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April 07, 2010



제목: 눈먼 자들의 도시(Ensaio sobre a Cegueira)
지은이: 주세 사라마구(Jose' Saramago)
옮긴이: 정영목
출판사: 해냄출판사
발행: 1998년 12월 15일 (원저 1995년)

내용도 독특하고, 형식도 특이한 소설이다.

먼저 내용을 보자면, 모든 사람이 눈이 먼다는 이야기. 어느날 갑자기 어떤 남자가 운전하는 도중에 눈이 먼다. 그리고는 그 남자와 가까이 있었던 사람들이 차례대로 역시 눈이 먼다. 질병처럼 무섭게 확산되는 실명. 결국 정부는 실명자와, 실명자 주변 인물들을 격리 수용하기로 한다. 눈 먼 사람들의 수용소는 아수라장이다. 이 사회의 온갖 어두운 면들이 여과 없이 펼쳐진다. 어느 순간 수용소를 감시하던 사람들이 사라진다. 모두 눈이 멀었기 때문이다. 이제 눈 먼 자들은 수용소를 떠나, 마치 또다른 수용소처럼 되어 버린 세상을 방랑하게 된다. 단 한 명은 실명 하지 않아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게 되는데......

형식 역시 이 작품만의 독특함을 가지고 있다. 처음 책을 읽으면 조금 당황하게 된다. 문장들이 잠깐의 휴식도 없이 끊임없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문장 자체의 길이는 길지 않다. 하지만 문장과 문장을 끊어주는 줄바꿈 같은 것은 정말 드물다. 몇 페이지에 한 번 있는 정도. 게다가 문장 부호 역시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쉼표와 마침표. 이 두 가지로 다른 모든 것을 대체한다. 흔하디 흔한 물음표나 느낌표 같은 것조차 단 한 개도 나오지 않는다. 대사가 나오는 경우에도 따옴표는 없다. 다른 문장들과 마찬가지로, 줄바꿈도 없이, 쉼표와 마침표만으로 구분되어 끊임없이 나열된다.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모호해지는 가운데, 나도 마치 눈이 머는 듯한 환각을 느낄 법도 하다.

책이 하드커버인 점은 좀 불만스럽지만, 안의 여백도 불필요하게 넓지 않고, 글자 크기도 적당한 것 같다. 약간 더 작아도 좋을 것 같은데, 이대로도 들고 다니며 읽기 부담스럽지 않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의 작품으로, 10년 넘게 60쇄를 찍어내고 있는 책. 영화도 만들어 졌다. 읽기 시작하면 손에서 뗄 수 없을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너무나 쉽게 예상되는 결말이 조금 아쉽지만, 그럼에도 허무함 같은 것은 별로 들지 않는다. 조만간 후속작인 눈뜬 자들의 도시 역시 읽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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