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October 26, 2014

오래된 연장통

제목: 오래된 연장통
지은이: 전중환
출판사: 사이언스 북스
발행일: 1판 2010년 1월 15일, 증보판 2014년 5월 30일

진화심리학 입문서.

저자는 생물학, 행동생태학, 진화심리학 순으로 학위를 받았다. 진화심리학이라는 다소 생소한 학문을 연구하고 있다. 인간의 이러이러한 심리는 이러이러한 이유로 진화해 왔다 라는 것이 전반의 내용.

갖 태어난 인간은 갖 태어난 다른 동물에 비해 무척 약하다. 사슴은 태어나자 마자 깡총 깡총 뛰어다니지만 인간은 한동안 목도 제대로 가누지 못한다. 새끼를 낳고 나면 알아서 탯줄 처리를 다 마치는 고양이와 비교해 보면, 그렇게 혼자 알아서 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싶다. 이밖의 여러 가지에 비추어 볼 때, 인간은 유달리 많은 '교육'이 필요하기도 하다. 다른 많은 동물들이 '본능적'으로 잘 해내는 일들을 인간은 배워야만 할 수 있는 것을 보면, 인간은 다른 동물들에 비해 본능 부분이 무척 퇴화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라고 흔히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은 그것이 오해라고 말하고 있다. 인간의 유달리 큰 뇌에는, 인간인 우리 스스로는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인식도 하지 못하는 수많은 본능들이 가득 들어차 있다는 것이다. 그 하나 하나를 자연에서 살아남기 위한 연장으로 보고 있다. 다만, 그 연장들은 수백 만년에 걸쳐 정교하게 다듬어져 왔는데, 진화의 속도가 최근 백년 정도의 급격한 사회 변화를 따라잡지 못해서 현대 사회의 관점으로 보면 기이하고 부적절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를 오래된 연장통이라고 칭했다.

첫 번째 연장 진화, 마음을 읽다
두 번째 연장 같은 행성, 다른 선택압
세 번째 연장 유전자를 위한, 유전자에 의한 행동
네 번째 연장 문화와 생물학적 진화
다섯 번째 연장 병원균, 집단주의, 그리고 부산갈매기
여섯 번째 연장 다윈, 쇼핑을 나서다
일곱 번째 연장 웃으면 복이 왔다
여덟 번째 연장 고기를 항한 마음
아홉 번째 연장 뜨거운 것이 좋아
열 번째 연장 진화의 창 너머 보이는 풍경
열한 번째 연장 자연의 미
열두 번째 연장 여왕 벌거숭이두더지쥐의 사생활
열세 번째 연장 이야기의 생물학
열네 번째 연장 발정기는 사라지지 않았다
열다섯 번째 연장 털이 없어 섹시한 유인원
열여섯 번째 연장 가을빛이 전하는 말
열일곱 번째 연장 도덕은 본능이다
열여덟 번째 연장 도덕의 주기율표
열아홉 번째 연장 음악은 왜 존재하는가
스무 번째 연장 종교는 피할 수 없는 부대 비용
스물한 번째 연장 동성애는 어떻게 설명하죠?
스물두 번째 연장 기억의 목적
스물세 번째 연장 저출산의 진화심리학
스물네 번째 연장 인간의 가장 가까운 친구
스물다섯 번째 연장 우리는 왜 스포츠에 열광하는가
스물여섯 번째 연장 향수, 어느 MHC 유전자의 이야기
스물일곱 번째 연장 전통 의학의 기원
스물여덟번째 연장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스물아홉 번째 연장 왜 암컷은 자식을 더 돌볼까?
서른 번째 연장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남성이니라
서른한 번째 연장 근친상간을 회피하는 이유
서른두 번째 연장 정치적 동물
서른세 번째 연장 복지와 분배

인간이 집단생활을 하면서 당면하는 수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정말 수많은 심리 기제가 진화해 왔다. 그중 일부는 동성애나 종교 같은 원래의 목적과 동떨어진 부작용을 낳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인간이 상당히 번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아주 사소한 문제인가보다.
흥미로운 여러 내용들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귀여운 애완동물들이 사실은 인간에게 기생하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는 가설이었다. 애완동물은 인간이 번식하는 데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이들을 기른다. 이들은 자신의 후손을 돌보려는 인간의 심리를 비집고 들어와 자신들이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 귀여운 강아지와 고양이가 내게 기생하는 거라니!

