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December 19, 2014

끝도 없는 일 깔끔하게 해치우기

제목: 끝도 없는 일 깔끔하게 해치우기 (Getting Things Done)
지은이: 데이비드 알렌 (David Allen)
옮긴이: 공병호
출판사: 21세기북스
발행일: 2002년 3월 5일 (원저 2001년)

모처럼만에 자기계발서 류의 책이다. 내가 이런 종류의 책을 집어 드는 일은 웬만해서는 일어나지 않는데, 이번에 모종의 복잡한 사연을 거쳐서 읽을 기회가 되었다.
원제는 Getting Things Done, 줄여서 GTD 라고도 불린단다. 저자가 관련 강연도 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중이라고.
이 책에서 말하는 시간 관리 기법, 또는 업무 관리 기법은 대충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1. '일거리' 라고 생각될 만한 것을 모두 수집한다.
2. 수집한 것을 분류한다.
3. 분류된 범주에 따라 처리한다.
여기까지는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미 흔히 사용하는 방식일 것 같다. 뭐가 됐든 일단 수첩에 꼼꼼히 적어 두었다가 나중에 수첩만 바라보는 등의 방식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전형적인 일 처리 방식임은 부정할 수 없다.
 수집 단계에선 눈에 띄는 거의 모든 것을 수집한다. 찌라시, 참고 자료, 이메일 등등.
핵심은 수집된 일거리를 어떻게 분류하느냐, 분류된 것들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다.
일단 직접 뭔가 처리해야 하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로 분류한다. 직접 처리할 것이 없는 것은 세 가지로 분류한다. 쓰레기, 보류, 참고. 쓰레기는 그냥 버리면 되고, 보류는 나중에 다시 분류할 필요가 있는 것들, 참고자료는 그냥 참고 자료.
처리할 일중 2분 - 딱 2분이 아니라, 바로 처리할 수 있는 시간 - 안에 처리 가능한 것은 즉시 수행한다. 그렇지 않은 일 중 다른 사람에게 위임할 수 있는 것은 위임한다. 그 밖의 것은 연기하는데, 특정 시점을 정해서 달력에 표시하거나, '다음 행동' 이라는 범주로 분류한다.
'다음 행동' 이라는 범주가 특별히 중요한데, 이 부분이 미묘하게 한글과 영어가 다른 듯하다. 아마도 영어에서는 next 라는 단어가 사용되지 않았을까. 영어의 next는 현재에 바로 붙어 있는 바로 다음 정도의 미래다. 이제 곧 현재가 되는 시점인 것이다. 그런데 한글의 다음은 그냥 현재가 아닌 미래 어디쯤 이다. 영어의 next thing to do 는 절대로 먼 미래가 아니지만, 한글의 '다음에 할 일'은 바로 다음일 수도 있지만, 몇 년 뒤, 또는 무기한 연기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읽는 동안 종종 위화감이 든다. - 이 책에서 말하는 '다음 행동'은 언젠가 미래에 할 일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면 바로 해야 하는 일로 보아야 한다. 그래야 말이 된다.
'다음에 할 일' 정도로는 분류하기 어려운 규모가 큰 일은 프로젝트를 수립해서 처리하라고는 하고 있는데, 그 부분은 하나의 짧은 챕터로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다. 프로젝트 관리 기법 등의 책이 몇 트럭은 될 만큼 많이 나와 있는데 여기서는 최소한으로만 설명하고 넘어간다. 프로젝트의 목적과 원칙을 정하고, 그에 따른 최선의 결과를 비전으로 삼아서 필요한 것들을 수집하고 분류하고 조직화 해서 '다음에 할 일'을 추출해 내는 것.
일단 여기까지 적힌 대로 분류를 다 마쳤으면, '다음에 할 일'로 분류된 목록이 있다. 언제든 짬이 나거나 여력이 될 때는 이 목록의 일들을 차근 차근 처리해 나가면 된다. 끝.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미 해 오고 있는 일들일텐데,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서술한 덕분에 베스트셀러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미 자신의 업무 스타일 또는 라이프 스타일을 어느 정도 수립했을 직장인 5년차 이상은 그냥 참고 정도로 괜찮을 것 같다. 하지만 사회 생활을 시작하는 새내기라면 기왕이면 좀 더 체계적인 방식으로 일을 시작하기 위해 읽어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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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October 26, 2014

