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개 방실이
지은이: 글 최동인 그림 정혜진
출판사: 책공장 더불어
발행일: 2011년 1월 13일
다시 한 번 용산참사에 관한 책이다.
용산참사 희생자가 사망한 후, 키우던 개가 식음을 전폐하고 24일만에 따라 죽는 이야기다. 대강의 줄거리만 봐도 정말 우울하다. 더 우울한 것은, 이 이야기가 픽션이 아닌 현실이라는 사실이다.
지난번에도 한 번 글을 쓴 적 있으니 용산참사에 대한 이야기는 생략한다.
편집 후기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용산은 어떤 방식으로든 게속 기억되어야 하고, 오래 기억되려면 구체적으로, 생활 속 이야기로 전해져야 한다는 생각에 이 이야기를 책으로 내기로 결정했다.
(책 310쪽)
책을 낸 취지나 동기에 대해서는 적극 공감하고 동의한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력은 두고 두고 기억되고 반성되고, 가능하면 적절한 처벌과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 나 역시 언제 사회 밑바닥으로 떨어질 지 모르는 불안감에 떨고 있기도 하다. - 어쩌면 부동의 자살률 1위 대한민국의 국민중 95% 가량이 느끼는 감정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책은 불만스러운 점도 많다. 그중 가장 큰 것이 그림이다. 책 표지에 앉아 있는 4명. 아무리 가족이라지만 닮아도 너무 닮았다. 책 전체를 뒤져 봐야 많지도 않은 등장인물들이 개성이라고는 찾기 힘들다. 매력 같은 것은 더 찾기 힘들다. 무료 배포가 아니라 상업적인 판매를 목적으로 한다면 최소한 어느 정도의 품질은 갖춰 줘야 하지 않을까?
책 표지 안쪽에는 그린이에 대해 이렇게 써 있다.
미대를 졸업하고 영상관련 직장에서 오래 일하다가 어릴적 꿈이었던 만화가가 되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었다.
(앞표지 안쪽)
계속 그냥 회사 다니시라고 부탁드리고 싶을 지경이다.
실질적인 주인공인 강아지 방실이가 어떻게 묘사되어 있는지 보자.
개가 몇 가지 정도의 소리를 낼까? 멍멍, 왈왈, 낑낑, 깽깽 이쯤은 진짜 살아있는 개를 좀 가까이서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금새 떠올릴 만한 소리들이다. 그중에서도 멍멍 은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개소리' 인데, 실제로 들어 보면 도무지 개 소리가 멍멍 으로 들리지는 않는다는 것이 함정이다. 차라리 왈왈 또는 악악 처럼 들릴 때가 많다. 그렇게 흔한 소리 외에도 딱히 한글로 혹은 인간의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소리들을 내고, 그 소리로 인간과 적지 않은 감정적 소통을 한다.
그러면 이 책에서는? 초반에는 의도적이었는지, 흔히 들어 본 범주를 벗어나지는 않지만, 제법 여러 가지 의성어가 나온다. 하지만 중반 정도만 돼도 '강아지는 멍멍멍'. 그냥 공식이다. 다른 소리 일절 없다. 개를 묘사하려는 최소한의 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것 같다.
책 213쪽부터 222쪽까지, 용역 깡패가 부숴 놓은 가게를 보며 절망하는 장면이 나온다. 독자가 느끼는 것은 삶의 터전을 잃은 주인공의 절망이 아니다. 분명 표현하려고 애는 써 봤지만 정작 표현되는 것이 없는 작가의 절망이 전해져 오는 듯 하다.
330쪽이 넘는 책이 11000원이니, 종이 질이 좀 부실한 것은 그러려니 할 수 있다. 하지만 사실 관계를 객관적으로 기록한 면이 없는 것은 아쉽다. 사건 발생 일지랄까, 신문 기사, 법원 기록 등을 첨부할 수는 없었을까? 오히려 책 앞쪽의 추천사와 뒤쪽의 편집 후기에 사건의 전말이 더 잘 나와 있는 느낌이다.
책을 펴 낸 취지에 적극 공감하고, 책을 펴 낸 용기에도 경의를 표한다. 나는 책 값을 지불하고 구입하는 것으로 독자로서 최소한의 의무는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은 용산참사를 객관적으로 그리고 있지도 못하고, 감정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지도 못한 채, 좋은 의도가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씁쓸한 교훈을 주고 있는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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