그밖에도 많은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있다. 인간의 심리가 어떻게 동작하는 지 궁금했던 사람이라면 꼭 읽어 볼 만한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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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August 06, 2013

심야치유식당


제목: 심야치유식당
지은이: 하지현
출판사: 도서출판 푸른숲
발행일: 2011년 3월 30일

지인 한 분이 힐링이 되는 이야기라며 권해주신 책. 저자가 정신과 의사다. 과연 어디까지가 정상이고 어디서부터 치료가 필요한 것인지 모호한 정신과의 속성상 많은 한계를 느꼈나보다. 의료의 영역이 갖는 한계를 넘어서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 보면 어떨까 하는 개인적인 환상을 소설이라는 형식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주인공은 정신과 의사였다가 지금은 작은 바를 운영하는 사장님. 그 곁에 감초같은 조연 두 명. 한명은 내과 의사. 또 한 명은 정신과 수련의. 그리고 매 화 바뀌는 환자 또는 각 화의 특별 손님. 이런 저런 문제가 있었는데, 우연히 주인공이 운영하는 바에 왔다가 기적을 만나는 뭐 그런 스토리.
여기 등장하는 환자(?)들은 다음과 같다.

1. 48일 동안 잠 못 든 남자
2. 음식 중독에 걸린 여자
3. 밤이 무서운 요리사
4. 징크스에 갇힌 4번 타자
5. 공황장애에 걸린 남자
6. 회사원이 된 천재 음악가
7. 자신감 없는 여자
8. 직장인 사춘기에 걸린 여자

책을 읽어 가면서 힐링이 되기는 커녕 가슴 한 구석이 먹먹해져 온다. 주인공부터 모든 등장인물들이 다들 어느 정도 이상씩 나름 여유 있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정신에 무리를 주고 있는 약간의 걸림돌만 치워 주면 행복할 준비가 다 돼 있는 사람들이다. 속된 말로 '호강에 받쳐서 요강에 똥싼다'는 부류의 인물이 대부분이다. 진짜 미치도록 사는 게 어려울 것 같은 사람은 딱 한 명 잠깐 나오는데, 그나마도 다른 사람의 반대 되는 이미지 정도의 인물로, 그다지 비중이 없다.
정신과란 가질 만큼 가진 사람이 정작 행복을 손에 넣지 못하고 있을 때만 마지막 비밀 열쇠를 꺼내 보여 주는 그런 곳이었나? 너무나 어렵고 힘들어서 미치지 않을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은 어떡하고? - 아무리 소설이어도, 병 때문에 월세가 밀리고, 돌려막기로 시작한 카드빚이 사채로 이어져 아무리 일해도 이자조차 버거운 상황을 정신과 의사가 어떻게 해 주기는 힘들 것 같긴 하다.
소설인 만큼 의학적인 이야기의 비중이 크지는 않다. 그래도 어떤 정신적 증상은 어떤 원인이 있고, 어떤 방법으로 완화할 수 있을 것 같다 정도의 이야기는 꾸준히 나온다. 문제는 그 증상 외에는 딱히 불편한 점이 없을 만큼 이미 잘 살고 있는 사람일 것. 일주일에 한두 번은 퇴근길에 바에 들러서 술 한 잔씩 해도 밥값 같은건 전혀 걱정하지 않을 정도의 여유는 갖추고 있을 것. 그렇지 못한 경우는...... 음...... 모르겠다.
저자는 이 이야기를 쓰면서 행복했을까? 의사와 환자로서가 아닌 개인 대 개인으로 누군가를 깊이 있게 만나는 느낌이었을까?
소설적 구조가 치밀한 것도 아니고, 뭔가 특별한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따로 의학적인 지식을 잘 정리해 주는 것도 아니다. 어느 쪽으로도 뭔가 조금씩은 부족한 점이 있다. 그나마 누군가의 치유에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으로 쓰여졌다는 것이 이 책이 가지는 고유의 미덕이랄까.
그냥 심심풀이로 읽을 만한 내용. 이미 가질 만큼 가진 것 같은데 왠지 행복하지 않다면 이 책에서 뭔가 찾을 수 있을 지 모른다. 하지만 정작 너무 힘들어서 어딘가 기댈 데가 필요했다면 읽으면서 화만 날 수도 있으니 주의하자.
=^.^=
Ps. 난 왜 이렇게 염세적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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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June 14, 2011



