹이 덫칠되어 아무리 노력해도 그들의 진짜 속내는 알 수 없다는 정도의 공통점이 있을 것 같다.


향연이라는 것은 고대 그리스의 파티 비슷한 것으로, 먹고, 마시고, 대화하는 형식의 사회활동으로 보인다. 현대의 파티나 잔치 보다는 대화에 큰 비중을 두는 것 같다.
이 책은 어떤 향연에서 있었던 대화를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로 사랑과 사랑의 신인 에로스에 대한 철학적 대화이다. '소크라테스' 라는 익숙한 이름이 등장하고, 그 외에 아가톤, 파이드로스, 에릭시마코스, 아리스토파네스 등 생소한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대부분은 철학자1, 철학자2.... 으로 변경해도 무방하다. (아마 실존 인물이고, 나름의 개성과 철학과 사연이 있는 인물들일테지만 이 책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과연 사랑이란 무엇일까? 우리가 흔히 느끼고 막연하게 생각하는 감정적인 움직임과는 차원이 다른 많은 이야기가 오간다.


중간에 나오는 우리가 흔히 '플라토닉 러브' 라고 부르는 순수한 사랑. 의미는 그러할 지 몰라도, 형식은 현대판 '순수한 사랑'과는 너무 다르다. 책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사랑에 의해 영감을 받은 사람들은 본성상 더 강인하고 이성적 요소를 더 많이 간직하고 있는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에 남성에게로 마음이 향하게 된다네. 우리는 소년에 대한 사랑에서조차도 그러한 에로스에 의해 고무되어 가장 순수하게 사랑하는 사람들을 구별해낼 수 있다네. 사실 그들은 아무 소년이나 무조건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이성을 갖기 시작한 나이의 소년들만을 사랑한다네. 그런데 이성적 요소를 지니기 시작하는 것은 턱에 수염이 나기 시작하는 나이에 도달해야 비로소 가능한 것 아니겠나? (본문 61쪽~ 62쪽)


동성애 중에서도 나이 어린 소년에 대한 집착. 턱에 수염이 나기 시작하는 나이는 이성을 갖기 시작하는 나이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성적으로 성숙하는 나이라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거의 확실하다. 현대인이 이런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하면, 최첨단 전자발찌를 차거나 화학적 거세를 당하거나, 어쩌면 둘 다 하게 된다. 하지만 저 당시에는 저런 사랑이 '격이 떨어지는' 여자 와의 사랑보다 순수하다고 본 것 같다.


순전히 남성적인 존재가 나뉘어져 반편이 된 남자들은 남자들만 따라다니기 마련인데, 그들은 소년 시절에는 진정한 남성의 축소형 같아서, 성인 남자들을 사랑하고 그들과 동침하는 육체적 결합 속에서 즐거움을 찾기도 한다네. 이들이야말로 가장 남성다운 자들이기 때문에 청소년들 중에서도 가장 훌륭한 자들이라 할 수 있다네. 어떤 사람들은 그들을 불순하다고 이야기하기도 하나 그 말은 틀린 것이네! 왜냐하면 그들은 불순한 동기에서가 아니라 자기 확신과 용기 그리고 남성다움 때문에 자신들과 비슷한 사람들을 사랑하기 때문이지. (본문 87쪽 ~ 88쪽)


현대의 '플라토닉 러브' 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개념이 아닌가! 하지만 당시에는 저런 형태가 나름 '순수'의 형태였다는 사실.


다소 충격적인 이런 내용 외에도 많은 이야기들이 나온다. 책의 물리적 크기는 작지만 깊이는 결코 작지 않은 내용이다. 이천 년도 더 전에 이런 이야기들이 오갔다는 사실을 믿기 힘들 정도로. 게다가 어디 가서 '플라톤'을 읽어 봤다고 잘난 체 하기도 좋다. (아... 이건 아닌가....)


철학에 대한 거부반응이 있거나, 현대와 차이가 큰 개념에서 오는 충격이 감당 안되는 사람들 외에는 읽으면 좋을 만 한 책이다. 특히 사랑때문에 고민이 많은 사람들은 큰 감동과 위안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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