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June 29, 2011



제목: 잠들면 안돼, 거기 뱀이 있어(Don’t sleep, There are snakes)
지은이: 다니엘 에버렛 (Daniel L. Everett)
옮긴이: 윤영삼
출판사: 꾸리에북스
발행일: 2009년 7월 25일 (원저 2008년)

표지에 찍혀 있는 글자 '아마존 탐험' 과 함께, 이 책의 제목은 상당히 긴박한 느낌을 준다. '잠들면 안돼, 거기 뱀이 있어'! 스릴과 서스펜스 가득한 아마존 탐험기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하지만 실제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다. 저자는 물리적인 탐험 이야기 보다는 문화적, 학문적 탐험에 대해 적고 있다. 심지어는 등줄기에 소름이 바싹 돋을 것 같은 저 제목은 저자가 탐험 내지는 연구한 문화권에서는 '잘자' 비슷한 용도로 사용되는 인삿말이란다.

언어학자인 저자는 아마존 오지에 있는 부족들에게 기독교를 전도하겠다는 목적으로 아마존에 들어간다. 그래서 이 책의 주 소재인 '피다한' 이라는 부족을 만나게 된다. 아직까지 그 누구도 이해한 적이 없을 만큼 특이한 언어를 사용하는 부족이다. 전도를 하려면 무엇보다도 기독교 경전을 피다한 언어로 번역해야 하겠기에 저자는 열심히 피다한의 언어를 공부한다.

공부 하면 할수록 피다한의 언어와 개념으로는 도저히 기독교의 경전을 번역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피다한 사람들은 자기가 직접 본 것, 아니면 직접 본 사람에게서 들은 것, 그 이상의 것은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저자가 '예수'에 대해 이야기 하면 '예수를 본 적 있어?' 라고 묻는다. '아니' 라고 대답하는 순간, '예수'는 말 그대로 '아웃 오브 안중' 이 되어 버린다.

그래도 지속적으로 '예수'에 대해 이야기하자 결국은 '예수'는 아주 이상한 개념이 되어 버린다. 어떻게 와전되었는지, 마을 노인이 저자에게 와서 이렇게 얘기한다. '마을 여자들이 예수를 두려워해. 예수가 엄청 큰 성기로 마을 여자들을 강간하고 다녀.' 정말 Oh, my god! 이 절로 나오는 상황 아닌가.

언어도 풍습도 문화도 개념도 저자가 살아온 것과는 너무나도 다른 세계에 살면서, 저자는 심경의 변화를 경험한다. 이 원주민들은 불안, 공포, 걱정 같은 것들이 거의 없이 너무나도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세계에는 기독교건 뭐건 '신' 이라는 존재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전혀 없었다. 충분히 인격적으로 훌륭한 사람들이 충분히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에 '신' 이라는 존재나 개념조차 필요 없었다. 또한 굳이 직접 경험 이외는 인정하지 않는 이들의 문화 방식이 아니더라도 처녀가 혼자 아이를 낳았다거나, 바다가 갈라진다거나, 천사가 하늘을 난다거나 하는 이야기를 믿는 일은 도대체 무속 신앙과 무엇이 다른가?

결국 저자는 무신론자가 되었고, 그 대가로 가족을 잃는다. 그의 아내에게는 남편 때문에 아마존에서 갖은 고생을 하는 것보다, 남편이 자신과 다른 신앙을 갖는다는 것이 더 견딜 수 없었나보다. 나로서는 정말 어이가 없고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지만, 독단적이고 배타적인 기독교의 특성인 것 같다.

이 책에는 언어학자의 눈으로 본 피다한 언어의 특이한 점들이 무척 자세히 나온다. 그와 더불어 언어라는 것은 문화와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는 관점도 여러 번 강조되고 있다. - 우리에겐 흔한 상식처럼 알려진 '언어를 배우려면 그 문화부터 배워야 한다' 는 말이 언어학자들에게 인정받은 것은 90년대 후반 쯤이나 되어서 인 것 같다.

