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November 15, 2011


제목: 아티스트 웨이 (Artist's way)
지은이: 줄리아 카메론(Julia Cameron)
옮긴이: 임지호
출판사: 경당
발행일: 2003년 11월 20일 (원저 2002년 7월)

일단 제목부터 뭔가 이상하다. Artist's way. 한글로는 음절의 종성에 sts 를 표기할 방법이 없다. 그렇다고 Artist 와 전혀 구별할 수 없게 표기하는 것이 용서가 될 것 같지 않다. '예술가의 길' 이라거나, '예술적 방법', 뭐 그런 식으로 번역 같은 것을 할 수는 없었을까? 누군가는 한국인이 유일하게 창의력을 발휘하는 부분이 번역이라는 농담까지 한 걸 보면, 번역 해 봐야 나아지는 건 없었을 수도 있겠다.

'내 안의 창조성을 깨우는 12주간의 여행' 이라는 부제에 혹했다. 내 일을 좀 더 창의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거나, 내 삶을 조금 더 풍요롭게 한다거나 할 수 있는 조언을 구하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이게 웬걸. 이 책은 예술가가 되라고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한다. 그것도, 일, 인간관계, 가정생활 등을 다 때려 치우고 예술에 매진하라고 몰아부친다. 나에게 뭔가를 기대하는 가족들을 아주 간단히 '장애물'로 규정하고, 단호하게 끊어버릴 것을 권고하고 있다. 등골이 서늘한 일이다.

대신, 모든 창조의 원천인 신과 친해지라고 한다. 또, 비슷한 '아티스트' 들과 친해지라고 한다. 거 참 미칠 노릇이다. 불량청소년들끼리 모인 그룹이 연상된다. 나처럼 거의 평생을 '엔지니어'로 살아온 사람에게는 창조의 원천인 신 같은 설명보다는 뇌 신경 세포 사이에 신호를 전달하는 화학물질이 훨씬 더 친근하고 사실적으로 느껴진다.

누군가가 내 작품에 혹평을 하면 그런 사람들 얘기는 무시하고, 가급적 관계를 끊으라고 권고하면서, 정작 누군가가 도움을 주면 신이 창조성에 대한 선물을 주는 것처럼 해석한다. 정말 아전인수도 이정도면 조선일보 급이다.

이 책에서는 두 가지 핵심 실천을 요구한다. 그 하나는 모닝 페이지.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세 페이지 정도 마음 가는 대로 아무렇게나 글을 쓰는 것. 다른 하나는 아티스트 데이트. 일주일에 한 시간 정도 모든 연락을 끊고 자신의 내면의 아티스트를 위한 시간을 갖는 것. 이 두 가지는 꽤 좋은 마음의 양식이 될 것 같다. 일기를 쓰는 것이 어느 정도는 모닝 페이지와 비슷한 효과를 줄 것 같고, 워낙 혼자 놀기를 좋아해서 아티스트 데이트 같은 시간은 모자라지는 않을 것 같은데......

직업적인 예술가, 특히 글을 쓰는 일을 하려는 사람에게는 상당한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나처럼 그저 좀 더 창조적인 일상생활 정도를 원하며 이 책을 집어 드는 사람은 당혹, 당혹, 당혹 속에서 허우적거리게 될 것 같다. 특히나 이성과 지성이 인류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절대로 권하고 싶지 않다. 이 책에서는 이성이란 창조성을 방해하고 트집을 잡는 비평가로, 마치 없어져야 할 정신질환의 일종 같은 취급을 받는다. 화가 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이 책을 왜 읽었을까. 중간에 그만둘 수도 있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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