오래된 연장통

제목: 오래된 연장통
지은이: 전중환
출판사: 사이언스 북스
발행일: 1판 2010년 1월 15일, 증보판 2014년 5월 30일

진화심리학 입문서.

저자는 생물학, 행동생태학, 진화심리학 순으로 학위를 받았다. 진화심리학이라는 다소 생소한 학문을 연구하고 있다. 인간의 이러이러한 심리는 이러이러한 이유로 진화해 왔다 라는 것이 전반의 내용.

갖 태어난 인간은 갖 태어난 다른 동물에 비해 무척 약하다. 사슴은 태어나자 마자 깡총 깡총 뛰어다니지만 인간은 한동안 목도 제대로 가누지 못한다. 새끼를 낳고 나면 알아서 탯줄 처리를 다 마치는 고양이와 비교해 보면, 그렇게 혼자 알아서 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싶다. 이밖의 여러 가지에 비추어 볼 때, 인간은 유달리 많은 '교육'이 필요하기도 하다. 다른 많은 동물들이 '본능적'으로 잘 해내는 일들을 인간은 배워야만 할 수 있는 것을 보면, 인간은 다른 동물들에 비해 본능 부분이 무척 퇴화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라고 흔히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은 그것이 오해라고 말하고 있다. 인간의 유달리 큰 뇌에는, 인간인 우리 스스로는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인식도 하지 못하는 수많은 본능들이 가득 들어차 있다는 것이다. 그 하나 하나를 자연에서 살아남기 위한 연장으로 보고 있다. 다만, 그 연장들은 수백 만년에 걸쳐 정교하게 다듬어져 왔는데, 진화의 속도가 최근 백년 정도의 급격한 사회 변화를 따라잡지 못해서 현대 사회의 관점으로 보면 기이하고 부적절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를 오래된 연장통이라고 칭했다.

첫 번째 연장 진화, 마음을 읽다
두 번째 연장 같은 행성, 다른 선택압
세 번째 연장 유전자를 위한, 유전자에 의한 행동
네 번째 연장 문화와 생물학적 진화
다섯 번째 연장 병원균, 집단주의, 그리고 부산갈매기
여섯 번째 연장 다윈, 쇼핑을 나서다
일곱 번째 연장 웃으면 복이 왔다
여덟 번째 연장 고기를 항한 마음
아홉 번째 연장 뜨거운 것이 좋아
열 번째 연장 진화의 창 너머 보이는 풍경
열한 번째 연장 자연의 미
열두 번째 연장 여왕 벌거숭이두더지쥐의 사생활
열세 번째 연장 이야기의 생물학
열네 번째 연장 발정기는 사라지지 않았다
열다섯 번째 연장 털이 없어 섹시한 유인원
열여섯 번째 연장 가을빛이 전하는 말
열일곱 번째 연장 도덕은 본능이다
열여덟 번째 연장 도덕의 주기율표
열아홉 번째 연장 음악은 왜 존재하는가
스무 번째 연장 종교는 피할 수 없는 부대 비용
스물한 번째 연장 동성애는 어떻게 설명하죠?
스물두 번째 연장 기억의 목적
스물세 번째 연장 저출산의 진화심리학
스물네 번째 연장 인간의 가장 가까운 친구
스물다섯 번째 연장 우리는 왜 스포츠에 열광하는가
스물여섯 번째 연장 향수, 어느 MHC 유전자의 이야기
스물일곱 번째 연장 전통 의학의 기원
스물여덟번째 연장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스물아홉 번째 연장 왜 암컷은 자식을 더 돌볼까?
서른 번째 연장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남성이니라
서른한 번째 연장 근친상간을 회피하는 이유
서른두 번째 연장 정치적 동물
서른세 번째 연장 복지와 분배

