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March 19, 2012


제목: 생명의 윤리를 말하다 (The Case Against Perfection)
지은이: 마이클 샌델 (Michael J. Sandel)
옮긴이: 강명신
출판사: 도서출판동녘
발행일: 2010년 8월 20일 (원저 2007년 5월 1일)

The Case Against Perfection. 여기에서 어떻게 '생명'과 '윤리'를 끄집어 냈는지 알 수가 없다. 역시 번역의 세계는 신비롭다. 부제로 작게 쓰여진 '유전학적으로 완벽해지려는 인간에 대한 반론'이 원 제목에 가깝다.
나는 이 책이 자연과학적 내용을 어느 정도 다루고 있으리라고 기대하며 집어들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과학이나 정치보다는 철학에 가까운 책이다. 근래 조명받는 줄기세포로 인간을 개선하려고 하는 것이 과연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할까?
저자는 그냥 자신의 의견을 무척 복잡한 철학 이론을 들며 이야기 하고 있는데, 내가 철학적으로 무지한 탓인지 별로 와 닿지 않는다. 또, 분명 한글은 맞는데 몇 번을 되풀이 해 읽어도 뭘 말하고 있는 건지 알기 힘든 문장도 꽤 된다. 내 무지 탓일까, 아니면 번역 탓일까?
선천성 심장 질환을 앓는 아이를 치료하기 위해 엄마의 난자에 아이의 세포 핵을 주입한 줄기세포를 활용하는 치료를 윤리적 이유를 들며 반대할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좀 더 나은 성적을 얻기 위해, 수정란에 지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유전자를 주입하는 일에 대해서는 꽤 많은 사람이 반감을 가질 것이다. 나중에 불의의 사고나 질병 등에 대비하여, 아이가 태어날 때 유전적으로 동일한 개체를 한 벌 복사해 두었다가 필요시 장기이식 등의 '재료'로 사용하겠다는 생각은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극구 반대할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경우들의 차이가 무엇인지 얘기하고 있다.
아니, 얘기하려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모든 철학적 개념이 그러하듯이 저자 본인에게는 명쾌하고 분명한 일인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저자의 언어로 표현되고, 기본 구조가 생판 다르지만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되어, 다시 내 의식 안쪽으로 전달되는 과정까지는 적어도 두세 번의 왜곡을 거치는 것 만으로도 저자의 생각을 알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거기에 저자가 아무렇지 않게 써 내려 간 각종 철학 용어들 중 상당 수는 내게 생소한 것들이다 보니 저자가 말하려는 바는 그냥 뿌연 안개 속의 희끄무레한 그림자처럼 불분명한 윤곽이 보일 듯 말 듯 할 뿐이다.
다 읽고 나서도 저자가 분명하게 자기 이야기를 한 건지, 아니면 이런 저런 생각할 거리를 화두처럼 던져준 것인 지조차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아직 내게는 너무 어려운 책이랄까.
황우석 신드롬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내용이 적지 않다. 그렇지만 이 책만으로는 뭔가 좀 부족한 것 같다. 약간 더 이해하기 쉬운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책에서 얻은 화두를 던져 본다. 운동선수가 훈련을 통해 근육을 키우는 일이 올바른 일이라면, 유전자 주입을 통해서 근육을 키우는 일은(부작용 등이 없다고 한다면) 마찬가지로 올바른 일일까? 같은 결과를 낳는 두 행위의 차이는 무엇일까? - 나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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