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July 02, 2013

도시에서 죽는다는 것

제목: 도시에서 죽는다는 것
지은이: 김형숙
출판사: 뜨인돌
발행일:2012년 12월 7일

이번에도 죽음에 관한 책이다.
저자는 중환자실 간호사로 오래 일했다. 그러는 동안에 느낀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으로 이 책을 썼다. 의학의 이름으로 중환자실에서 행해지는 일들이 정말 옳은 일일까?
오래 전의 아련한 추억을 더듬는 1장은 프롤로그에 가깝다. 2장에서 바로 중환자가 된다는 것이 환자 자신에게 어떤 의미일 수 있는지 보여준다. 환자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좀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의료진의 입장에서.
중환자. 집중적인 치료를 필요로 하고, 그래서 의료진의 끊임없는 관심을 필요로 하는 환자. 일단 중환자가 되어 중환자실에 들어가고 나면 자신의 신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기도 힘들고, 결정하기는 더더욱 힘들단다. 특히나 호흡곤란 등으로 기관 삽관 같은 거라도 하면, 그 이후 다시 자기 목소리로 말을 할 기회는 영영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병원측과 보호자의 온갖 이해관계와 서로 다른 가치관에 의해 내려지는 결정들이 환자에게는 최선이 아닐 수 있다. 환자는 다른 가치관과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개인이건만 철저하게 배제된 채, 각종 계측기에 나타나는 수치로만 존재하는 정물처럼 대해진다.
이런 이유들로 자연스럽게 3장으로 넘어간다. 이별하기 어렵다는 것. 환자 자신은 스스로에 대한 결정을 할 수 없는 삶과 죽음의 경계선 같은 곳에 놓여 있다. 과연 그러한 상태로 심장 박동을 유지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일까? 진정 환자가 원하는 일일까? 며칠을 모니터 속의 숫자로 지내는 것보다는 단 몇 시간이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이와 비슷한 내용이 죽음 이후 라는 제목의 4장까지 계속 이어진다.
전체적으로 중환자실에서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가지 가지 사연들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읽으면서 눈물이 많이 났다. 하지만 그 못지 않게 생각할 거리도 많다. 과연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죽을 때, 혹은 나와 가까운 사람이 죽을 때. 그다지 해 보고 싶지 않은 생각일 거라고는 추측되지만, 죽음에서 자유로운 인간은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오히려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지 않은가!
저자는 자신의 의사를 미리 정리해 둘 수 있는 수단으로 사전의료의향서 라는 제도가 있다고 여러 차례에 걸쳐 알려준다. 아직 확립된 제도는 아니지만, 자신의 상태에 따라 어떤 치료를 할 지 말 지, 장기를 기증할 지 말 지 등을 미리 자신을 치료할 의료진들에게 알려 주는 것인 듯 하다.
현대 의학이 인간의 수명을 늘리고 삶의 질을 향상시킨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당장 나부터도 현대 의학이 없었다면 죽었을 거라고 생각되는 심각한 상황을 적어도 두세 번은 경험한 것 같다.) 저자도 맨 마지막에 이 부분을 분명히 하면서, 그 과정에서 발생한 의학 외적인 문제점들도 돌아보고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저자의 경력도 그렇고, 책의 내용도 그렇고, 당연하게 각종 의학 용어들이 적지 않게 나온다. 대부분은 친절한 주석이 달려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일반인들에게는 분명하지 않은 용어들이 있다. 나는 뇌사상태, 식물인간상태, (깨어나지 않는) 혼수상태가 어떤 점이 다른지 알지 못한다. 저자는 이들을 구분해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느껴지는데, 나로서는 좀 답답했다.
언젠가 죽을 수 밖에 없는 한 명의 인간으로서 읽어 두면 좋을 내용이다. 다만, 지나치게 슬프고 우울한 내용을 마주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한 단어만 기억하자. '사전의료의향서'.
힘든 중환자실 근무 속에서도 인간을 이렇게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신 저자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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