사회학자나 생물학자가 이런 책을 쓴다면 무척 다른 내용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만큼 깊이 있는 이야기는 할 수 없었을 것 같다. 피다한 주민들과 의사소통을 하는데 필수적인 그 언어는 애시당초 저자가 언어학자가 아니었다면 도무지 이해할 수도 없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특이하다. 음소 수가 다른 언어에 비해 현저히 적고, 복문 구조가 없고, 같은 언어를 이야기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이고 - 대화체, 노래체, 고함체, 휘파람체 정도 되는 발음 방법이 있단다 - 직접적인 경험의 틀을 벗어나는 추상적인 개념에 대한 어휘 자체가 없단다. 대표적으로 숫자의 개념이 전혀 없단다. '공돌이' 부류인 나로서는 이해는 커녕 상상하기도 힘든 언어다.

저자가 언어을 잘 다루는 언어학자여서 그런지, 생소하고 어려울 수도 있는 내용들이 정말 술술 넘어간다. 번역도 훌륭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다만, 중간에 기존의 언어학을 비판하는 부분에서 집요하게 '촘스키'의 오류를 물고 늘어지는데, 둘이서 무슨 안좋은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노골적이다. 그 부분이 약간 읽기 불편했다.

다른 문화와 언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흥미진진하게 빠져들며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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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June 14, 2011



제목: 인간과 상징 (Man and his symbols)
지은이: 카를 G 융 외(Carl Gustav Jung)
공저: 조지프 헨더슨
마리루이제 폰 프란츠
아닐라 야페
욜란데 야코비
옮긴이: 이윤기
출판사: 주식회사 열린책들
발행일: 1996년 7월 15일 초판, 2009년 12월 15일 신판 (원저 1964년)

이번엔 심리학 서적이다. 현대심리학의 거물이다. 프로이트와 함께 무의식의 세계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학자다.

이 책은 칼 융 외에 그의 제자인 다른 학자들의 공저이며, 일반인에 대한 심리학 입문서로 기획되었다고 한다. 1964년 영국에서 출간된 것 같다. 우리나라에는 1996년 처음 출판이 되었고, 2009년 다시 한 번 출판되었다.

책은 무의식에 대한 접근 방식으로 크게 꿈, 신화, 예술 세 가지 정도를 들고 있다. 그중 꿈에 대한 분석이 가장 비중있게 다루어진다.

분명 다 읽기는 했지만, 꿈처럼 몽롱한 이야기들에, 왠지 도무지 신뢰가 가지 않았다. 남성의 내면에 있는 여성상이라던지, 여성의 내면에 있는 남성상이라던지. 그러면 도대체 하리수의 내면에는 누가 있어야 하는 건지...... 게다가 오래 전의 책이라 그런지 유럽 문화권 외의 지역은 당연히 '미개하다'고 간주하고 진행하는 이야기가 꽤 있는데, 적잖이 짜증스럽다. 실제 적용 예로 보여주는 여러 상담 치료 사례 또한 인간 보편적인 내용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편협하다. 유럽의 기독교 문명권을 벗어나면 전혀 적용할 수 없을 듯한 그런 주장들이 이렇게 위대한 이론으로 알려진 것을 보면, 평가도 대부분 유럽의 기독교 문명권에서 이루어 진 것이 틀림없다. 그래도 책 중간 중간에 자료 사진들이 풍부하게 들어 있는 것 정도는 마음에 든다.

프로이트와 융 이후에 무의식에 대한 이해는 얼마나 진행되었을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의 관점으로 봐서는 융의 이론들은 상당히 시대에 뒤떨어져 있는 것 같다.

과연 심리학도 '과학'의 한 분야이긴 한 걸까? 거의 공감이 되지 않는, 무당집 점괘 푸는 소리 처럼 이렇게 애기하면 이렇게도 되고 저렇게 얘기하면 저렇게도 될 듯한 이야기들을 잔뜩 읽고 나니 오히려 '심리학' 이라는 학문 자체를 믿기 힘들게 되어 버렸다.

책의 내용이 현재 사회와 맞지 않거나, 아니면 비전문가인 내게 너무 어려운 거거나. 어쨌든 일반인에 대한 입문서로서의 역할을 썩 잘 한 것 같지는 않다. 심리학에 대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깊이 파 볼 생각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별로 유용하지 않은 책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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