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May 08, 2007


제목: 에너지 버스 (Energy Bus)
글쓴이: 존 고든
옮긴이: 유영만, 이수경
출판사: 쌤앤파커스
발행: 2007년 2월 5일 초판, 2007년 3월 5일 27판.

세상에나, 한 달 새에 27판을 찍었다는 것을 이 글을 적으며 처음 알았다. 엄청난 베스트셀러였거나, 엄청나게 오/탈자가 많았거나......

이 책은 어떻게 하면 인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에 대한 책이다. 그 모범답안으로, 긍정 에너지가 넘치는 자세를 제시하고 있다.

행복한 인생을 위한 10가지 룰
1. 당신 버스의 운전사는 당신 자신이다.
2. 당신의 버스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것은 '열망', '비전', 그리고 '집중'이다.
3. 당신의 버스를 '긍정 에너지'라는 연료로 가득 채워라.
4. 당신의 버스에 사람들을 초대하라, 그리고 당신의 비전에 동참시켜라.
5. 버스에 타지 않은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낭비하지 마라.
6. 당신의 버스에 '에너지 뱀파이어 탑승 금지' 표지판을 붙여라.
7. 승객들이 당신의 버스에 타고 있는 동안, 그들을 매료시킬 열정과 에너지를 뿜어라.
8. 당신의 승객들을 사랑하라.
9. 목표를 갖고 운전하라.
10. 버스에 타고 있는 동안 즐겨라.

위의 핵심 줄거리를 동화같은 이야기를 통해 풀어나가고 있다. 그중 가장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 인생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우리가 통제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우리가 결정할 수 있어요."

얼마 전에 회사에서 신규 인력에 대한 교육이 있었다. 그 교육장에서 사장님이 직접 이 책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나눠주셨다. 책 안쪽에는 사장님의 친필 메시지가 적혀 있다. 감동적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위와 같은 다소 감동적인 이벤트가 아니라면 내가 개인적으로 이런 부류의 책을 찾아서 읽는 일은 극히 드물다. 상자 안에 갖힌 사람, 누가 내 치즈를 먹어치웠나, 선물, 칭찬, 잘나가는사람의 99가지습관 등의 책들은 각종 회사에서 권장 교양 도서로 지정하고 엄청나게 구입해서 모두에게 나눠주는 등의 이벤트를 하는 덕분에 종종 베스트셀러의 권위에 올랐다가 스테디셀러의 반열에 등극하기도 하지만, 왠지 내게는 좀 불편한 이야기가 많다.

부쩍 '긍정'에 대해서 강조들을 많이 하는데, 내가 하는 일은 긍정과는 관계가 적은 일이다. API를 작성할 때에는 '모두 잘 될거야' 같은 순진무구한 생각은 절대 금물이다. 어떤 API든지 일단 배포되고 나면, 어딘가에는 반드시 상상을 초월하는 닭대가리가 있어서 아무도 생각해내지 못한 방식으로 해당 API를 호출하여 System을 망가뜨리곤 한다. 심지어는 닭대가리가 아니라도 굳이 그런 일을 전문으로 하는 해커라든지 크래커 라던지 비스켓 (이건 아닌가? -_-;) 이라던지 하는 부류의 인종들도 있다. 따라서 뭔가 새로운 API를 만들 때에는 이 API로 인한 프로그래밍의 생산성의 향상이나, 시스템 성능의 개선 등과 같은 낙관적인 생각보다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최소한 뻗어버리지는 않기 위한 암울하고 암담한 생존경쟁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틀림없이 누군가는 반론을 제기할 테고, 또 누군가는 이해하지 못할 API 같은 얘기 말고도 변명의 여지는 있다. 나처럼 애시당초 성격이 비관적이고 염세적인 사람은 어쩌란 말인가? 상투적인 '성공'의 잣대를 들이대며 '긍정'으로 무장한채 희희낙락하는 무리들이 찍어주는 '패배자'의 낙인을 안고 은둔형 외톨이로 살아가야 한단 말인가?

누군가가 우울하고 암울하고 암담한 기본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사회에 어떠한 기여를 해 왔는지, 아니면 도대체 어떻게 그런 인종들이 지금까지 멸종도 되지 않고 살아남아 있는지에 대해서도 한 번쯤 책을 내 줬으면 좋겠다. 아무 쓸모 없다면 진작에 멸종되는 것이 옳지 않았겠는가? 아니면 지금부터라도 멸종시키려고 노력을 하던지......

뭐, 나처럼 가망없이 비비 꼬인 괴팍하고 음침한 사람이 아니라면 이런 책을 읽고 기왕이면 긍정적으로 살고 싶다고 생각해 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하지만, 모두가 똑같이 긍정적인 생각을 갖는다는 것은 모두가 똑같이 부정적인 생각을 갖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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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May 01, 2007

제목: 칠레의 모든 기록
글쓴이: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옮긴이: 조구호
출판사: 간디서원
출판일: 1989년 2월 10일 초판, 2005년 6월 7일 재판

이 글을 쓴 사람은 유명하고 유명한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이다. "백년간의 고독" 이라는 비범한 책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고, '마술적 사실주의'라 불리는 표현 양식을 창조한 사람이다. 그러한 사실 못지 않게 내게는 "사랑과 다른 악마" 란 작품도 중요하다. (이 책에 대해서는 언제 다시 쓸 기회가 있기를.....)
칠레의 미겔 리틴 이라는 영화감독은 국가에서 추방당했다. 구체적인 추방 이유에 대해서는 책에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정치적인 이유일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그 감독은 자신이 영화 감독으로서 국가를 위해 해야 할 일은 영화를 찍는 일이라고 생각하여 신분을 위장하고 조국으로 잠입해 들어간다. 그래서 여러 촬영 팀들을 거느리고 영화를 찍었다 라는 이야기.

작가가 감독을 인터뷰한 내용을 기반으로 씌여진 다큐멘터리 형식의 글이지만, 평범한 사실들의 조합으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창조해 내는 글솜씨는 사람을 묘하게 빨아들이는 힘이 있다. 게다가 쿠데타에 의해 독재 정치가 진행되는 어딘가 낯익은 상황은 더욱 이야기를 흥미롭게 한다. 다만 그들은 두고 두고 정신적 지주가 될 영웅을 갖고 있는 것 같아서 그 점이 부러웠다.

15년여만에 다시 발행된 책은 무섭게 비쌌다. 그림 한 장 없는, 글자뿐인 295쪽. 그런데 만이천원. 우리나라 인문학은 책값때문에 망하고 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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