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April 30, 2011


제목: 링크: 21세기를 지배하는 네트워크 과학 (Linked: The New Science of Networks)
지은이: A.L. 바라바시 (Albert-Laszlo Barabasi, 헝가리)
옮긴이: 강병남, 김기훈
출판사: 동아시아
발행일:2002년10월24일 (2002년 5월 14일 영문판 발행)

앞서 읽었던 동양 고전이 '관계'에 대한 철학적이고 관념적인 접근이었다면, 이번에 읽은 책은 바로 그 '관계'에 대한 수학적, 과학적 접근이다.

이 책의 대략적인 내용은 이렇다: 현실 세계의 많은 현상들은 network로 표현이 가능한데, 그 network은 어떤 성질을 가지고 있을까?

어떤 전염병이 퍼져나갈 때, 각각의 환자를 node로 두고 그 전염 관계를 link로 표현한 모습, 영화배우들 각각을 node로 두고, 같은 영화에 함께 출연한 관계를 link로 표현한 모습, 혈액 속의 특정 성분들을 node로 두고, 생화학적 상호작용을 link로 표현한 모습. 그리고 웹사이트들을 node로 두고 연결 link를 link로 표현한.....

처음에는 이 network의 성질을 무작위 연결로 추정했다. 여러 개의 node 중 임의의 2 개의 node에 link가 형성되고, 다시 또 임의의 2 node를 link로 연결하고...... 그런데 실제의 network에는 이런 방식으로는 도저히 나타날 수 없을 것 같은 현상이 너무나 많다.

여러 가지 실험과 관찰을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을 바탕으로 현재까지 추정되는 연결 방식은 선호도를 가진 성장형 연결인 것 같다. Network은 최초 하나의 node를 시작으로, 거기에 차례로 node들이 추가되며, 기존 node중 가장 적합한 node에 link를 갖는다는 것 - 이러한 추정으로 위에 열거한 연결들과, 그 밖의 수많은 다른 연결들이 가지는 모습과 특성이 상당 부분 설명된다.

책의 2/3 정도 까지는 무척 재미있게 읽었는데, 그 이후에는 앞서 이야기 한 내용이 반복되는 듯한 느낌이 강하다. 또한, 책에서 사용되는 각종 학술 용어들에 대한 설명이 너무 부실하다. 대표적으로 'cluster' 라는 용어가 있는데, 대충 '몇몇 연결된 node들' 이라고 밖에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정의하고 나면 뭔가 맞지 않는 듯한 내용이 있다. 도대체 어떻게 연결된 node 들을 cluster라고 칭했는지 궁금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또 한가지, '척도 없는 network' 이라는 용어가 있다. 'scale free network' 이란다. 여기서 말하는 scale이 비늘이나 눈금자를 말하는 것은 아닐 것 같은데, 그렇다고 해서 '척도' 라는 표현이 무슨 의미를 갖는 것 같지도 않다.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있었으면 했는데, 전혀 없다.

학술적인 책이다 보니, 참고 문헌은 징그러울 정도로 많이 나열되어 있고, 다른 학자들의 이름도 상당 수 등장한다. '교양'으로 이 책을 읽을 대다수 독자들에게는 그 수많은 논문 목록보다는 간단한 용어 설명이 훨씬 낫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도 나에게는 철학적인 설명보다 이런 류의 설명이 더 와 닿는 것 같다.

사회의 구조에 대해 종교적, 철학적 뜬구름 잡는 식의 설명이 불만스러웠던 사람들이라면 상당히 '객관적'인 설명을 하는 이 책이 큰 기쁨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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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April 16, 2011


제목: 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지은이: 신영복
출판사: 돌베개
발행일:2004년 12월 13일

저자가 '성공회대학교에서 고전 강독이란 강좌명으로 진행했던 강의를 정리한' 책이다. '고전 강의라기보다는 오늘날의 여러 가지 당면 과재를 고전을 통하여 재구성' 한 내용이란다.

흔히 '고전' 이라고 하면 어떤 것들을 떠올리게 될까? 그리이스 로마 신화, 아라비안 나이트, 삼국지, 수호지 등의 환타지. (삼국지는 순수 환타지는 아니지만....) 그리고는 각종 종교의 경전들. 국어 시간에 '이게 국어 맞아?' 라는 생각으로 접하는 훈민뎡음 을 비롯한 고대 문장들. 하지만 이 책에서는 한참 뒤늦게나 떠오르는 공자, 맹자 등을 다루고 있다.

사서삼경을 읽어 보기는 커녕 어떤 책들을 사서삼경이라고 하는 지조차 가물가물한 나로서는 생소하다 못해 호기심까지 느껴지는 내용이다. - 사실 호기심으로 읽기 시작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닐 듯. (주: 사서삼경/사서오경 http://ko.wikipedia.org/wiki/%EC%82%AC%EC%84%9C%EC%98%A4%EA%B2%BD)

이 책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고전들은 다음과 같다:
시경, 서경, 초사, 주역, 논어, 맹자, 노자, 장자, 묵자, 순자, 한비자, 대학, 중용. 이중 대학과 중용은 마지막 장에서 간략히 다루어지고 있다.

비록 읽어 보지는 않았지만, 위에 열거된 책들은 한 권 한 권이 한 학기의 수업으로도 언급하기 힘들 만한 거대한 내용들이라고 알 고 있다. 그러한 내용들을 엑기스만 잘 간추려서 오백여 쪽 되는 분량으로 정리해 놓은 내용이라면 그 자체 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지 않을까?

저자는 처음부터 '관계론' 이라는 관점에서 위 고전들을 읽겠다고 하고, 줄곧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관점에서 글들을 해석해 나간다.

일단 지어진 지가 천 년 정도는 가뿐히 넘어간 책들이고, 쓰여진 언어도 우리말과 심히 '사맛디 아니하'는 언어를 지금 와서 해석하는 일이 과연 얼마나 합당한 일일까? 노스트라다무스의 시에 대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해석보다 얼마나 더 나아간 해석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널리 알려진(?) '노자'의 제 1장이란다.

도가도 비상도 명가명 비상명
道可道 非常道 名可名 非常名

도라고 부를 수 있는 도는 참된 도가 아니며, 이름 붙일 수 있는 이름은 참된 이름이 아니다.

그럴 듯 한가? 아닌가? 나로서는 저런 번역이 맞는 건지 아닌 건지 전혀 알 수가 없다. 뭔가 좀 이상해도 그러려니 할 뿐. 특히나 이 책은 '관계론' 이라는 관점을 강조하며 고전을 읽어 나가고 있으므로, '과연 원 저자가 이런 의미까지 담으려 했을까?' 싶은 해석이 종종 보인다.

누군가가 '역사'는 결국 승자의 기록이라고 했다. 그런 점에서는 '고전' 역시 기득권자의 도구가 아닐까 싶다. 일단 '고전'의 지위를 획득하면, 원래의 뜻과는 전혀 관계 없이, 지적 기득권자가 자신의 주장을 '해석' 이라는 이름으로 덧붙이며, 자신의 주장에 권위를 싣는 데 이용하는것이 아닐까? 이 책에서 가장 비중있게 읽히는 것은 공맹도 노장도 아닌 저자 신영복의 사상인 것 같다.

비록 이 책의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상당 부분 공감을 하지만, 그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방법으로는 어쩐지 조금 부적절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약간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재미있게 잘 읽었다. '도가도 비상도' 같은 중국 고전 문장들에 심한 거부반응이 있는 사람만 아니라면 읽어 볼 만한 좋은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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