인간이 집단생활을 하면서 당면하는 수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정말 수많은 심리 기제가 진화해 왔다. 그중 일부는 동성애나 종교 같은 원래의 목적과 동떨어진 부작용을 낳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인간이 상당히 번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아주 사소한 문제인가보다.
흥미로운 여러 내용들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귀여운 애완동물들이 사실은 인간에게 기생하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는 가설이었다. 애완동물은 인간이 번식하는 데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이들을 기른다. 이들은 자신의 후손을 돌보려는 인간의 심리를 비집고 들어와 자신들이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 귀여운 강아지와 고양이가 내게 기생하는 거라니!

그밖에도 많은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있다. 인간의 심리가 어떻게 동작하는 지 궁금했던 사람이라면 꼭 읽어 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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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October 12, 2014

죽음




제목: 죽음
지은이: 임철규
출판사: 한길사
발행일: 20112년 8월 20일

또 죽음에 관계된 책이다. 혹시 모 국가기관에서 관심을 갖고 살펴보지 않을까, 그러면 조회수가 조금이라도 올라가지 않을까 기대도 했지만, 딱히 국가기관에서 방문한 듯한 흔적 내지는 조회수 같은 건 전혀 안 보인다.
이 책도 셸리 케이건의 '죽음이란 무엇인가' (원제: Death) 처럼 철학적인 책이다. 잡문처럼 가볍진 않지만 그렇다고 철학적 의미를 깊이 파고들지도 않는다.
머리말에 이 책을 쓰게 된 동기에 대해 나온다. 2009년 5월 23일, 노무현 대통령 서거. 그의 영전에 한 편의 글을 바치기로 약속했단다. 계간지 '실천문학'에 '카토, 그리고 노무현' 이라는 글을 실어 약속을 지켰지만, 그 계기로 자살과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고.
그래서 책은 자살, 그리고 노무현으로 시작한다.
1. 자살 (그 찬반의 역사)
2. 카토, 그리고 노무현
3. 검투사
4. 기억, 망각, 그리고 역사 (아우슈비츠, 그리고)
5. 예술가의 죽음 (오르페우스의 에피소드)
6. 입 속의 검은 잎 (죽음의 새 기형도)
7. 프로이트의 죽음본능
8.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
9. 하이데거의 '죽음으로 향하는 존재'
10. 하계
11. 죽음
마치 논문처럼 수없이 많은 각주와 참고문헌들을 달고 있는 본문은 저자의 생각을 직접적으로 이야기 하는 데에는 한 없이 인색하다. 끝없이 이어지는 '누구는 이렇게 말했다', 와 '누구는 이렇다더라' 들이 하나 하나 모여서 저자가 말하려는 바를 그저 어렴풋이 보여줄 뿐이다. 죽음, 자살, 죽음을 맞는다는 것...... 작가가 70을 넘겼다고 밝히고 있음에도 쉽게 이러니 저러니 말할 수 없는 주제들이어서 그런 지 모르겠다.
역사 속에서, 또 문화 속에서 죽음이 어떻게 그려지고 있는 지 훑어보기에 좋은 책이다. 저자가 한국인이고 문인이어서 문장도 유려하다. 그래도 책 표지처럼 새까만, 죽음의 본질이라고도 할 수 있는 어두운 색채는 피할 수 없는 내용이다.
죽음도 삶의 한 면이라는 점을 인정한다면 한 번쯤 읽고 생각해 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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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August 31, 2014

