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March 28, 2012


제목: 누가 내 지갑을 조종하는가 (Brandwashed)
지은이: 마틴 린드스트롬 (Martin Lindstrom)
옮긴이: 박세연
출판사: 웅진 지식하우스
발행일: 2012년 1월 10일 (원저 2011년 9월 20일)

또 제목이 맘에 안든다. Brandwashed에서 어떻게 지갑, 조종 같은 개념이 파생되었을까. 세뇌마케팅, 브랜드 중독 뭐 그렇게 번역할 수는 없었을까?
현대 사회는 분명 자본주의 사회이다. 아마도 자본이 주인이고 나머지 것들은 자본을 생산하기 위한 재료일 뿐인 것 같다. 특히나 흔해빠지고 하찮은 인간이라는 재료는 마지막 한 방울까지 꼬옥 짜내야 제맛인 것 같다.
이 책은 그러한 개념을 잘 보여준다. 단, 인간에서 자본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가진 자본을 쥐어 짜내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마케팅 회사의 중역으로 꽤 오래 일한, 어찌 보면 닳고 닳은 사람이다. 그래서 어떻게 기업들이 소비자를 조종하여 돈을 쓰게 만드는 지를 설명한다. 중간 중간 자신이 했던 일도 무용담처럼 등장한다.
성이 상품화 되었다는 사실은 너무 널리 알려져서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이야기다. 하지만 저 광고 속의 비쩍 마르고 헐벗은 여자는 절대로 프라이드 치킨 같은 것을 먹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머리로는 잘 알고 있는데도, 감성의 차원에서는 전혀 다른 반응을 하고 만다. 좋아하건 좋아하지 않건, 그저 '유명인' 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우리 뇌는 본능적으로 더욱 긍정적인 평가를 하도록 되어 있단다. 거기에다가 그 대상이 섹시하기까지 하면 뇌는 이성적 판단 따위는 거의 잃어버리다시피 한다.
현대 과학에 힘입어 기업들은 사람들이 특정 광고를 인지할 때, 구체적으로 뇌에서 어떤 반응이 일어나고 있는지까지 연구하고 있다. fMRI 라는 장비로 두뇌를 촬영하는 것이 그 한 예다. 비록 내가 의식하지 않더라도, 아니, 의식적으로는 싫어하더라도, 수백 번 반복해서 들은 '랄랄랄라~ 뿅마트~ 즐거워요 뿅마트~' 노래를 들으면 내 두뇌는 본능적인 편안함을 느끼고, 그것은 fMRI 촬영에 의해 숨길 수 없이 드러나고 만다. 굳이 이런 것이 아니더라도 몇십 년 전과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발전한 정교한 통계들은 전혀 관계가 없을 것으로 보이는 연관성까지 명확한 수치로 보여준다. 허리케인 카트리나 같은 천재지변이 났을 때, 사람들은 손전등 같은 비상용품보다 맥주를 더 많이 산단다. 맙소사! 이런 식으로 내가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나의 무의식적인 약점까지 공략하여 돈을 쥐어 짜 내는 방법들이 바로 그 고상한 '마케팅' 이라는 것의 실체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저자는 순진무구한 대안을 보여준다. 기업들이 '지출'을 조장하는 방식 그대로 '친환경' 이나 '양심' 같은 것도 광고로 조장해 낼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TV 광고중에 '공익광고'가 차지하는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를 생각해 보면 다소 어이없는 대안이 아닐 수 없다. 일반인은 fMRI 같은 것을 접하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대규모 통계 조사를 할 능력도 없고, 심지어는 통계 조사를 제대로 이해할 능력도 없는 경우가 태반인데, 수십억 단위의 돈을 쏟아 붇는 기업과 마케팅 경쟁을 하자고?
조금 암담하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책이다. 어린 나이부터 광고와 브랜드에 중독되지 않도록 애써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 나는.... 늦었나..... OTL) 좀 더 많은 소비자가 이 책을 읽고 기업의 술수를 최소한 인식은 하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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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March 19, 2012


제목: 생명의 윤리를 말하다 (The Case Against Perfection)
지은이: 마이클 샌델 (Michael J. Sandel)
옮긴이: 강명신
출판사: 도서출판동녘
발행일: 2010년 8월 20일 (원저 2007년 5월 1일)

