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August 28, 2012

신 벗어던지기




제목: 신 벗어던지기
지은이: 블루 칼라
출판사: 미담사
발행일: 2011년 12월 15일 인쇄 

기독교 비판 서적. 흔히 현대 기독교도의 부적절한 행동이 비판의 대상이 되는데, 이 책은 특이하게 기독교도가 섬기는 Bible 이란 책을 비판하고 있다. 나로서는 딱히 성스러울 것도 없는 히브리 우화집 쯤에 불과한 책이 왜 주제넘게 '성'경 이라고 번역되었는지 의문이다. 흔한 제목 번역의 다른 예처럼 그냥 '바이블' 이라고 불러 주는 것이 적절하지 않나 싶다.

이 책의 주된 대상은 기독교를 연구하는 사람이나, 기독교를 믿으며 행복한 사람이 아니다. 또, 기독교를 믿지 않으며 비판하려는 사람도 아니다. 기독교를 믿으며 뭔가 모순을 느끼지만 죄와 지옥에 대한 협박이 두려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읽어 주기를 바라고 있다. - 생각 외로 그런 사람들이 적지 않은 모양이다.

저자는 원래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단다. 그래서 삼십 년 가까이 신앙 생활을 했는데, 알면 알수록 바이블의 내용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됐고, 어느 시점에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 같다. 이미 그 시점에는 교회가 신앙 뿐 아니라 인간관계의 중요한 연결 고리이기도 하기에 정작 벗어던지가 쉽지는 않았단다.

저자는 바이블에서 언급된 차별, 죄, 구원, 믿음, 정치, 사상 등에서 보여지는 모순점들을 챕터별로 나눠서 조목 조목 지적한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얘기가 믿어져?' 정도 되는 논조다.

실제로 바이블의 내용 중에는 현대의 사회 통념으로는 용납할 수 없는 내용들이 상당히 많이 있다. 다른 종교를 권하는 사람은 가족이라도 거침없이 쳐 죽이라던가, 여자가 월경을 하면 부정하게 여긴다던가, 신체적 결함이 있는 자에 대한 차별이라던가...... 저자는 이런 지점을 지적한다. 기독교계에서는 취사선택해서 받아들이거나 다른 의미로 해석을 한다지만, 저자가 지적한 바에 의하면 바이블에는 분명 취사선택하지 말고 절대적으로 받아들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사선택을 한다면 그 선택은 과연 누가 하는 것인가? 목사? 사회? 아무리 봐도 신이 직접 선택해 주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신에게서 벗어난 지금 행복하단다. 

원래는 인터넷에 연재했던 글을 모아 책을 낸 것이라, 문체가 인터넷체에 가깝다. 또, 처음부터 쭉 읽다 보면 중복되는 내용들이 꽤 있다. 그런 점들만 제외하면 무난히 읽히는 책이다. 

저자도 책 머리에 썼듯이, 신앙생활에 만족하고 있는 사람은 굳이 읽을 필요가 없다. 애시당초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별다른 의미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신앙 생활에 뭔가 의문을 품어 봤던 사람이라면 꼭 한 번쯤 읽어 보고 생각해 봐야 할 책이다.

나는 애시당초 믿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경악을 했다. 이런 선무당 작두타는 소리를 삶의 지침으로 여기는 종교인이 그렇게나 많다니...... 별반 믿음이 안 가기는 매한가지지만 차라리 천수경이라던가 반야심경 같은 것을 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이 책들에는 적어도 누구 쳐 죽이라는 얘기는 안 나오지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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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August 27, 2012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 58

제목: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 58 (Rules for Aging)
지은이: 로저 로젠블라트 (Roger Rosenblatt)
옮긴이: 권진욱
출판사: 나무생각
발행일: 2002년 6월 25일 인쇄 (원저 2000년)

