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October 31, 2012

이교에 물든 기독교

제목: 이교에 물든 기독교 (Pagan Christianity?)
지은이: 프랭크 바이올라, 조지 바나(Frank Viola, George Barna)
옮긴이: 이남하
출판사: 대장간
발행일: 2011년 12월 27일 (원저 2008년 2월)

다시 기독교 이야기다. 이 책 역시 기독교 내부에서 터져나온 자성의 소리 비슷한 내용이다. 흔히 '기독교적' 이라고 알려진 제도, 의식, 관습 등에 대해서 고찰하고 있다. 당연하게도 그 근거는 바이블이다. 그밖에 많은 역사학자들의 도움을 받았단다. 저자는 집필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우리가 이 책을 집필한 이유는 간단하다: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분의 교회를 주관하는 실제적인 머리가 되시도록 상당량의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함이다.
(초판 서문, 33~34쪽)

책 뒤에는 관련 서적의 목록만 17쪽에 달하고, 마치 바이블과도 같은 깨알만한 글꼴로 가득 채운 후주가 60여쪽에 달한다. 그만큼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공을 들인 것 같다.

책 뒤쪽에, 흔히 기독교의 전통이라고 알려졌지만 유래를 따라가 보면 그렇지 않다고 밝혀지는 것들의 목록이 따로 나온다. 대충 소개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교회 건물, 신성한 장소, 목사의 의자, 기독교 성직자를 위한 면세 혜택, 스테인드글라스, 고딕 대성당, 강대상, 회중석, 주일 예배 순서, 성찬 테이블 위에 있는 촛불과 향, 성직자 입장시 회중이 일어나서 노래하는 것, 엄숙하고 경건한 태도로 교회에 가는 것, 설교 전의 기도, 엘리자베스식 영어로 하는 기도, 강단 앞으로의 초대, 교회 주보, 찬송의 독창, 가가호호 전도, 성직자와 평신도라는 구분, 안수, 목사라는 호칭, 좋은 옷을 입고 교회에 가는 습관, 성직자의 복장, 성가대, 소년 성가대, 장례 행렬과 조사, 십일조, 성직자 사레비, 헌금 수거 접시, 유아세례, 회심과 분리된 침례, 죄인의 기도, 주의 만찬의 형태, 카톨릭 교육기관, 주일학교, 성서가 장과 절로 나누어진 형태.

위에 열거된 것들은 그 근본이 예수와는 무관한 이교도의 관습이라고 확인해 주고 있다. 이 길고 방대한 목록을 싹 빼 버린다면 과연 현대 기독교에서 뭐가 남을 것인가? 사실상 저자는 그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이 책을 쓴 것으로 보인다. 저자가 주장하는 '유기적 교회'라는 새로운 형태의 교회.

비신자인 내 입장에서 보자면, 단군신화와 별로 다를 것도 없는 히브리 신화집 정도에 불과한 바이블이라는 책 자체가 허구이므로, 그걸 기준으로 옳고 그름을 가려 보려는 시도 역시 어이없을 뿐이다. 주류 기독교에게 이단이라는 비난을 받기에 딱 좋은 사상이다. 그래 봐야 일단이건 이단이건 기독교는 기독교일 뿐.

이 책 역시 기독교를 믿지 않는 사람이 단순한 교양으로 읽기에는 지루하고 따분한 책이다. 그렇지만, 진실한 믿음을 갖고자 하는 사람은 반드시 읽고 생각해 봤으면 한다. 도대체 어디까지가 하느님 말씀이고 어디까지가 기득권을 위한 세뇌인지 최소한 생각이라도 해 보고 믿어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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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October 14, 2012

탁월한 결정 vs 치명적 실수


제목: 탁월한 결정 vs 치명적 실수
지은이: 전기정, 이희진, 김방희
출판사: 명진출판
발행일: 1994년 5월 10일

계속 같은 주제의 책을 연달아 읽으면 왠지 뭔가 안좋은 영향을 받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일부러 다른 분야의 책을 골랐다. - 요즘 계속 용산참사 서적과 기독교 비판 서적을 읽고 있다.

사람은 살아가며 여러 가지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그중 일부는 후에 돌아보면 탁월한 결정이었는데, 어떤 것은 정말 돌이키기 힘든 실수인 경우도 있다. 개인의 경우는 그 영향이 대부분 개인이나 가족 정도 선에서 벗어나지 않지만, 기업 경영자의 경우에는 임직원과 가족, 혹은 고객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고, 국가 지도자(지도자? 뭘 지도하는데? 왠지 쓰기 싫은 말이지만......)의 경우에는 온 국민의 삶에 흔적을 남기게 된다.

과연 어떻게 하면 안타까운 실수를 줄이고, 훌륭한 결정을 할 수 있는 것일까?

이 책은 실수를 줄이는 여러 가지 알려진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어떤 절차를 통해, 어떤 방식으로 결정을 내려야 할 지. 결정이 내려진 이후에는 어떻게 그 결과를 기록하고 평가할 지 등. 표지에 써있는 '재미있게 배우는......' 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이론적인 이야기가 적잖이 나온다. 표지처럼 유쾌하고 가벼운 느낌은 찾아 보기 힘들 만큼 진지한 내용들이다.

