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라장 사건
제목: 리라장 사건 (りら莊事件)
지은이: 아유카와 데쓰야 (鮎川哲也)
옮긴이: 김선영
출판사: 시공사
발행일:2010년 10월 31일 (원저 1958년)
이번엔 추리소설이다. 추리소설이라는 특성상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또 아껴야 한다. 괜히 스포일러가 되고 싶지는 않으니까. 그러면 도대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일단 그럭 저럭 재미있기는 하다. 하지만 1958년 작품이다. 저당시 나는 태어나지도 않았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좀 잘 살았겠지만, 그래도 유선전화도 귀할 시기 아닐까?
대학생 7명이 여행을 간다. 현재 같으면 7명에게서 휴대폰이 9개는 나올 것 같다. 하지만 그 당시엔 당연히 휴대폰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유선전화조차 아무 데서나 걸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도쿄의 전화번호가 6자리수다. 지금은 최소 8자리는 쓰고 있을 것 같다. 서울이 8자리니까.
무슨 학교 별장 이름이 리라장이다. 라일락이 피어 있어서 리라장 이라는 다소 와 닿지 않는 설명이 있다. 학생들의 휴양지로 마련된 별장. 방학을 맞아서 학생들이 놀러 온다. 그리고는 흔한 추리소설의 진행대로 연쇄살인. 범인은 범행 현장에 트럼프 카드를 한 장씩 던져 둔다. 그것도 스페이드. 도대체 그 카드는 무슨 의미일까?
중간에 내용이 뭔가 어색하다 싶은 장면들은 빠짐없이 뒤에서 사건을 푸는 열쇠가 된다. 그런데 그 방법들이 정말 기상천외하다. 기상천외함이 도가 지나쳐서 이정도면 치밀한 얼개라기보다 지나치게 작위적인 설정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처음 생각하기엔 전화가 없다는 점 말고는 그다지 차이가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독살에 사용된 독. 지금도 구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때는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구할 수 있었나보다. 별장에 별장지기 부부가 시중을 드는 모습. 나는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내용이다. 사건 수사차 경찰들이 와 있으면, 당연하다는 듯이 대학생들이 음식 준비 등의 시중을 든다. 지금으로선 정말 생뚱맞은 내용이다. 그런 생소한 느낌들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사건의 전모를 풀어내며 보여주는 지나치다 싶은 기발함은 추리소설이라 그러려니 넘어간다 쳐도, 가장 중요한 살인의 동기, 그게 너무 모호하다. 대학생이나 된 사람이 이런 이유로 살인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황당하리만치 기발한 살인을 치밀하고 꼼꼼하게 준비하는 이유가 전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게다가 너무 잘 죽인다. 프로라고 봐도 무방할 만큼... ㄷㄷ) 어쩌면 1950년대 감성으로 이해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일본 추리문학사에서는 의미 있는 작품일지 모르겠다. 당대에는 파격적이고 참신한 내용이었을 지 모르겠다. 하지만 50 년의 세월을 뛰어넘은 현재에서는 썩 좋은 소설로 읽히질 않는다. - 원작의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 세상이 너무나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만한 소설이다. 그런데 나처럼 까칠하고 불평불만 많은 사람은 만족스럽지 못할 것 같다. 재미있다기 보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 뒤가 궁금해서 열심히 읽은 느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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