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January 10, 2010


제목: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
지은이: 앨 고어(Al Gore)
옮긴이: 김명남
출판사: (주)좋은생각사람들
발행일: 2006년 9월 15일

이 책에 대해 한마디로 평을 하자면 '지극히 정치적인 책' 이다. 온난화에 대해 쓰고 있긴 하지만, 환경에 관한 책도 아니고, 과학적으로 접근하지도 않고, 경제적인 관점, 인도주의적 관점 등을 모두 뭉뚱그려서 정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래서 정치 하면 함께 떠오르는 부패, 무능, 불신 등의 안좋은 느낌들이 확 같이 떠올라 주는 책이다.

앨 고어는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세상에 알리려는 노력을 인정받아 2007년에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2006년에 출간되었고, 작가의 수상 이후에 한 번 더 재조명을 받은 것 같다.

나는 지구가 온난화 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지만, 그 원인이 정말 이산화탄소가 맞는 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이 책에서 그런 점을 좀 명확히 해 주길 기대하며 읽었다. 지구의 기온을 결정하는 요인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그중에 이산화탄소가 과연 얼만큼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 인류 탄생 이전에도 있었던 고온기들은 어떻게 설명이 되는지 등등.

최소한 다음의 내용들은 사실인 것 같다.
1. 현재 지구는 온난화 하고 있다.
2. 현재 이산화탄소 농도는 전례 없이 높다.
3. 현재의 높은 이산화탄소 농도는 인류의 활동에 기인한다.
4. 이산화탄소 농도와 지구의 온도는 관계가 있다.

그러나 온난화의 주 원인이 이산화탄소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지는 사람도 있다. 또, 다른 주장을 보면, 인류가 활동하기 이전의 기록에서는 이산화 탄소의 농도 변화에 따라서 지구 온도가 변한 것이 아니라, 지구 온도의 변화에 따라서 이산화탄소 농도가 변한 것으로 보인다. 어느 쪽이 맞는 지는 나로서는 알 수 없다.

제목부터 '불편한' 이 책은 상당히 읽기 불편하다. 판형이 보통 책과 꽤 달라서 들고 다니면서 읽기엔 적합하지 못하다. 또, 책값 역시 피곤할 만큼 비싸다. 양쪽 면이 새까많게 칠해져 있고, 거기엔 굵고 큰 글씨 한 줄과 작은 글씨 서너 줄이 전부인 페이지가 꽤 되는데, 왜이리 고급 종이를 썼나 싶기까지 하다. 사진과 그래프 등이 많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책이라기보다 무슨 프리젠테이션 자료 같은 형식이다. 온난화에 관한 내용들은 정말 간략하게 요약되어 나온다. 그러나, 나로서는 관심도 없는 앨 고어의 사적인 이야기들은 황당하다 싶을 정도로 자세히 나온다. 어떻게 보면 인류 활동이 온난화에 얼만큼 기여했는지보다, 글쓴이 앨 고어가 얼마나 믿을 만한 사람인지를 알리는 데 더 많은 내용을 할애하고 있는 것 같다. 어느날 아들이 차에 치어서 환경을 생각하게 되었다는 상당히 뜬금없는 이야기는 도대체 왜 나오는 지 모르겠다.

내가 궁금해 했던 내용에 대해서 이 책은 이렇게 답하고 있다.

오해 2
"기후 변화의 원인은 여러 가지다. 특별히 이산화탄소에 대해서만 고민할 이유가 없다."

물론 기후는 이산화탄소 외에도 여러 가지에 민감하다. 태양의 흑점이나 수증기가 그 예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가 이산화탄소 및 기타 인공적 온실 가스에 대해 더욱 걱정해야 하는 증거일 뿐이다. 역사적으로 기후가 여러 자연적 요인들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는 사실은 경고일 뿐이다. 인간이 일으키고 있는 유례없이 방대한 변화에 대해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경고다. 인간은 어떤 자연의 힘보다도 강력한 존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 서적이나 논문 등의 자료는 단 한 줄도 없지만, 깨알같은 글씨로 빽빽하게 모든 사진의 저작권에 대해서는 별도로 표시를 하고 있는 이 책의 내용을 감히 인용하는 것이 합법적인지 잘 모르겠다. 또, 위에 적은 답변이 무슨 소리인 지도 잘 모르겠다. 인간이 어떤 자연의 힘보다도 강력하다는 헛소리 앞에서는 기가 막혀 한숨이 나온다.

온난화의 원인에 대해 궁금한 사람은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 이산화탄소 외에는 거의 언급도 되지 않는다. 그 이산화탄소와의 상관 관계도 과학적인 설명은 전혀 없다. 이미 이산화탄소가 온난화의 주 원인이라 여기는 사람도 이 책에서 얻을 것이 별로 없다. 책 뒤쪽에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실천 방안들이 간략히 소개되어 있고, 자세한 내용이 있는 웹사이트들의 주소가 적혀 있는데, 거의 미국 사이트다. 한글 내용은 없어 보인다.

비싸기만 하고 무슨 정치인의 찌라시 처럼 빈약한 내용의 이 책을 읽고 나니, 나는 오히려 현재의 이산화탄소-온난화 이야기들이 강대국들의 이익을 위해 조직적으로 유포되는 괴담에 가깝게 느껴진다. '탄소 배출권 시장' 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이런 관점에 대한 근거로 충분하지 않을까?

누군가 좀 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책을 권해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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