The Case Against Perfection. 여기에서 어떻게 '생명'과 '윤리'를 끄집어 냈는지 알 수가 없다. 역시 번역의 세계는 신비롭다. 부제로 작게 쓰여진 '유전학적으로 완벽해지려는 인간에 대한 반론'이 원 제목에 가깝다.
나는 이 책이 자연과학적 내용을 어느 정도 다루고 있으리라고 기대하며 집어들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과학이나 정치보다는 철학에 가까운 책이다. 근래 조명받는 줄기세포로 인간을 개선하려고 하는 것이 과연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할까?
저자는 그냥 자신의 의견을 무척 복잡한 철학 이론을 들며 이야기 하고 있는데, 내가 철학적으로 무지한 탓인지 별로 와 닿지 않는다. 또, 분명 한글은 맞는데 몇 번을 되풀이 해 읽어도 뭘 말하고 있는 건지 알기 힘든 문장도 꽤 된다. 내 무지 탓일까, 아니면 번역 탓일까?
선천성 심장 질환을 앓는 아이를 치료하기 위해 엄마의 난자에 아이의 세포 핵을 주입한 줄기세포를 활용하는 치료를 윤리적 이유를 들며 반대할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좀 더 나은 성적을 얻기 위해, 수정란에 지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유전자를 주입하는 일에 대해서는 꽤 많은 사람이 반감을 가질 것이다. 나중에 불의의 사고나 질병 등에 대비하여, 아이가 태어날 때 유전적으로 동일한 개체를 한 벌 복사해 두었다가 필요시 장기이식 등의 '재료'로 사용하겠다는 생각은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극구 반대할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경우들의 차이가 무엇인지 얘기하고 있다.
아니, 얘기하려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모든 철학적 개념이 그러하듯이 저자 본인에게는 명쾌하고 분명한 일인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저자의 언어로 표현되고, 기본 구조가 생판 다르지만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되어, 다시 내 의식 안쪽으로 전달되는 과정까지는 적어도 두세 번의 왜곡을 거치는 것 만으로도 저자의 생각을 알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거기에 저자가 아무렇지 않게 써 내려 간 각종 철학 용어들 중 상당 수는 내게 생소한 것들이다 보니 저자가 말하려는 바는 그냥 뿌연 안개 속의 희끄무레한 그림자처럼 불분명한 윤곽이 보일 듯 말 듯 할 뿐이다.
다 읽고 나서도 저자가 분명하게 자기 이야기를 한 건지, 아니면 이런 저런 생각할 거리를 화두처럼 던져준 것인 지조차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아직 내게는 너무 어려운 책이랄까.
황우석 신드롬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내용이 적지 않다. 그렇지만 이 책만으로는 뭔가 좀 부족한 것 같다. 약간 더 이해하기 쉬운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책에서 얻은 화두를 던져 본다. 운동선수가 훈련을 통해 근육을 키우는 일이 올바른 일이라면, 유전자 주입을 통해서 근육을 키우는 일은(부작용 등이 없다고 한다면) 마찬가지로 올바른 일일까? 같은 결과를 낳는 두 행위의 차이는 무엇일까? - 나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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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March 13, 2012



제목: 성장의 한계 (The Limits To Growth)
지은이: 도넬라 H. 메도즈, 데니스 L 메도즈, 요르겐 렌더스 (Donella Meadows, Jorgen Randers, Dennis Meadows)
옮긴이: 김병순
출판사: 갈라파고스
발행일: 2012년 1월 10일 (원저 초간 1972년)

