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August 12, 2013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


제목: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 (のこされた動物たち 福島第一原発20キロ圏内の記録)
지은이: 오오타 야스스케 (太田康介)
옮긴이: 하상련
출판사: 책공장 더불어
발행일: 2013년 3월 10일 (원저 2011년 7월 27일)

남겨진 동물들. 후쿠시마 제1원전 20킬로이내의 기록.
저자는 사진가다. 유명한 분인 지는 잘 모르겠다. 책에는 왠지 작가의 이름이 전혀 일본어나 한자로 적혀 있지 않다. 우리 나라는 이상한 데서 일본의 흔적을 지우는 데 열심인 것 같다. 작가명과 저자명을 찾기 위해 한참이나 인터넷을 뒤져야 했다.
사진집. 그것도 동물을 찍은 사진집. 그중에도 남겨진, 혹은 버려진 동물을 찍은 사진집. 표지에 나온 고양이들처럼 경계의 눈빛을 보이긴 해도, 한때 사람 곁에 머물던 친구 또는 가족같은 아이들.
혹시라도 방사능에 오염되어 기괴한 돌연변이를 일으킨 동물들의 모습을 기대한다면, 여기엔 그런 사진은 단 한 장도 없으니 다른 데를 찾아야 할 것이다. 대신 여기는 그냥 너무나도 평범한 흰둥이, 검둥이, 누렁이, 야옹이 들이 나온다. 아무런 배경 지식 없이 본다면 한산한 거리에 팔자 좋게 늘어져 있는 개팔자 상팔자의 본보기일 수 있다. 그런데, 딱히 특별히 귀엽다거나 한 구석도 없는 그냥 평범한 개 사진, 고양이 사진.
현실은 드라마보다 드라마틱하다. 저 사진이 찍힌 장소는 표지에 나온 대로 후쿠시마 제1원전 20킬로미터 이내다. 2011년 3월 11일 대지진이 일어났고, 이로 인한 쓰나미로 후쿠시마 제1원전이 정지했다. 이어 폭발이 발생하고, 방사성 물질이 다량으로 유출되었다. 20킬로미터 이내라면 현재까지도 출입 금지 구역일 거다. 사람들은 대피했지만 동물들은 남겨졌다.
처음 대피한 사람들은 이렇게 길어지게 될 줄 몰랐던 것도 있고, 대피소에 동물을 데려갈 수 없기도 하고, 이런 저런 이유로 동물들을 두고 떠날 수 밖에 없었단다. 사람들의 보살핌에 길들여져 있던 불쌍한 아이들은 이렇게 남겨졌다.
정작 끔찍할 만한 사진은 별로 없는 탓에, 사진 내용들은 어떻게 보면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그렇지만 정작 저 사진에 찍힌 아이들은 천신만고 끝에 살아남은 아이들이며, 이미 상당량의 방사선 피폭으로 훗날을 알 수 없는 상태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사고가 발생할 확률은 흔히 삼사백 년에 한 번 이하라고 한다. 바꿔 말하면, 세계에 원자력 발전소가 삼사백 개 있다면 해마다 사고가 터질 수 있다는 것 아닐까? 우리나라는 이런 점에 대해서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
책의 사진은 원자력 발전소 사고라는 참상을 알리기엔 너무나 평화롭고 낭만적이다. 일부 떼죽음을 당한 소, 돼지 등이 나오지만, 공장형 목축업의 실상을 알리는 사진들에 비하면 훨씬 덜 충격적이다. 일부 사람들에겐 사람도 힘든 상황에 동물 타령 하고 있는 것이 불쾌하게 여겨질 수도 있겠다. 원전 사고의 수습이나 경과 등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이 책은 사람이 모두 사라졌을 때, 사람 곁에 있던 동물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 지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꼭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아니어도, 인간에게만 전염되는 치명적인 전염병이라던지, 다른 이유로 사람들이 대규모 이주를 했을 때의 모습이다.
애완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사람들은 볼 만 한 내용이다. 그 외의 사람들에겐 별 영양가 없는 내용이다.
개인적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지만, 어떤 경우에도 동물보다는 사람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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