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북해의 별
지은이: 김혜린 (글/그림)
출판사: 도서출판 길찾기
발행일: 2005년 3월 25일 (초판본은 1983년-1987년 발표)
이 책은 흔히 '순정만화'로 분류된다. 남녀간의 애정이 주된 내용인 만화를 순정만화라고 한다면, 그렇게 분류되어서는 안된다. 이 책의 주된 내용은 시민혁명이다.
물론 여러 순정만화와 공유하는 점들이 없지 않다. 운명적인 사랑에 아파하는 사람들이 나오고, 등장인물들은 외모 만으로는 도저히 성별을 판단할 수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 거의 다 여자처럼 생겼다. 심지어는 수염 난 아저씨조차 여자가 수염을 붙이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작가의 데뷔작이어서 그런지 1권의 그림은 정말 적응하기 힘들 정도이다. 다행히도 이야기가 후반쯤 갈 때에는 그림체도 안정되고, 일부 사람들은 남자로 보이기 시작한다. 그래 봐야 처음보다 남자다와 진 정도이고, 여전히 '순정만화 그림체' 라는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왕족으로, 어린시절부터 바다를 좋아하던 주인공 유리핀 멤피스는 해군 장교가 되어 승승장구하나, 음모에 휘말려 반역자로 몰리게 된다. 그러나 감옥에서 뜻이 맞는 동지들과 탈옥하여 해적 생활을 하다가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 시민혁명을 주도한다. 우여곡절 끝에 혁명은 어렵게 성공하여 민주정치가 시작된다는 것이 대강의 줄거리.
가상의 왕국 보드니아 라는 나라를 배경으로 하는데, 책 안에서 Bothnia 라고 표기한다. 현재의 스웨덴-노르웨이 부근이다. Gulf of Bothnia 라는 지명이 있기는 한데, 실제로 Bothnia 라는 국가가 존재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주인공은 처음부터 끝까지 변치 않는 마음으로 나라를 사랑하고, 연인인 공주를 사랑한다. 하지만 나라와 국민에 대한 사랑으로 혁명을 택한다. 이러한 내용 때문에 운동권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단다. '순정만화' 라는 분류 덕분인지, 금서가 된 적은 없는 것 같다.
이 책에서, 연애는 달콤하지 않다. 지독한 현실을 종종 더 힘들게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마음 한 구석에 살아야 하는 이유가 되고, 살아가는 힘이 된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사랑에 빠지는 것이 전혀 공감이 되지 않았다. 두어 번 만났을 뿐인데 평생 죽고 못사는 사랑하는 사이가 되는 것이 가능할까? 내가 늙어서 그런지 상당히 어색하게 느껴졌다.
이 작품만 놓고 본다면 수작 정도는 되어도 명작이라고 하기엔 좀 미흡하다. 이야기가 치밀하다기 보다 산만하게 전개되는 느낌도 있고, 너무나 냉정하게 잘 견뎌 내던 사람들이 어떻게 보면 사소한 감정으로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하지만 선이 굵은 좋은 작품들을 계속 내놓고 있는 작가의 데뷔작이라는 데에 더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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