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March 13, 2012



제목: 성장의 한계 (The Limits To Growth)
지은이: 도넬라 H. 메도즈, 데니스 L 메도즈, 요르겐 렌더스 (Donella Meadows, Jorgen Randers, Dennis Meadows)
옮긴이: 김병순
출판사: 갈라파고스
발행일: 2012년 1월 10일 (원저 초간 1972년)

원래 1972년 출판된 책이다. 20년 후인 1992년 다시 출판되었고, 2004년 또 출판되었다. 한글판은 2004년본을 2012년에 출판한 것으로 보인다. 그 사이 세상이 많이 바뀌었고 저자들의 연구 내용도 추가되었지만, 처음 이야기 했던 위기는 해소되지 않았고, 오히려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는 것 같다.
성장. 기업의 목적은 이윤이고, 경제 성장이 좀 더 많은 사람들을 풍요롭게 하리라는 생각은 거의 의문의 여지가 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받아들여 지고 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지속적인 경제 성장이라는 것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개념인지 알 수 있다. 매년 4% 가량씩 경제가 성장한다면 경제 규모는 20년 이내에 두 배가 된다. 200년이면 이천 오백배가 넘게 된다. (2 < 1.04^18, 2550 < 1.04 ^ 200) 상품의 생산이 이천 배가 되는 것이 가능할까? 가능 하다고 치면, 300년 후엔 어떨까? 도대체 언제까지 가능할까?
이 책에서는 자신들이 제작한 세계 모형인 '월드3' 을 이용하여 여러 가지 시뮬레이션을 해 보고, 그 결과를 추측해서 보여주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4% 가량의 성장을 지속하려고 한다면, 어느 순간 자원의 한계에 부딪치고, 환경 오염에 부딪치고, 식량난에 부딪치고 등의 이유로 경제 구조 자체가 붕괴해 버리는 아주 좋지 않은 상황에 처하게 된단다.
어떻게 보면 아주 당연한 일이다. 석탄, 석유의 양이 얼마나 되는 지 정확한 양은 알 수 없지만,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는 양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게다가 파내면 파낼수록 더 파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것 역시 자명하다. 처음엔 자원 함유량 80% 인 광석을 캐내다가, 다 쓰고 나면 60% 짜리라도 파서 사용해야 하는 거고, 그마저도 떨어지고 나면 40%, 20% 짜리라도 캐야 자동차도 굴리고, 비행기도 날리고, 수많은 화학 제품들도 만들 수 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캔 자원을 제련하거나 가공하는 데 드는 비용이 얻어지는 자원의 가치보다 커지게 되면 현재의 산업 구조는 붕괴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더욱 암울한 것은, 이런 붕괴 시나리오가 모든 정치적 불안, 전쟁, 천재지변 등이 전혀 없는, 어쩌면 나름 이상향에 가까운 상태에서도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저렇게 시뮬레이션에서 고려하지 않은 악재들 까지 겹치면 인류의 미래는 상당히 암담해 보인다.
더 암담한 얘기도 있다. 1980년대 경부터 이 책에서 제시하는 해법들을 꾸준히 실천하려고 노력했다면 2100년이 되기 전에 어느 정도 부침을 겪겠지만 지속 가능한 안정된 사회 구조를 만들 수 있었는데, 지금은 이미 많이 늦어서 열심히 노력 해 봐야, 산업 구조가 붕괴되며 급격히 삶의 질이 떨어지는 상황은 거의 피하기 불가능해 보인다는 사실.
이 책에서는 개개인의 물질적 생활 수준에 대한 욕구를 제한하고, 인구 수가 증가하지 않도록 억제하고, 재생 불가능한 자원에의 의존도를 줄이고 효율을 높이며, 재생 가능한 자원의 사용 역시 재생 속도를 초과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 일단 세계 유명 500개 대기업 그룹은 모두 쌍심지를 돋우며 반대할 것 같다.
너무 암담한가? 다행히도 저자들 스스로가 이 결과를 도출해 낸 시뮬레이션 월드3 이 완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지만 대체적인 경향에는 큰 차이가 없을 거라고도 한다. -_-;)
해양에서 얻을 수 있는 수산 자원은 이미 눈에 띄게 감소한 상태고, 석유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예전에는 별다른 반응성도 없어 딱히 공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이산화탄소는 온난화로 온 세상을 뒤흔들고 있고,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한때 주목받던 원자력은 감당하기 어려운 부작용을 서서히 보여주고 있다. 거기에 이제 막 세상에 퍼져나가고 있는 나노 입자들이나 유전자 조작 생물체들은 앞으로 어떤 일들을 만들어 낼 지 아무도 모르는 상태다.
책에서는 그나마 세계가 공조해서 잘 이겨낸 경우인 오존층 파괴를 희망적인 예로 보여준다. 온 세계가 합심해서 십여 년을 노력한 결과 겨우 이제 오존층 파괴 물질의 추가 배출을 막은 단계고, 지금까지 배출된 물질들 만으로도 2050년 정도까지 오존층은 꾸준히 감소하다가 그 이후에야 서서히 회복될 것으로 보인단다. 이 사례 단 한 가지가 그나마 희망적인 내용이다. 희망 치고는 상당히 칙칙하다.
개인적으로는, 오존층의 파괴가 기득권층인 백인들에게 더 많은 피해를 주기 때문에 그나마 이정도라도 대응이 되었다고 본다. 백인에게는 별다른 피해가 없고 피부 색이 짙을수록 큰 피해를 입는 환경 파괴라면 세계가 뒤집히기 전에는 시정될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 같다.
운이 없으면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 세계 산업과 경제가 붕괴하는 모습을 봐야 할 것 같다. 그에 반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아무 것도 없다. 일억 명의 일반인들이 천연 자원을 절약하기 위해 굶어 죽기 직전까지 허리띠를 졸라매 봐야 두세 개 대기업이 소모할 만큼도 절약하지 못할 거고, 현재의 기업들은 단기 이윤을 위해서라면 핵전쟁도 불사할 기세다. - 실제로 미국은 논란이 될 만한 대량 살상 무기들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하고 있으면서 세계 평화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다른 나라를 폭격하고 있다. 이 뒤에는 군산복합체의 경제적 이익을 위한 검은 의도가 도사리고 있다는 얘기는 이제 더이상 음모론도 아닌 것 같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지구와 문명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했으면 한다.
단, '나부터 변해야겠다' 라는 생각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여전히 기업들은 각종 특혜를 받으며 자원을 펑펑 소모하는 와중에 내가 왜?

=^.^=

Labels: , , ,

0 Comments:

Post a Comment

<<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