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January 01, 2010


제목: 왜 인간인가? - 인류가 밝혀낸 인간에 대한 모든 착각과 진실
(Human - The Science Behind What Makes Us Unique)
글쓴이: 마이클 가자니가 (Michael Gazzaniga)
옮긴이: 박인균
출판사: 추수밭(청림출판)
발행: 2009년 11월 10일

11월에 흑사병의 귀환을 읽고 감상문을 적은 이후로 이런 저런 많은 책들을 읽었음에도, 단지 게을러서 아무런 글도 적지 않았다. 새해부터는 뭔가 좀 더 많은 글을 쓰기로 한 만큼 열심히 적어 보겠다.

제목을 내가 번역한다면
인간 - 우리의 유일함에 대한 과학적 고찰
이쯤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좀 더, 아니, 상당히 의역을 해서 원문과는 별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동떨어진 문장을 제목으로 채택했다. 원문에서 나온 'Science' 라던지 'Unique' 라는 단어는 사라져 버렸고, 원문으로는 추측조차 힘든 '착각' 과 '진실' 이란 단어가 포함되었다. 상업적인 이유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하지만 상업적이라면
인간 - 그 거스를 수 없는 뜨거운 본능의 심연
뭐 이런 제목이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이 책은 제목대로(원문 기준. -_-;) 어떤 면에서 인간이 동물과 다른지에 대한 과학적 고찰이다. 수많은 과학적 방법 중에서도 특히 뇌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관점에서 인간과 인간 이외의 동물이 어떻게 다른 지를 탐구하고 있다. 장마다 심리적, 사회적, 철학적으로 인간과 동물의 차이점을 살펴 보지만, 결국은 그러한 탐구가 뇌로 귀결된다.

불멸의 영혼 같은 것일 믿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에서는 인간의 정신세계를 뇌의 기능중 하나로 보고 있다. 또, 그러한 개념은 과학적인 관점에서 대체적으로 옳아 보인다. 하지만 이정도만 해도, 두 집 건너 교회, 세 집 건너 부동산 중개업자, 게다가 부동산 중개업자 사무실에 '손 없는 날'을 표시한 달력이 걸려 있는 우리 나라에서는 파격적이라 할 수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정신세계가 '뇌' 라는 신체 기관의 기능이라면, 그 목적은 너무나 분명하다. 인간이라는 종족의 생존과 번식. 세상에나, 그 모든 예술과 철학과 종교와 학문들이 그저 생존과 번식을 위한 수단일 뿐이라니......

신선하고 좋은 내용이라 생각되지만 재미있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첫째 난관은 뇌에 관한 생소한 용어들이다.

우측하두정피질과 후부측두피질의 접합은 자신의 행동과 다른 사람의 행동을 구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측두정엽접합부(TPJ)라고 불리는 이 영역은 시상 측부 및 후부, 시각, 청각, 체지각 및 변연계 영역, 전전두엽피질과 측두엽 간 상호 연결 부위를 포함한 다양한 뇌 영역에서 오는 정보를 통합하느라 매우 바쁜 곳이다.

위의 문장이 친숙하게 다가오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도 있겠다. 둘째 난관은 번역이다. 애써 옮긴 분께는 좀 죄송하지만, 읽다 보면 이해하기 힘든 문장이 너무 많았다. '측두정엽접합부' 나 '전전두엽피질' 등의 단어를 그냥 '이것' 과 '저것'으로 대체했다 쳐도 문장 자체가 어떤 의미인지 한참 고민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불행히도, 고민 끝에는 잠이 온다. -_-; 세째 난관은 책의 물리적인 무게이다. 567쪽, 하드커버. 요즘 손목이 시큰거리는 것이, 지하철에서 이 책을 읽었기 때문이 아닌가 의심이 들 지경이다.

가끔씩이라도 '나는 과연 무엇인가' 라는 의문이 머리에 떠올랐던 분들이라면 이 책에서 현대 과학이 제공할 수 있는 하나의 대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당연히 만물의 영장이라고 생각한다거나, '나는 과연 무엇인가' 따위의 생각은 배부르고 등따신 사치로 여긴다거나, '우측하두정피질' 같은 단어만 봐도 멀미가 나는 분이라면 좀 더 재미있고 쉽게 읽히는 다른 책을 고르시는 편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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