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March 05, 2010



제목: 성공과 좌절 - 노무현 대통령 못다쓴 회고록
지은이: 노무현
출판사: 도서출판 학고재
발행일: 1009년 9월 22일

지금 이 나라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이 책의 저자인 노무현을 알 것이다. 한때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었고, 이제는 이 세상에 없는 분이다. 많은 미움을 받았고, 비슷하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는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자살기록부(그런 것이 있다면)에 전직 대통령 까지 올라버린 우리 나라는 이제 명실상부한 세계 제일의 자살공화국이 되지 않았나 싶다.

책의 내용은 그다지 충실하지 못하다. 회고록으로 준비하던 원고를 다 끝내지 못하고 가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부분에는 쓰고 싶었던 이야기의 개요 정도만 적어 놓은 것들을 모았고, 중간에는 몇몇 웹사이트에 올라갔던 글들을 모았고, 뒷부분은 대통령직을 수행할 당시의 육성 기록을 지면에 옮겼다. 그러다 보니, 책 전반을 아우르는 논지나 요점 같은 것도 없고, 그저 끊임없는 나열로 느껴진다. 어떻게 보면 저자로 표시된 노무현 자신이 쓴 책은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그래도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있다. 책의 내용을 읽는다기보다 '나는 이 책을 읽는다' 라는 의사표시로 말이다.

'그런 책 읽다가 잡혀 가면 어떡해?'

지금은 이 말이 농담이나 빈말이 아닌 시대가 되어 버렸다.

대통령 하나 바꿨을 뿐인데 이 나라에는 참으로 많은 비극이 일어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는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정부 정책이 마음에 안든다는 이야기를 꺼내기도 두려운 세상이다.

나는 대부분의 책에서 맨 겉장 아래에 감겨 있는 띠지는 쿨하게 바로 버렸다. 하지만 이 책은 차마 그러질 못했다. 띠지로 가려진 부분이 그냥 하얀 여백에 출판사 이름이 박힌 것이 전부이기도 하지만, 전직 대통령의 사진과 사인. 내가 이런 것을 손에 넣을 기회가 또 있을까? 굳이 손에 넣고 싶은 대통령이 또 있을까?

그의 정책을 전반적으로 지지했다거나, 그를 무척 존경한다거나 했던 것도 아닌데 그를 생각하면 슬픔과 울분이 치밀어오른다.

다시 말하지만, 책 내용은 별 것 없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것은 독서가 아닌 정치 행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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