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빵이 좋겠어
제목: 그래 빵이 좋겠어
지은이: 계원숙, 김영숙, 이정숙
출판사: 도서출판 이즘
발행일: 2012년 1월 5일
북녘어린이영양빵공장 이야기 라는 부제가 보여주듯이, 북한의 어린이를 위한 빵 공장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이야기이다.
한글로 된 블로그 씩이나 읽는 사람이라면 우리나라가 남북이 분단되어 전쟁까지 치렀고, 현재는 휴전 상태일 뿐이라는 정도는 배경 지식으로 알고 있을 듯 싶다. (참고로 나는 남쪽에 살고 있다.)
내 기억 속에서 북한은 그냥 하나의 거대한 '관념'일 뿐이다. 북한에 가 본 적도 없고, 북한에 대해 남한의 대중매체에서 흔히 접하는 것 이상의 내용을 보거나 들은 적도 없다. 그 중 신물나도록 듣는 얘기 하나는, '우리가 더 잘났다' 는 사실. 경제적인 면에서 보면 비교 하기도 민망할 만큼 확실히 우리가 잘 살고 있다. 그런데, 왠지 군사력은 그렇지 못하다는 소문이 있기도 한데, 믿어지지 않는다. 북한은 폐쇄사회라, 자살률이 얼마나 되는지 공식적인 자료는 없지만, 세계 1위를 달리는 우리나라보다 높기는 힘들 것 같다. 자살하는 게 좋아, 굶어 죽는 게 좋아? 라는 잔인한 질문을 받으면, 쉽게 답을 할 수 없겠지만, 개인용 컴퓨터를 소유하고, 괜찮은 직장이 있고, 비교적 건강하게 살고 있어서, 적어도 현재까지는 자살과는 좀 거리가 먼 입장에서 보자면, 북한보다 남한이 훨씬 나은 것 같긴 하다. - 한 번 가 본 적도 없는 나라에 대해 이렇게까지 써도 되나?
비록 나는 북한에 대해 별다른 호감도 적개심도 가지고 있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은 북에 혈육이 있고 친지가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은 북한이 '악의 축'으로 지구상에서 제거해 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로서는 적대적인 관계보다는 우호적인 관계인 편이 훨씬 나을 것 같은데......
이 책의 핵심 내용은 이렇다.
북측이 공장과 일꾼들을 마련하고, 남측은 기계설비와 재료를 보내는 방식으로, 남과 북이 서로 도우면서 사업을 이끌어 나가는 이와 같은 대북지원사업의 틀은 대동강어린이빵공장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것입니다. (책 7쪽)
전체적인 내용이 이 요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 어떤 사람들이 참여했는지,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등, 크고 작은 단체의 연혁 같은 느낌이다. 현 정부 들어서 강경일변도로 정책이 변경되어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정도, 뜻밖에 일본에서도 참여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는 정도가 예상하지 못한 내용이랄까.
우리나라에 과연 통일이 필요할까? 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다. 직접 혈육이 있는 분단 1세대가 모두 돌아가시고 나면 통일 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경제난과 식량난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들을 돕는 일은 어떨까? 인도주의적으로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지만, 당장 우리나라 애들에게 밥 한 끼 무료로 주자고 해도 악을 쓰고 반대하는 사람들이 다수당인 것이 한국의 정치다.
바로 직전에 '잘 쓴 글의 좋은 예'에 가까운 책을 읽은 탓인지, 이 책의 문장은 다소 거칠다. 별다른 구성 같은 노력 없이 이런 저런 사실들을 차곡 차곡 채워 넣었을 뿐이다. 좋은 내용이지만, 잘 쓴 책은 결코 아니다.
분단 1세대가 생존해 있는 동안 통일 같은 것이 가능할까? 남 북이 서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현 상황을 보면 상당히 부정적이다. 나는 그저 내가 살아있는 동안 전쟁이나 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전쟁을 피하는 방법으로, 크게 보면, 감히 덤벼들 생각을 못하도록 강하게 밀어부치는 방법과 빵을 주어 달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는데, 현재 정부는 강하게 밀어부쳐야 한다는 생각이고, 나는 달래는 쪽이 더 낫다는 생각이고......
책의 내용은 무척 단순한데, 생각은 이래 저래 복잡하다.
좀 더 강하게 밀어부쳐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읽는 내내 못마땅하겠지만, 결국 죄초될 위기에 처한 빵공장 사업이 고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반면 빵을 주는 것이 결국 이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냥 빵 주는 것도 어려워진 현실이 갑갑할 수도 있겠다.
북한과의 관계, 통일 등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한 번 쯤 살펴볼 내용이다. 하지만 골치아픈 것 질색인 사람들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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