나이를 먹는 다는 것.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누구나 살아 있다면 그냥 나이를 먹는다. 딱히 자랑스러워 할 만한 일도 아니고, 부끄러워 할 일도 아니다. 노쇠 라는 측면을 생각하면 두렵기도 하지만 그 역시 나만 겪는 일이 아니고, 살아 있는 누구나가 겪는 일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특별히 달라진 점은 잘 모르겠는데, 사회 통념은 나이 먹은 사람들에게서 좀 다른 것을 기대한다. 뭔가 고상하고 품위있고 지혜롭고 현명한 그런 느낌?
이 책은 제목과는 다르게 '나이 든다'는 점에 대해서는 별다른 통찰을 보여 주지 않는다. 그것 보다는 오히려 그냥 '살아 가는'데 대한 이야기라는 편이 더 적절하겠다.
챕터들이 쭉 나열되어 있는데, 챕터의 길이는 제각각이다. 한 줄 짜리도 있고, 심지어는 제목 뿐인 것도 있는 반면, 몇 장이 넘어가는 긴 것도 있다. - 그래도 길어 봐야 신문 기사 한 편 분량 남짓이다. 본문이 다 끝나고, 저자의 '감사의 말' 까지 나온 후에 목차가 나온다. 목차가 궁금한 사람은 뒤부터 찾아야 한다.
58개의 이야기 중에는 아하! 하는 감탄사가 나올 만한 것들도 있고, 어딘가에서 많이 본 듯한 내용도 있으며, 뭔가 이건 아닌데 싶은 내용도 있다. 그냥 재미를 위해 쓴 거라고 생각되는 내용도 있으니, 전체적으로는 깊은 생각 없이 가볍게 읽기를 바라며 쓴 글로 보인다. 뭔가 얻을 수 있으면 좋고, 아니면 말고.
뭔가 정말 대단한 'Rules' 같은 것을 기대하고 읽는다면 실망할 것이다. 하지만 살아가며 한 번쯤 평소와는 다른 관점으로 삶 자체를 바라보는 느낌으로 가볍게 본다면 무난하게 읽히는 책이다. 게다가 목차에 색인까지 다 해도 200쪽이 안되는 가벼운 책이다! 적어도 중년의 불륜을 다루는 드라마를 들여다 보는 것 보다는 훨씬 가치 있는 시간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

Ps. 책 중에 이런 내용이 있다.


21. 남자와 여자가 사이좋게 살아가려면

가. 그녀가 옳다.
나. 그는 정말 아무 생각이 없다. 정말로.
(본문 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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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August 16, 2012

인간을 위한 디자인


제목: 인간을 위한 디자인(Design for the Real World)
지은이: 빅터 파파넥 (Victor Papanek)
옮긴이: 현용순, 조재경
출판사: 미진사
발행일: 2009년 2월 25일 (원저 초판 1971년, 2판 1984년)

바로 지난번에 철학 서적을 읽었으니, 뭔가 좀 감성적인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골라잡았다. 그런데, 웬걸. 이것도 철학 서적이다. 이른바 디자인철학 이라고 분류되면 딱 알맞을 책이다.
저자는 디자이너다. 그것도 경지에 오른 디자이너. 디자인 대학, 예술대학 등에서 디자인을 가르쳤고, 디자인학과 학과장을 역임한 적도 있다. 디자이너로서 성공했다고 할 만한 업적이다. 하지만 저자가 보는 디자인은 보통 사람이 보는 디자인과 사뭇 다르다.
현대의 디자이너들, 그중에서도 특히 산업 디자이너들은 무언가 갖고 싶고 사고 싶은 것을 만들어 내는 데 최선을 다한다. 자본이 주인이다시피 한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러한 디자인 철학 내지는 방침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진다. 그리하여 뭔가에 홀린 듯 별로 필요하지도 않은 물품에 거액을 스스럼 없이 털어 넣게 만드는 사람은 바로 성공한 디자이너의 좋은 예로 알려진다.
어떻게 보면 소위 여성용 '명품' 이라는 부류들은 대부분 디자인을 주된 가치로 내세운다. (헉소리나게 비싼 가격 중 디자인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마케팅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는 잘 모르다. 다만, 적어도 원가는 그리 큰 비중이 아닐 거다.) 그런데 과연 그런 물품들이 그 가격만큼 필요한 것일까? 개인에게는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그럼 과연 전 인류적인 시각에서도 필요한 것일까?
디자이너라면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필요한'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저자는 여러 차례 강조한다. -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은 때때로 많이 다르다. 어린 학생들이 '원하는' 것이 밤새워 온라인 게임을 하는 일이라고 해서, 그것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니까.
저자는 또 여러 가지 예를 들어 가며, 잘 디자인 된 제품은 효율적일 뿐 아니라 저렴하기까지 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디자인의 목적이 '지갑을 여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의 효율'이라면 당연히 자원(물질, 에너지 인력 등을 통털어)의 소모가 적은 제품이 만들어 질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업무상 만난 대다수의 디자이너들은 '효율'이나 '편리'에 대해서는 거의 생각하지 않고, 항상 뭔가 '특이한' 것을 만들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일이 디자인의 가장 중요한 목적인 것처럼. 하지만 저자에 의하면 디자인이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고, 좋은 디자인이란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 어떻게 보면 '디자인' 보다 '발명'에 가깝게 느껴진다.
70~80 년대에 이런 책이 쓰여졌다는 사실이 놀랍다. 현대 산업사회의 각종 제품들을 보면서 뭔가 아쉽고 갑갑했던 부분들을 꼭 꼭 찝어 주는 느낌이다. 다만, 언급되는 디자인들에 비해 사진 또는 그림 자료가 무척 적고, 그마저도 상당 수는 70년대 초반의 것들이라 화질이 많이 열악한 점이 아쉽다. 제목이 Design for Real World 에서 인간을 위한 디자인 으로 번역된 것도 의미를 본다면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디자인 또는 기획 쪽의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한 번씩 읽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 외에도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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