제목: 인간과 상징 (Man and his symbols)
지은이: 카를 G 융 외(Carl Gustav Jung)
공저: 조지프 헨더슨
마리루이제 폰 프란츠
아닐라 야페
욜란데 야코비
옮긴이: 이윤기
출판사: 주식회사 열린책들
발행일: 1996년 7월 15일 초판, 2009년 12월 15일 신판 (원저 1964년)

이번엔 심리학 서적이다. 현대심리학의 거물이다. 프로이트와 함께 무의식의 세계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학자다.

이 책은 칼 융 외에 그의 제자인 다른 학자들의 공저이며, 일반인에 대한 심리학 입문서로 기획되었다고 한다. 1964년 영국에서 출간된 것 같다. 우리나라에는 1996년 처음 출판이 되었고, 2009년 다시 한 번 출판되었다.

책은 무의식에 대한 접근 방식으로 크게 꿈, 신화, 예술 세 가지 정도를 들고 있다. 그중 꿈에 대한 분석이 가장 비중있게 다루어진다.

분명 다 읽기는 했지만, 꿈처럼 몽롱한 이야기들에, 왠지 도무지 신뢰가 가지 않았다. 남성의 내면에 있는 여성상이라던지, 여성의 내면에 있는 남성상이라던지. 그러면 도대체 하리수의 내면에는 누가 있어야 하는 건지...... 게다가 오래 전의 책이라 그런지 유럽 문화권 외의 지역은 당연히 '미개하다'고 간주하고 진행하는 이야기가 꽤 있는데, 적잖이 짜증스럽다. 실제 적용 예로 보여주는 여러 상담 치료 사례 또한 인간 보편적인 내용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편협하다. 유럽의 기독교 문명권을 벗어나면 전혀 적용할 수 없을 듯한 그런 주장들이 이렇게 위대한 이론으로 알려진 것을 보면, 평가도 대부분 유럽의 기독교 문명권에서 이루어 진 것이 틀림없다. 그래도 책 중간 중간에 자료 사진들이 풍부하게 들어 있는 것 정도는 마음에 든다.

프로이트와 융 이후에 무의식에 대한 이해는 얼마나 진행되었을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의 관점으로 봐서는 융의 이론들은 상당히 시대에 뒤떨어져 있는 것 같다.

과연 심리학도 '과학'의 한 분야이긴 한 걸까? 거의 공감이 되지 않는, 무당집 점괘 푸는 소리 처럼 이렇게 애기하면 이렇게도 되고 저렇게 얘기하면 저렇게도 될 듯한 이야기들을 잔뜩 읽고 나니 오히려 '심리학' 이라는 학문 자체를 믿기 힘들게 되어 버렸다.

책의 내용이 현재 사회와 맞지 않거나, 아니면 비전문가인 내게 너무 어려운 거거나. 어쨌든 일반인에 대한 입문서로서의 역할을 썩 잘 한 것 같지는 않다. 심리학에 대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깊이 파 볼 생각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별로 유용하지 않은 책이라고 생각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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