대한민국 나쁜 기업 보고서


제목: 대한민국 나쁜 기업 보고서
지은이: 김순천
출판사: 오월의 봄
발행일: 2013년 1월 7일

또 한동안 글 쓰는 일을 잊고 있었다. 드문 드문 뭔가 읽기는 했지만, 검색엔진만 찾아오는 블로그를 굳이 업데이트 해야 하나 하는 회의가 없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귀차니즘에 의해 독후감을 한동안 쓰지 않았다.
그러다가 얼마 전, 한 지인이 가끔씩 내 블로그를 봤다는 얘기를 들었다. 신선한 충경이었다. 기계가 아닌 인간 독자가 있기는 있었구나. 재직 중인 회사에도 내 블로그 광고를 두어 번 했으니, 회사 사람들 중에도 와 본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구나......
한동안 아무 것도 쓰지 않은 일이 왠지 갑자기 미안해졌다.
뭐, 이런 저런 이유로 최근 읽은 책 이야기를 여기 올리게 되었다.
복잡한 설명 필요 없다. 우리 나라에서 노동조합은 그 자체가 악으로 취급된다. 반면 기업이 하는 일은 무조건 옳다. 
기업은 용역 깡패를 동원해서 노조를 파괴하거나, 노조 간부를 미행하거나, 도청하거나, 노사간의 합의를 지키지 않아도, 심지어는 협상하자는 제의에 응하지 않아도 아무런 제제가 없다. 반면 협상을 할 수 없어 파업 카드를 꺼내면 바로 용역깡패와 공권력이 사이좋게 노동자를 짓밟고 나서, 업무방해로 배상금을 청구한다.
책 전반의 내용이 이러하다.
이 책에서 명시적으로 '소개' 되고 있는 기업의 목록은 다음과 같다.
1. 삼성전자
2. 한국타이어
3. 쌍용자동차
4. SJM
5. 동부그룹
6. 삼성 SDI
7. 두산그룹
8. 심원테크
그밖에 많은 기업들이 언급되지만, 모두 부정적인 면만 보여준다. 단 하나, 맨 마지막에 언급된 심원테크는 희망고문의 일환인지 제법 상식적인 기업으로 그려지고 있다. - 현재의 기업들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하는 '사회적 기업' 이라는 종류다.
회사 다니는 것이 짜증나고 우울할 때면 읽어보자. 웬만하면 지금 내가 다니는 회사는 그래도 괜찮구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들 거다. 꼭 그렇지 않다고 해도, 최소한 내가 겪는 불합리와 부조리가 그냥 우리 나라 평균치 쯤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구나 하는 위안은 될 거다.
혹시라도 사회를 개혁하겠다거나 하는 생각을 가지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 절망만 하게 될 테니 차라리 해고 노동자나 각종 사회적 약자들의 시위 현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직접 주워 듣는 편이 좋게다.
(읽을 때도 우울했지만, 써 놓고 보니 한결 더 우울하네...... 지금 읽고 있는 책도 만만찮게 우울한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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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December 23, 2013

다르지만 같은 노래


제목: 다르지만 같은 노래
지은이: 김희연, 김남훈
출판사: 호밀밭
발행일: 2012년 12월 28일

표지에 적힌 그대로 '다문화노래단 몽땅 이야기' 이다.
몽땅. Montant. 여러 국적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된 음악인 그룹. 동호회 같은 것이 아니라 당당한 프로 뮤지션이다. 자신들의 공연에 대한 대가를 주 수입원으로 삼는 사람들이다. 인천공항공사로부터 후원을 받고 있단다. 어떤 종류의 후원인지는 잘 모르겠다.
저자 두 명은 위 단체의 단원이다. Montant는 프랑스어로 '오르다' 라는 뜻이란다. 영어의 mount와 비슷한 어원일 것 같기도 하다.
책의 내용은 전반적으로 두서없다. 단원들의 이야기. 단체의 이야기. 생각. 사건 등. 그다지 깊이있지 않은 이야기가 그다지 짜임새 있지 않게 펼쳐진다. '그래서 뭐?'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어떻게 보면 '다문화노래단 몽땅'의 홍보 책자처럼도 느껴진다.
단체의 취지도 좋고, 책을 내 알리려는 것 역시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책의 내용이 너무 부실하지 않나 싶다. 가격은 만사천원.

