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May 20, 2011



제목: 종횡무진 동양사
지은이: 남경태
출판사: 그린비 출판사
발행일: 초판 1998년 7월 25일, 개정 2판 2009년 2월 10일

나는 '역사' 라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린 시절부터 사회, 국사, 세계사 등의 과목은 정말 싫어 했던 것 같다. 그런 내가 역사책을 집어들었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회사 도서관에서 읽을 만한 책을 골라 보려는데, 다른 마땅한 책이 없었던 거다. 회사라는 특성상 각종 자기계발서 들이 즐비하고, 직종의 특성상 프로그래밍, 디자인, 이노베이션 뭐 그런 책들은 넘쳐난다. 그밖에, 아주 가벼운 상식 같은 내용을 모아놓은 책이 좀 있고, 소설책도 좀 있고......

'훗~ 좀 보다가 지루하면 바로 반납하고 딴 거 봐야지' 하고 집어든 이 책. 어찌보면 반갑게도(?) 처음부터 '이 책은 재미있으라고 쓴 책이 아니다. 재미있게 역사에 입문하자는 책은 쌔고 쌨으니 딴 책 보라' 는 친절한 안내까지 있다. 두껍기도 오라지게 두꺼워서 출근길 지하철에서 들고 읽으려면 손목이 시큰거린다 - 예전 경험했던 드 퀠벵씨 병 인가 하는 안좋은 추억도 떠올랐다. (참고: http://user.chol.com/~pain7575/deq.htm )

일단 '동양'을 크게 중국, 인도, 일본 으로 분류한 것 부터가 신선했다. 기존에 주워 들은 역사들은 대부분 중국, 우리나라, 그 외의 모든 듣보잡국 으로 주로 분류하는 편이었는데...... 여기서부터, 나라 이름조차 '中'국 이라고 지어버린 나라의 중화사상에 뼛속까지 절어서 우리나라가 세계 역사의 주역이라고 착각하는 분들은 자존심 좀 상하시겠다.

저자는 제일 먼저 '서양' 에서 일방적으로 이름붙인 개념인 '동양'이 무엇인지부터 담담하게 서술하고 나서, 동양 역사의 세 축인 중국, 인도, 일본을 번갈아가며 시대순으로 보여준다. 그러면서 기존에 주입받은 '우리나라 최고' 식의 통념과는 다른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미개한 일본에 우리나라에서 문명을 전파했다던지, 세계를 정복한 몽고에 맞서 우리나라는 정말 잘 버텼다던지 하는 그런 이야기는 역사적인 자료를 좀 살펴보면 전혀 사실이 아닌 것이다. - 우리나라의 역사 교육은 이런 식으로 역사에 대한 '이해' 보다는 정신적인 '자위행위'를 추구하고 있다.

그래도 저자가 우리나라 분이다 보니, 아무래도 우리나라는 실제 역사상에서의 비중에 비해 좀 더 많이 언급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한국 중심적인 관점보다는 실제 역사상의 지위와 비슷한 '중국의 듣보잡 속국들 중의 하나' 로서 다루어 지는 경우가 더 많다. 내게는 이런 부분이 신선하고도 통쾌하기까지 하게 다가왔다.

또, 이야기의 전개도 계속되는 사실의 끝없는 나열이 아니라, 이런저런 사건의 이러이러한 결과가 원인이 되어 다음으로 이러저러한 사건이 발생한다는 식으로 역사적 사실들에 대한 논리적 연결 고리를 달아놓아 실제적인 '이해'를 추구하고 있는 것 같다.

세 축인 중국, 일본, 인도 중에 기왕 많이 알려진 중국과 일본에 대한 부분보다 인도에 대한 내용이 조금 모자란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는 외에는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예나 지금이나 세계사의 주역은 우리나라' 라고 생각하는 분들이나, '역사, 그딴 거 알아서 뭐하게?' 라고 생각하는 분들 외에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그때는 왜 그랬을까?' 라는 생각을 가져본 분들은 아주 보람있는 독서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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