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August 06, 2013

심야치유식당


제목: 심야치유식당
지은이: 하지현
출판사: 도서출판 푸른숲
발행일: 2011년 3월 30일

지인 한 분이 힐링이 되는 이야기라며 권해주신 책. 저자가 정신과 의사다. 과연 어디까지가 정상이고 어디서부터 치료가 필요한 것인지 모호한 정신과의 속성상 많은 한계를 느꼈나보다. 의료의 영역이 갖는 한계를 넘어서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 보면 어떨까 하는 개인적인 환상을 소설이라는 형식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주인공은 정신과 의사였다가 지금은 작은 바를 운영하는 사장님. 그 곁에 감초같은 조연 두 명. 한명은 내과 의사. 또 한 명은 정신과 수련의. 그리고 매 화 바뀌는 환자 또는 각 화의 특별 손님. 이런 저런 문제가 있었는데, 우연히 주인공이 운영하는 바에 왔다가 기적을 만나는 뭐 그런 스토리.
여기 등장하는 환자(?)들은 다음과 같다.

1. 48일 동안 잠 못 든 남자
2. 음식 중독에 걸린 여자
3. 밤이 무서운 요리사
4. 징크스에 갇힌 4번 타자
5. 공황장애에 걸린 남자
6. 회사원이 된 천재 음악가
7. 자신감 없는 여자
8. 직장인 사춘기에 걸린 여자

책을 읽어 가면서 힐링이 되기는 커녕 가슴 한 구석이 먹먹해져 온다. 주인공부터 모든 등장인물들이 다들 어느 정도 이상씩 나름 여유 있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정신에 무리를 주고 있는 약간의 걸림돌만 치워 주면 행복할 준비가 다 돼 있는 사람들이다. 속된 말로 '호강에 받쳐서 요강에 똥싼다'는 부류의 인물이 대부분이다. 진짜 미치도록 사는 게 어려울 것 같은 사람은 딱 한 명 잠깐 나오는데, 그나마도 다른 사람의 반대 되는 이미지 정도의 인물로, 그다지 비중이 없다.
정신과란 가질 만큼 가진 사람이 정작 행복을 손에 넣지 못하고 있을 때만 마지막 비밀 열쇠를 꺼내 보여 주는 그런 곳이었나? 너무나 어렵고 힘들어서 미치지 않을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은 어떡하고? - 아무리 소설이어도, 병 때문에 월세가 밀리고, 돌려막기로 시작한 카드빚이 사채로 이어져 아무리 일해도 이자조차 버거운 상황을 정신과 의사가 어떻게 해 주기는 힘들 것 같긴 하다.
소설인 만큼 의학적인 이야기의 비중이 크지는 않다. 그래도 어떤 정신적 증상은 어떤 원인이 있고, 어떤 방법으로 완화할 수 있을 것 같다 정도의 이야기는 꾸준히 나온다. 문제는 그 증상 외에는 딱히 불편한 점이 없을 만큼 이미 잘 살고 있는 사람일 것. 일주일에 한두 번은 퇴근길에 바에 들러서 술 한 잔씩 해도 밥값 같은건 전혀 걱정하지 않을 정도의 여유는 갖추고 있을 것. 그렇지 못한 경우는...... 음...... 모르겠다.
저자는 이 이야기를 쓰면서 행복했을까? 의사와 환자로서가 아닌 개인 대 개인으로 누군가를 깊이 있게 만나는 느낌이었을까?
소설적 구조가 치밀한 것도 아니고, 뭔가 특별한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따로 의학적인 지식을 잘 정리해 주는 것도 아니다. 어느 쪽으로도 뭔가 조금씩은 부족한 점이 있다. 그나마 누군가의 치유에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으로 쓰여졌다는 것이 이 책이 가지는 고유의 미덕이랄까.
그냥 심심풀이로 읽을 만한 내용. 이미 가질 만큼 가진 것 같은데 왠지 행복하지 않다면 이 책에서 뭔가 찾을 수 있을 지 모른다. 하지만 정작 너무 힘들어서 어딘가 기댈 데가 필요했다면 읽으면서 화만 날 수도 있으니 주의하자.
=^.^=
Ps. 난 왜 이렇게 염세적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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