사족: 10월 말, 아니면 11월 초쯤 읽은 것 같은데, 불시에 찾아온 권태와 무기력으로 한동안 블로그 관리도 못했다. 잠시나마 검색엔진의 방문보다 진짜 사람의 방문이 많았던 적도 있는 것 같은데(나만의 착각일 수도 있지만...) 역시 내 블로그의 주 독자는 구글과 네이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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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October 19, 2013

초콜릿 탐욕을 팝니다


제목: 초콜릿 탐욕을 팝니다 (Chocolate Nations)
지은이: 오를라 라이언 (Orla Ryan)
옮긴이: 최재훈
출판사: 도서출판 경계
발행일: 2012년 9월 17일 (원저 2012년 4월 12일)

초콜릿. 나는 초콜릿을 참 좋아한다. 뭐,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마는, 가끔 너무 달아서 싫다는 사람도 있긴 하다. 하지만 진짜 고급 쵸콜렛은 그다지 달지 않다는 사실, 이제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그런 초콜릿이 어떻게 만들어 지는 지에 대한 책이다. 부제로 작게 붙어 있는 '달콤함에 관한 잔혹 리포트' 라는 글을 보면 별로 유쾌하지 않은 내용일 거라는 정도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원제는 Chocolate Nations. 초콜릿 나라? 초콜릿을 만드는 나라? 왠지 살짝 동화같은 느낌이 나기도 하는데, 오히려 내용을 함축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대표적으로 가나와 코트 디 부아르 두 개 나라를 보여준다. 가나라면, 우리나라에선 초콜릿 광고 이외의 곳에서는 접하기 힘든 나라. 코트 디 부아르 라면, 나라 이름인지 도시 이름인지 아니면 무슨 음식 이름인 지도 생소한 어딘가에서 한두 번쯤 들어 본 것도 같은 이름. - 나만 그런가?
혹시 몰라 조금 설명을 덧붙이자면, 두 나라 모두 아프리카 서해안 쪽에 있는 나라고, 두 나라가 인접해 있다. 위키에는 이렇게 나와 있다.
코트 디 부아르가 왼쪽, 가나가 오른쪽.
두 나라는 지리적으로 가까울 뿐 아니라,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가 국가 경제의 큰 축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이 두 나라는 카카오 생산량에서 항상 1, 2위를 다투고 있단다. 그 외, 서부 아프리카 쪽의 몇몇 나라에서 생산되는 카카오가 전 세계 카카오의 2/3 정도 된다고 한다.
판매되는 초콜릿 완제품이 100원이라면, 카카오 원료의 가격은 7원 정도 밖에 안 된단다. 제조업체의 이윤이 43원 정도. 게다가 초콜릿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업체들은 대부분 거대한 다국적 기업이고 카카오 원료를 판매하는 쪽은 대부분 영세한 자영농이다. 카카오는 작물 특성상 대규모 기계화 농법을 적용하기가 매우 어렵고, 기후에 까다롭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대부분의 생산자가 소규모 농민일 수 밖에 없다고 한다.
'협상력'이라는 능력에서 비교도 안되게 차이가 나는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국가적으로 농민에게서 일괄적으로 카카오를 구매하고, 이를 다시 외국 업체에 판매하지만, 이 과정에서 국가가 세금처럼 이윤을 취한다. 구매자가 지불하는 가격은 조금 올라갔을 지 모르지만,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금액은 늘어날 리가 없다.
카카오를 둘러싼 이런 비리들을 파헤치려는 사람들은 외국인이라도 흔히 납치되고 살해된다. - 우리나라도 이렇게 변해 버릴까봐 두렵다.
뭐 이런 얘기들.
그래서 이들을 도우려는 순진한 생각으로 공정무역 어쩌고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세상은 계속 변해 갔고, 지금은 정부에서 농민에 지불하는 가격과 공정무역 측에서 농민에 지불하는 가격에 차이가 없단다. 오히려 정부가 더 지불하는 경우도 많다고...... - 이렇게 되 공정무역이란 그냥 마케팅용 문장 하나 이상의 의미는 없다.
그러면 어떻게 카카오 농가에 수익이 돌아갈 수 있을까? 좀 생뚱맞은 답이 있다. 투표를 잘 하면 된다. 일단 민주적인 정부라면, 투표로 정권 교체가 가능하고, 국민의 거의 반수가 카카오 농가인 만큼 카카오 가격을 높게 지불하는 쪽이 정권을 잡을 확률이 높다.
위에 언급한 두 나라 중 한 나라는 이런 절차로 농민의 삶이 점차 나아지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 쪽은 왠지 이런 절차가 제대로 동작하지 않아서 농민들은 여전히 고단하게 살고 있다. (일단 우리 나라만 봐도 투표가 뭔가 바꿀 거라는 기대는 어리석을 만큼 순진한 거다.)
이 책 역시 수많은 사실들을 열거하면서 딱히 답 같은 것을 제시하진 않는다. 심지어는 공정무역 어쩌고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참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초콜릿을 끊는 것도 딱히 도움이 되지 않을 테고......
초콜릿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그 달콤한 맛 뒤에 이런 복잡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 정도는 알았으면 좋겠다. - 하지만 이 책에 달콤한 내용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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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September 29, 2013