원래 1972년 출판된 책이다. 20년 후인 1992년 다시 출판되었고, 2004년 또 출판되었다. 한글판은 2004년본을 2012년에 출판한 것으로 보인다. 그 사이 세상이 많이 바뀌었고 저자들의 연구 내용도 추가되었지만, 처음 이야기 했던 위기는 해소되지 않았고, 오히려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는 것 같다.
성장. 기업의 목적은 이윤이고, 경제 성장이 좀 더 많은 사람들을 풍요롭게 하리라는 생각은 거의 의문의 여지가 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받아들여 지고 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지속적인 경제 성장이라는 것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개념인지 알 수 있다. 매년 4% 가량씩 경제가 성장한다면 경제 규모는 20년 이내에 두 배가 된다. 200년이면 이천 오백배가 넘게 된다. (2 < 1.04^18, 2550 < 1.04 ^ 200) 상품의 생산이 이천 배가 되는 것이 가능할까? 가능 하다고 치면, 300년 후엔 어떨까? 도대체 언제까지 가능할까?
이 책에서는 자신들이 제작한 세계 모형인 '월드3' 을 이용하여 여러 가지 시뮬레이션을 해 보고, 그 결과를 추측해서 보여주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4% 가량의 성장을 지속하려고 한다면, 어느 순간 자원의 한계에 부딪치고, 환경 오염에 부딪치고, 식량난에 부딪치고 등의 이유로 경제 구조 자체가 붕괴해 버리는 아주 좋지 않은 상황에 처하게 된단다.
어떻게 보면 아주 당연한 일이다. 석탄, 석유의 양이 얼마나 되는 지 정확한 양은 알 수 없지만,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는 양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게다가 파내면 파낼수록 더 파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것 역시 자명하다. 처음엔 자원 함유량 80% 인 광석을 캐내다가, 다 쓰고 나면 60% 짜리라도 파서 사용해야 하는 거고, 그마저도 떨어지고 나면 40%, 20% 짜리라도 캐야 자동차도 굴리고, 비행기도 날리고, 수많은 화학 제품들도 만들 수 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캔 자원을 제련하거나 가공하는 데 드는 비용이 얻어지는 자원의 가치보다 커지게 되면 현재의 산업 구조는 붕괴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더욱 암울한 것은, 이런 붕괴 시나리오가 모든 정치적 불안, 전쟁, 천재지변 등이 전혀 없는, 어쩌면 나름 이상향에 가까운 상태에서도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저렇게 시뮬레이션에서 고려하지 않은 악재들 까지 겹치면 인류의 미래는 상당히 암담해 보인다.
더 암담한 얘기도 있다. 1980년대 경부터 이 책에서 제시하는 해법들을 꾸준히 실천하려고 노력했다면 2100년이 되기 전에 어느 정도 부침을 겪겠지만 지속 가능한 안정된 사회 구조를 만들 수 있었는데, 지금은 이미 많이 늦어서 열심히 노력 해 봐야, 산업 구조가 붕괴되며 급격히 삶의 질이 떨어지는 상황은 거의 피하기 불가능해 보인다는 사실.
이 책에서는 개개인의 물질적 생활 수준에 대한 욕구를 제한하고, 인구 수가 증가하지 않도록 억제하고, 재생 불가능한 자원에의 의존도를 줄이고 효율을 높이며, 재생 가능한 자원의 사용 역시 재생 속도를 초과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 일단 세계 유명 500개 대기업 그룹은 모두 쌍심지를 돋우며 반대할 것 같다.
너무 암담한가? 다행히도 저자들 스스로가 이 결과를 도출해 낸 시뮬레이션 월드3 이 완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지만 대체적인 경향에는 큰 차이가 없을 거라고도 한다. -_-;)
해양에서 얻을 수 있는 수산 자원은 이미 눈에 띄게 감소한 상태고, 석유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예전에는 별다른 반응성도 없어 딱히 공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이산화탄소는 온난화로 온 세상을 뒤흔들고 있고,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한때 주목받던 원자력은 감당하기 어려운 부작용을 서서히 보여주고 있다. 거기에 이제 막 세상에 퍼져나가고 있는 나노 입자들이나 유전자 조작 생물체들은 앞으로 어떤 일들을 만들어 낼 지 아무도 모르는 상태다.
책에서는 그나마 세계가 공조해서 잘 이겨낸 경우인 오존층 파괴를 희망적인 예로 보여준다. 온 세계가 합심해서 십여 년을 노력한 결과 겨우 이제 오존층 파괴 물질의 추가 배출을 막은 단계고, 지금까지 배출된 물질들 만으로도 2050년 정도까지 오존층은 꾸준히 감소하다가 그 이후에야 서서히 회복될 것으로 보인단다. 이 사례 단 한 가지가 그나마 희망적인 내용이다. 희망 치고는 상당히 칙칙하다.
개인적으로는, 오존층의 파괴가 기득권층인 백인들에게 더 많은 피해를 주기 때문에 그나마 이정도라도 대응이 되었다고 본다. 백인에게는 별다른 피해가 없고 피부 색이 짙을수록 큰 피해를 입는 환경 파괴라면 세계가 뒤집히기 전에는 시정될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 같다.
운이 없으면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 세계 산업과 경제가 붕괴하는 모습을 봐야 할 것 같다. 그에 반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아무 것도 없다. 일억 명의 일반인들이 천연 자원을 절약하기 위해 굶어 죽기 직전까지 허리띠를 졸라매 봐야 두세 개 대기업이 소모할 만큼도 절약하지 못할 거고, 현재의 기업들은 단기 이윤을 위해서라면 핵전쟁도 불사할 기세다. - 실제로 미국은 논란이 될 만한 대량 살상 무기들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하고 있으면서 세계 평화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다른 나라를 폭격하고 있다. 이 뒤에는 군산복합체의 경제적 이익을 위한 검은 의도가 도사리고 있다는 얘기는 이제 더이상 음모론도 아닌 것 같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지구와 문명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했으면 한다.
단, '나부터 변해야겠다' 라는 생각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여전히 기업들은 각종 특혜를 받으며 자원을 펑펑 소모하는 와중에 내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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