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December 26, 2012

보물섬




제목: 보물섬 (Treasure Islands)
지은이: 니컬러스 섁슨 (Nicholas Shaxson)
옮긴이: 이유영
출판사: 부키
발행일: 2012년 6월 15일 (원저 2011년 1월 6일)

경제학 서적. 아직까지는 주류경제학은 아닌듯. 아주 아주 우울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근대 자본주의 국가. 돈을 벌면 세금을 내고, 그 세금으로 국가를 운영하는 것이 정상적인 형식이다. 보통 세금은 소득에 비례하여 증가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여겨진다. 그런데 이 상식은 어이 엇는 곳에서 무너진다. 가장 많은 돈을 버는 사람들. 상식에 의해 가장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 사람들. 이들은 어떻게 해서든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온갖 술수를 동원한다. 월급쟁이들이 몇 푼 절약하겠다고 곧 해약할 적금을 들거나 하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규모로.

이 책은 그런 행위들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 지를 파헤치고 있다.

세율이 높은 나라에 있는 어떤 회사가 있다. 세금은 수익에 대해서 매겨지므로, 수익을 작게 보일 수만 있다면 세금을 적게 낼 수 있다. 이 회사의 규모가 어느 정도 이하로 작다면 그냥 세금을 내는 편도 큰 지출은 아니지만, 일정 규모 이상이라면 세금 낼 돈으로 다른 공작을 벌일 수 있게 된다. 일단 '조세피난처'라고 알려진, 거의 세금이 없는 국가에 유령회사를 만든다. 본국에 있는 본사는 조세피난처의 지사로 모든 수익을 이전한다. 그러면 고세율의 본국에서는 내야 할 세금이 크게 줄어든다. 서류상의 고수익을 올리고 있는 지사에는 조세피난처라는 이름에 걸맞게 거의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이런 게 어떻게 가능하냐고? 가능하다. 몇몇 조세피난처들은 금융회사를 설립하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회사 설립이 가능하고, 그 회사의 거래 내용이나 회계 상황을 공개할 의무가 전혀 없다. 어떤 곳은 인구 수의 몇 배에 달하는 회사가 설립되어 있기도 하다. 당연히 상당 수는 서류상으로만 존재한다.

본사는 위의 유령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다. 물론 유령 금융회사의 실제 소유주는 본사지만, 조세피난처의 어이없는 제도와 법규 때문에 유령회사는 누가 출자를 했는지, 누구와 거래를 하는지 전혀 알릴 의무가 없다. 국제 경찰이 수사를 하더라도. 이렇게 간단한 서류 몇 장으로, 자기 돈 1조원은 바로 빌린 돈 1조원으로 둔갑한다.

장사가 잘 돼서 3천억원의 수입이 생겼다고 치자. 그래서 여기에 부과될 세금이 삼백 억원 쯤 된다고 치자. 세금을 절약하고 싶은 본사는 사실상의 자회사인 금융사에 이자로 2천9백9십억원을 지불한다. 서류상의 수입은 10억원으로 줄어든다. 세금은 1억원 미만으로 줄어든다.

금융 자회사는 2천9백9십억원의 수입이 생겼다. 하지만, '조세피난처'인 이 동네에서의 세금은 0에 수렴한다. 그나마도 누구와 어떤 거래를 통해 얻은 수입인지도 알 수 없고, 그 액수가 그대로 신고되지도 않을 거다. - 확인 할 방법이 없는데 뭐하러 정직하게 신고를 하겠어. 그래서 역시 1억원 남짓에 불과한 세금 또는 수수료를 지출한다.

전체적으로 보아 회사는 298억원을 남겼다! 정말 훌륭한 경제 모델이 아닌가!

과연 그런가? 만일 모든 사람들이 공평하게 위와 같은 '절세'를 할 기회가 있다고 해도 이런 식의 편법은 옳지 않다. 맨 처음 얘기했듯이 근대 자본주의 국가는 세금으로 운영이 된다. 모두가 이렇게 세금을 내지 않으면 국가 운영은 파탄이 난다. 그런데, 이런 방식은 공평하지도 않다. 해외에 지사를 세우고 수상한 금융거래를 할 때 발생하는 온갖 비용보다 더 많은 돈을 세금으로 내야 할 만큼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거대 자본만이 가능한 방법인 것이다.

그 다음에 또 충격적인 반전이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인 조세피난처는 어디? 대개는 바하마, 케이맨 등의 소위 '전통적'인 조세피난처를 꼽을 수 있다지만, 실제적인 자금원을 추적한다면 미국 뉴욕 맨하탄, 또는 영국 런던의 시티 라고 한다.

저자가 영국 왕립 국제문제연구소의 연구위원인 덕분에, 신대륙 보다는 유럽과 영국에 훨씬 무게가 실린 분석이 이어진다. 거의 모든 악의 근원으로 보이는 '시티'라는 존재와 함께.

처음엔 '시티'에 대해서 상당히 애매하게 설명되어 있다. 영국 어디쯤 일 거라는 정도 외에는 아무런 감도 잡지 못하겠다. 심지어는 지명인지, 일반적인 도시를 의미하는 건지, 금융사들의 연합체인지 조차 확실치 않다. 사백 여 쪽을 넘어가서야 드디어 '시티'가 무엇인지 정의가 나온다.

가장 광의로 해석하면 "런던 시티(City of London)"는 영국 수도 런던의 내부와 그 주변에 소재해 있는 금융 서비스업계 전체를 지칭한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시티는 런던 중심부에 있는 2.9제곱킬로미터(1.1제곱마일) 넓이의 좁은 땅을 의미한다. (그래서 '스퀘어 마일'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시티는 템스 강의 빅토리아 제방으로부터 시계 방향으로 플리트 가를 거쳐, 바비컨 센터를 지나, 북동쪽의 리버풀 가에 이른다. 그러고서 다시 아래로는 타워 오브 런던 서쪽의 템스 강에 면하게 된다. (본문 419쪽)

별로 넓지도 않은 이 지역을 핵폭탄으로 싹 밀어버리면 세계 금융이 잠시나마 정의로와질까? 확신은 없다.

낯선 경제학 용어들이 많이 나오지만, 내용은 비교적 쉽게 이해가 된다. 우리 모두가 거대 자본에 의해 어이 없이 착취되고 있다는 사실. 그런데 별로 저항할 방법도 없다는 사실.

잘 모르겠다. 이런 사실을 알고 분노하고 행동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아니면 자본의 편에 부역하면서 몇 푼씩 떨어지는 낙수효과를 받아먹는 것이 옳은 것인지. (2012년의 선거 결과는 이러한 점을 더욱 모호하게 만들어 줬다.)

익숙치 않은 용어에 울렁증을 일으키는 사람,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해 혈압이 오르는 사람들은 피해야 할 책이다. 그렇지만 그 외의 사람들은 다들 읽어 보고 오늘날의 대기업이 얼마나 사회에 기여하고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겠다. - 우린 아마 안될거야......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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