제가 살고 싶은 집은


제목: 제가 살고 싶은 집은
지은이: 이일훈, 송승훈
출판사: 서해문집
발행일: 2012년 7월 15일

표지에 나와 있듯 '건축가 이일훈과 국어선생 송승훈이 e-메일로 지은 집' 이 이 책의 내용이다. 잔서완석루. 낡은 책과 거친 돌의 집. 표지 사진은 그 집의 서재다. 저자이자 건축주인 송승훈씨는 집에서 서재가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 것 같다.

국어선생님인 송승훈씨가 건축가인 이일훈씨를 찾아가 개인 주택을 짓고 싶다고 말한다. 당장은 아니고, 얼마 뒤 돈이 생기면 시작하고 싶다고. 건축가는, 그러면 시작하기 전까지 어떤 집을 지을 지 같이 생각해 보자며 그 내용들을 이메일로 주고받는다. 그리고, 그 이메일을 묶어 낸 것이 이 책이다.

와~ 정말 신기해. 남자 둘이 이메일 주고 받은 내용이 어쩌면 이렇게 낭만적인지 몰라~ 하는 내 반응에 지인 중 한 명은 '게이바에서 만났대?' 라는 반응을 보였다. 굳이 게이바에서 만나지 않더라도 충분히 낭만적일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은 잘 보여준다. (의심하거나 하고 싶지는 않지만, 두 분이 어떤 사이인지는 내가 간섭할 영역도 아닌 것 같다.)

처음 펼치는 페이지에 송승훈씨의 큰 사진과 함께 "이일훈 선생님, 선생님과 집을 짓고 싶습니다." 라는 화두 같은 문장. 다음 페이지엔 강렬한 검정 옷을 입은 이일훈씨 사진과 함께 두 번째 화두. "좋습니다. 송승훈 선생님. 그럼 제가 질문 하나 할까요?" 거기서 한 페이지를 더 넘기면 흑백이 반전된 설계도면과 함께 책의 주제가 나온다. "송 선생님은 어떤 집을 꿈 꾸고 계신가요? 어떻게 살기를 원하시나요?"

