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위한 디자인
제목: 인간을 위한 디자인(Design for the Real World)
지은이: 빅터 파파넥 (Victor Papanek)
옮긴이: 현용순, 조재경
출판사: 미진사
발행일: 2009년 2월 25일 (원저 초판 1971년, 2판 1984년)
지은이: 빅터 파파넥 (Victor Papanek)
옮긴이: 현용순, 조재경
출판사: 미진사
발행일: 2009년 2월 25일 (원저 초판 1971년, 2판 1984년)
바로 지난번에 철학 서적을 읽었으니, 뭔가 좀 감성적인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골라잡았다. 그런데, 웬걸. 이것도 철학 서적이다. 이른바 디자인철학 이라고 분류되면 딱 알맞을 책이다.
저자는 디자이너다. 그것도 경지에 오른 디자이너. 디자인 대학, 예술대학 등에서 디자인을 가르쳤고, 디자인학과 학과장을 역임한 적도 있다. 디자이너로서 성공했다고 할 만한 업적이다. 하지만 저자가 보는 디자인은 보통 사람이 보는 디자인과 사뭇 다르다.
현대의 디자이너들, 그중에서도 특히 산업 디자이너들은 무언가 갖고 싶고 사고 싶은 것을 만들어 내는 데 최선을 다한다. 자본이 주인이다시피 한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러한 디자인 철학 내지는 방침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진다. 그리하여 뭔가에 홀린 듯 별로 필요하지도 않은 물품에 거액을 스스럼 없이 털어 넣게 만드는 사람은 바로 성공한 디자이너의 좋은 예로 알려진다.
어떻게 보면 소위 여성용 '명품' 이라는 부류들은 대부분 디자인을 주된 가치로 내세운다. (헉소리나게 비싼 가격 중 디자인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마케팅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는 잘 모르다. 다만, 적어도 원가는 그리 큰 비중이 아닐 거다.) 그런데 과연 그런 물품들이 그 가격만큼 필요한 것일까? 개인에게는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그럼 과연 전 인류적인 시각에서도 필요한 것일까?
디자이너라면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필요한'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저자는 여러 차례 강조한다. -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은 때때로 많이 다르다. 어린 학생들이 '원하는' 것이 밤새워 온라인 게임을 하는 일이라고 해서, 그것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니까.
저자는 또 여러 가지 예를 들어 가며, 잘 디자인 된 제품은 효율적일 뿐 아니라 저렴하기까지 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디자인의 목적이 '지갑을 여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의 효율'이라면 당연히 자원(물질, 에너지 인력 등을 통털어)의 소모가 적은 제품이 만들어 질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업무상 만난 대다수의 디자이너들은 '효율'이나 '편리'에 대해서는 거의 생각하지 않고, 항상 뭔가 '특이한' 것을 만들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일이 디자인의 가장 중요한 목적인 것처럼. 하지만 저자에 의하면 디자인이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고, 좋은 디자인이란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 어떻게 보면 '디자인' 보다 '발명'에 가깝게 느껴진다.
70~80 년대에 이런 책이 쓰여졌다는 사실이 놀랍다. 현대 산업사회의 각종 제품들을 보면서 뭔가 아쉽고 갑갑했던 부분들을 꼭 꼭 찝어 주는 느낌이다. 다만, 언급되는 디자인들에 비해 사진 또는 그림 자료가 무척 적고, 그마저도 상당 수는 70년대 초반의 것들이라 화질이 많이 열악한 점이 아쉽다. 제목이 Design for Real World 에서 인간을 위한 디자인 으로 번역된 것도 의미를 본다면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디자인 또는 기획 쪽의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한 번씩 읽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 외에도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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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bels: 도서, 독서, 디자인, 빅터 파파넥, 인간을 위한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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