자신 이외의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의사 결정을 자주 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곁에 두고 자주 읽어야 할 만큼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가볍게 읽어 넘기는 것 보다 아예 한 학기 정도 교양 강좌 내지는 특별 강좌로 교육 과정을 개설해도 좋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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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October 09, 2012

용산개 방실이


제목: 용산개 방실이
지은이: 글 최동인 그림 정혜진
출판사: 책공장 더불어
발행일: 2011년 1월 13일

다시 한 번 용산참사에 관한 책이다.

용산참사 희생자가 사망한 후, 키우던 개가 식음을 전폐하고 24일만에 따라 죽는 이야기다. 대강의 줄거리만 봐도 정말 우울하다. 더 우울한 것은, 이 이야기가 픽션이 아닌 현실이라는 사실이다.

지난번에도 한 번 글을 쓴 적 있으니 용산참사에 대한 이야기는 생략한다.

편집 후기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용산은 어떤 방식으로든 게속 기억되어야 하고, 오래 기억되려면 구체적으로, 생활 속 이야기로 전해져야 한다는 생각에 이 이야기를 책으로 내기로 결정했다.
(책 310쪽)

책을 낸 취지나 동기에 대해서는 적극 공감하고 동의한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력은 두고 두고 기억되고 반성되고, 가능하면 적절한 처벌과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 나 역시 언제 사회 밑바닥으로 떨어질 지 모르는 불안감에 떨고 있기도 하다. - 어쩌면 부동의 자살률 1위 대한민국의 국민중 95% 가량이 느끼는 감정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책은 불만스러운 점도 많다. 그중 가장 큰 것이 그림이다. 책 표지에 앉아 있는 4명. 아무리 가족이라지만 닮아도 너무 닮았다. 책 전체를 뒤져 봐야 많지도 않은 등장인물들이 개성이라고는 찾기 힘들다. 매력 같은 것은 더 찾기 힘들다. 무료 배포가 아니라 상업적인 판매를 목적으로 한다면 최소한 어느 정도의 품질은 갖춰 줘야 하지 않을까?

책 표지 안쪽에는 그린이에 대해 이렇게 써 있다.

미대를 졸업하고 영상관련 직장에서 오래 일하다가 어릴적 꿈이었던 만화가가 되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었다.
(앞표지 안쪽)

계속 그냥 회사 다니시라고 부탁드리고 싶을 지경이다.

실질적인 주인공인 강아지 방실이가 어떻게 묘사되어 있는지 보자.


강아지라고 알고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굳이 품종을 찍어 보자면, 작고 털 많은 종류 중에서 페키니즈, 말티즈, 시츄, 요크셔테리어 정도 중에 하나일 거라고 짐작은 하지만, 아무런 정보 없이 그냥 그림만 접한다면 지구상의 생명체인지 외계 생명체인지도 확신이 서지 않을 듯한 그림이다. 원래 요크셔테리어라는데, 인터넷에서 사진이라도 검색해 보고, 최소한 비슷한 느낌이 들게는 그려 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간혹 강아지로 보이는 장면도 없지는 않으나, 대체적으로 위에 보이는 정체 불명의 외계 생명체의 모습에서 가깝게 그려진다. 특히나, 끝부분에서 먹지 못하고 초췌해진 모습은 개도 아니고, 양도 아니고, 그렇다고 앞쪽에 나왔던 외계 생명체도 아닌 전혀 다른 생물이 되어 버린다. 정말 미대 나온 거 맞아? -_-;

개가 몇 가지 정도의 소리를 낼까? 멍멍, 왈왈, 낑낑, 깽깽 이쯤은 진짜 살아있는 개를 좀 가까이서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금새 떠올릴 만한 소리들이다. 그중에서도 멍멍 은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개소리' 인데, 실제로 들어 보면 도무지 개 소리가 멍멍 으로 들리지는 않는다는 것이 함정이다. 차라리 왈왈 또는 악악 처럼 들릴 때가 많다. 그렇게 흔한 소리 외에도 딱히 한글로 혹은 인간의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소리들을 내고, 그 소리로 인간과 적지 않은 감정적 소통을 한다.

그러면 이 책에서는? 초반에는 의도적이었는지, 흔히 들어 본 범주를 벗어나지는 않지만, 제법 여러 가지 의성어가 나온다. 하지만 중반 정도만 돼도 '강아지는 멍멍멍'. 그냥 공식이다. 다른 소리 일절 없다. 개를 묘사하려는 최소한의 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것 같다.

책 213쪽부터 222쪽까지, 용역 깡패가 부숴 놓은 가게를 보며 절망하는 장면이 나온다. 독자가 느끼는 것은 삶의 터전을 잃은 주인공의 절망이 아니다. 분명 표현하려고 애는 써 봤지만 정작 표현되는 것이 없는 작가의 절망이 전해져 오는 듯 하다.

330쪽이 넘는 책이 11000원이니, 종이 질이 좀 부실한 것은 그러려니 할 수 있다. 하지만 사실 관계를 객관적으로 기록한 면이 없는 것은 아쉽다. 사건 발생 일지랄까, 신문 기사, 법원 기록 등을 첨부할 수는 없었을까? 오히려 책 앞쪽의 추천사와 뒤쪽의 편집 후기에 사건의 전말이 더 잘 나와 있는 느낌이다.

책을 펴 낸 취지에 적극 공감하고, 책을 펴 낸 용기에도 경의를 표한다. 나는 책 값을 지불하고 구입하는 것으로 독자로서 최소한의 의무는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은 용산참사를 객관적으로 그리고 있지도 못하고, 감정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지도 못한 채, 좋은 의도가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씁쓸한 교훈을 주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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