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October 19, 2013

초콜릿 탐욕을 팝니다


제목: 초콜릿 탐욕을 팝니다 (Chocolate Nations)
지은이: 오를라 라이언 (Orla Ryan)
옮긴이: 최재훈
출판사: 도서출판 경계
발행일: 2012년 9월 17일 (원저 2012년 4월 12일)

초콜릿. 나는 초콜릿을 참 좋아한다. 뭐,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마는, 가끔 너무 달아서 싫다는 사람도 있긴 하다. 하지만 진짜 고급 쵸콜렛은 그다지 달지 않다는 사실, 이제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그런 초콜릿이 어떻게 만들어 지는 지에 대한 책이다. 부제로 작게 붙어 있는 '달콤함에 관한 잔혹 리포트' 라는 글을 보면 별로 유쾌하지 않은 내용일 거라는 정도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원제는 Chocolate Nations. 초콜릿 나라? 초콜릿을 만드는 나라? 왠지 살짝 동화같은 느낌이 나기도 하는데, 오히려 내용을 함축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대표적으로 가나와 코트 디 부아르 두 개 나라를 보여준다. 가나라면, 우리나라에선 초콜릿 광고 이외의 곳에서는 접하기 힘든 나라. 코트 디 부아르 라면, 나라 이름인지 도시 이름인지 아니면 무슨 음식 이름인 지도 생소한 어딘가에서 한두 번쯤 들어 본 것도 같은 이름. - 나만 그런가?
혹시 몰라 조금 설명을 덧붙이자면, 두 나라 모두 아프리카 서해안 쪽에 있는 나라고, 두 나라가 인접해 있다. 위키에는 이렇게 나와 있다.
코트 디 부아르가 왼쪽, 가나가 오른쪽.
두 나라는 지리적으로 가까울 뿐 아니라,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가 국가 경제의 큰 축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이 두 나라는 카카오 생산량에서 항상 1, 2위를 다투고 있단다. 그 외, 서부 아프리카 쪽의 몇몇 나라에서 생산되는 카카오가 전 세계 카카오의 2/3 정도 된다고 한다.
판매되는 초콜릿 완제품이 100원이라면, 카카오 원료의 가격은 7원 정도 밖에 안 된단다. 제조업체의 이윤이 43원 정도. 게다가 초콜릿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업체들은 대부분 거대한 다국적 기업이고 카카오 원료를 판매하는 쪽은 대부분 영세한 자영농이다. 카카오는 작물 특성상 대규모 기계화 농법을 적용하기가 매우 어렵고, 기후에 까다롭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대부분의 생산자가 소규모 농민일 수 밖에 없다고 한다.
'협상력'이라는 능력에서 비교도 안되게 차이가 나는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국가적으로 농민에게서 일괄적으로 카카오를 구매하고, 이를 다시 외국 업체에 판매하지만, 이 과정에서 국가가 세금처럼 이윤을 취한다. 구매자가 지불하는 가격은 조금 올라갔을 지 모르지만,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금액은 늘어날 리가 없다.
카카오를 둘러싼 이런 비리들을 파헤치려는 사람들은 외국인이라도 흔히 납치되고 살해된다. - 우리나라도 이렇게 변해 버릴까봐 두렵다.
뭐 이런 얘기들.
그래서 이들을 도우려는 순진한 생각으로 공정무역 어쩌고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세상은 계속 변해 갔고, 지금은 정부에서 농민에 지불하는 가격과 공정무역 측에서 농민에 지불하는 가격에 차이가 없단다. 오히려 정부가 더 지불하는 경우도 많다고...... - 이렇게 되 공정무역이란 그냥 마케팅용 문장 하나 이상의 의미는 없다.
그러면 어떻게 카카오 농가에 수익이 돌아갈 수 있을까? 좀 생뚱맞은 답이 있다. 투표를 잘 하면 된다. 일단 민주적인 정부라면, 투표로 정권 교체가 가능하고, 국민의 거의 반수가 카카오 농가인 만큼 카카오 가격을 높게 지불하는 쪽이 정권을 잡을 확률이 높다.
위에 언급한 두 나라 중 한 나라는 이런 절차로 농민의 삶이 점차 나아지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 쪽은 왠지 이런 절차가 제대로 동작하지 않아서 농민들은 여전히 고단하게 살고 있다. (일단 우리 나라만 봐도 투표가 뭔가 바꿀 거라는 기대는 어리석을 만큼 순진한 거다.)
이 책 역시 수많은 사실들을 열거하면서 딱히 답 같은 것을 제시하진 않는다. 심지어는 공정무역 어쩌고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참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초콜릿을 끊는 것도 딱히 도움이 되지 않을 테고......
초콜릿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그 달콤한 맛 뒤에 이런 복잡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 정도는 알았으면 좋겠다. - 하지만 이 책에 달콤한 내용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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