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February 01, 2012



제목: 다윈 지능 (Darwinian Intelligence)
지은이: 최재천
출판사: 사이언스 북스
발행일: 2012년 1월 2일

우리나라는 현재 세상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기독교 근본주의적 국가가 되어 가고 있다. 공직에 앉은 사람이 덜렁 서울시를 하느님께 봉헌해 버리기도 하고, 모든 도로 정보에서 불교 사찰을 일제 삭제하기도 하고, 주요 공직에 목회자를 대거 채용하는 등 뭔가 제정신이 아닌 듯한 일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심지어는 공직자를 목회자로 채용하기도 하는 듯하다. '고문의 대가'를 목회자로 채용했다가 사회 문제가 되니 슬그머니 취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 덕분인지 '진화론'을 그냥 수많은 검증되지 않은 가설 중의 하나 정도로 치부해 버리는 사람들도 많다. 조물주 라는 존재가 진흙을 빚어 숨결을 불어넣으니 인간이 되었다는 얘기가 인류와 유인원의 공통 조상으로부터 누적된 DNA 상의 변화에 따라 현생인류로 진화되어 왔다는 이야기와 비슷한 정도로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 확실히 더 간단하고 쉽기는 해 보인다. '조물주' 라는 joker 내지는 wildcard로 거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으니까.

이 책은 진화론에 관해서 사람들이 흔히 가지고 있을 법한 오해들에 대한 설명, 진화론과 관계된 연구들, 거기 따른 일화들 등을 편안하게 나열하고 있다. 과학적인 책이라기보다 과학을 소재로 한 수필 같은 느낌의 글이 대부분이다.

책의 여러 부분에서 저자는 왠지 종교와 과학의 화해 내지는 융합을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 도대체 왜? 종교가 과학을 탄압한 적은 꽤 있지만 과학이 종교를 탄압한 적은 내가 알기로는 단 한 번도 없다. 종교는 과학에 대해 쉬지 않고 이러쿵 저러쿵 딴지를 거는 반면에 과학은 종교에 대해 '내 분야가 아니므로 할 말이 없다' 라고 단호히 선을 긋는 자세를 보여 왔다. (사회과학 쪽에서는 종교에 관해 연구를 하지만, 옳다던지 그르다던지 등의 주관적 평가를 내리는 일은 경게하고 있고, 특정 종교 행위에 대해 딴지를 걸지는 않는다!) 이렇게 긴 세월 일방적으로 얻어맞고 짓밟히고 살았는데도 왜 종교를 직설적으로 비난하지 못하는 걸까? 용서는 마치 종교의 전매 특허처럼 여겨지는데, 실제로는 과학이 종교를 용서하고 있는 이 어이없는 상황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진화론이 아직 불완전한 이론으로, 창조론과 비슷한 수준으로 취급되고 있다는 오해를 하고 있는 사람은 반드시 한 번쯤 읽어 봐야 할 책이다. (도대체 왜 창조'론' 일까? 창조'설화'가 적절한 표현 아닐까?) 그밖에 평소에 과학 분야에 관심이 있던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힐 만한 내용이 꽤 있다. 다만 그다지 깊이 있는 내용은 아니고, 참고 문헌 목록 같은 것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제법 많은 책들이 언급되고 있기는 한데, 만 따로 모아서 안내해 주는 정도의 친절함이 부족한 것이 좀 아쉽다. (목록이 있다고 내가 책을 더 찾아 봤을까?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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