건축가에게서 (아마도)예상 밖의 질문을 받은 송승훈씨는 오래 생각한 끝에, 자신의 생각을 적어 이메일로 보낸다. 그 답은 '구름배 같은 집이고 싶습니다'.

낭만이 줄줄 흘러내릴 듯한 내용이지 않은가! 자칫 잘못하면 손발이 오그라들 위험이 있을 만큼 낭만적이다. 건축가와 건축가가 비지니스를 진행하는 내용이라고는 전혀 보기 힘든 방식으로 의사소통이 이어진다.

건축가 이일훈씨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인터넷에서 찾기 힘들었다. 강연도 하시고, 책도 내시는 것 같은데, 특이하게도 생년월일이니, 가족사니 하는 것들은 찾아 볼 수가 없다. 다만 1978년 한양대학교 건축과를 졸업했다고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지금은 환갑을 훌쩍 넘긴 연세일 것으로 추정된다.

송승훈씨에 대한 정보는 더 적다. 국어선생님 이라는 점 외에는 거의 아무 것도 공개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사진으로 보기에는 이일훈씨보다 한 세대 가까이 나이 차이가 날 것 같은데, 이 역시 알 수 없다. - 요즘 사진 기술이 워낙 훌륭하다 보니......

이 두 분이 쓴 이메일 들은 전혀 이메일 같지 않다. 여러 회사를 다니며 이메일로 많은 업무를 해 온 내게, 이메일이란 간결한 의사소통 수단이었다. 이건 이렇고 저건 저러니 어떻게 처리를 부탁드립니다 정도가 거의 전부. 거기에 거의 아무런 의미 없는 안녕하십니까, 감사합니다 라는 형식적인 문구를 앞 뒤로 덧붙이는 정도.

한때 이메일이 우편의 자리를 차지한다고 그랬었는데, 요즘은 이메일 역시 구시대의 유물처럼 밀려났다. 정치인들도 SNS와 메신저를 활용하고 있는 시대인데......

하지만 이 두 분은 이메일을 마치 예전의 종이 편지처럼 적는다. txt 파일을 첨부하는 경우까지 있는데, 이런 부분은 너무 뜻밖이어서 신선하기까지 했다.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일반 텍스트는 본문에 삽입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을까? 나만 그런가?)

채나눔, 불편하게 살기, 늘려 살기 등. 멋진 것 같으면서도 선뜻 동의하기에는 만만치 않은 개념들이 잔뜩 담겨 있다. 바람이 잘 통하는 방. 그래서 냉방기를 따로 설치하지 않고, 툇마루를 두고, 낮은 담장으로 이웃에 다가서면서도 내부에는 감춰진 공간이 따로 있는......

설계도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집의 모습을 얼른 그려 볼 수 없는 그런 건물인데, 그냥 사진만 훑어 봐도 정말 재미있겠다 싶은 집이다. 청소를 어떻게 할 지는 다른 문제고. 그런데, 집이라는 공간이 자신의 삶에 대한 철학을 담게 된다면, 아무리 좋은 집이라도 그것이 나에게도 정답일 수는 없다. 잔서완석루 역시 짓는 과정까지 멋진 좋은 집이지만,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면이 적지 않은 것 같다.

누구나 자신만의 집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쯤은 하지 않을까? 그냥 흔해빠진 집, 재산으로서의 집이 아니라 내 삶의 공간으로서의 집을 갖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한 번쯤 읽어 보고 생각해 볼 만한 책이다. 다만 너무 쉽게 손발이 오그라드는 사람이라면 오글거리는 느낌이 없지 않을 거고, 집이란 그저 사서 살다가 팔면 그만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에게도 별 의미 없는 책이다.

뱀발을 덧붙이자면, 나는 욕조가 있는 욕실에, 큰 개 두어 마리 키울 수 있는 정원 정도에서 벗어나는 생각은 별로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생각하면 할 수록 갖고 싶은 것만 많아져서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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